• 누리과정만 공약?
    대통령이 줄줄이 파기한 공약들
    공약 탓하면서 교육감과 지방정부에 책임 떠넘기기
        2014년 11월 06일 04: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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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린이집, 유치원에 있는 어린이들은 (어리기 때문에) 지원비가 끊긴다 해도 쉽게 불만을 표출하지 못한다. 그러나 초중고등학교에서 무상급식 폐지한다고 하면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이다. 정치적인 계산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과정 지원 혜택을 보는 아이들은 지원이 끊겨도 불만을 표출하지 못할 나이인데, 무상급식을 받는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불만을 표출할 수 있어 정치적 타격을 받을 것을 계산해 교육감들이 누리과정이 아닌 무상급식 지원을 주장한다는 논지이다.

    누리과정이나 무상급식 모두 당사자보다 당사자의 보호자인 학부모가 받는 영향이 더 크다는 점을 생각하면 심 의원의 주장은 설득력도 없을뿐더러, 도를 넘은 ‘진보교육감 때리기’라는 비판이 더 설득력을 가진다.

    하나부터 열까지, 줄줄이 파기되는 공약들

    여당이 누리과정 지원이라는 대통령의 공약 사수를 위해 이처럼 독특한(?) 주장을 한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왜냐면 대통령 자신이 스스로 공약했던 것들을 너무 많이 파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복지와 관련한 공약이 대다수이다.

    먼저, 최근 이슈로 떠오른 전작권 환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여러 차례 “2015년 전환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했고, 전작권 환수 문제는 대선 공약집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주요 국정과제에도 명기됐던 사안이다. 그러나 정부는 아무런 사회적 논의도 없이 지난 10월 24일 전작권 환수를 무기한 연기하며 공약을 파기했다.

    공약파기

    1년전 대통령의 공약 파기를 비판하는 기자회견 자료사진

    기초연금 공약 파기 논란도 있었다. 박 대통령은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의 기초연금 지급’이라는 대선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지난 9월 26일 “처음 대통령 후보 당시 내세웠던 기초연금 공약이 정부 예산 차질로 입장을 고수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고, 소득 하위 70%에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10~20만원 차등지급하겠다는 수정안을 확정했다.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안이 도입되면 기초연금 대상자 90%인 353만명이 20만원을 받게 된다”며 “일부에서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손해라는 주장이 있는데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현재 국내 기초생활수급자 중 노인 가구는 236,617가구(2012년 통계)로 약 40만 명이다. 이들이 기초연금을 받으면 그 금액만큼 공제된 생활비를 지원받게 된다. 따라서 기초생활수급자 중 노인들은 대부분이 기초연금을 포기하게 되고, 실제 생활이 어려운 노인일수록 기초연금 혜택에서 멀어지게 된다. 따라서 공약을 파기하며 내놓은 “대상자 중 90%인 353만 명이 수급 대상자가 된다”는 해명 또한 거짓인 것이다.

    이와 더불어 가입기간에 따른 논란을 보면, 기초연금 대상자인 노인들은 대부분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5년 미만이다. 현재 50대 이하가 2028년도에 기초연금을 받으면 대부분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5년 이상으로, 결과적으로 기초연금은 줄어들게 된다. 지속가능한 기초연금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에 뜻에 반하는 민영화 추진 않겠다”는 원칙도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이었다. 2012년 12월 새누리당이 철도노조에 보낸 정책회신 공문을 보면 “박근혜 후보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민영화를 절대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국가 기간망인 철도는 가스·공항·항만 등과 함께 민영화 추진 대상이 아니다”라며 철도 민영화 추진 의사가 없음을 명백하게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 호언장담과는 달리, 정부는 지난해 5월에 수서발 KTX를 비롯해 향후 신규 노선마다 지분 입찰 등을 통해 민간자본이 들어올 길을 열어주는 사실상 철도민영화 추진안을 내놓았다. 철도민영화는 노동조합은 물론 시민사회단체에서도 극렬하게 반대하는 사안이며,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도 배치된다.

    정부가 철도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정황은 지난해 10월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수현 의원(당시 민주당)이 공개한 국토교통부의 한 용역보고서에서 또 다시 드러났다. 이 보고서에는 “2015년 개통 예정인 수도권 고속철도와 연계되는 노선부터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것을 전제로”, “기존의 철도 운영자인 철도공사와 완전히 독립된 민간운영자”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또 지난 10월 안전행정부는 전국 7개(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인천메트로, 부산교통공사, 대구·대전·광주도시철도공사) 도시철도공사를 국제입찰 대상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7곳의 도시철도공사는 물품 조달이나 공사 등의 입찰에서 국내외 업체 간 차별이 금지된다. 국제입찰 대상, 참가자격, 이의신청 등 관련 조항이 마련돼 사실상 도시철도공사가 국제 경쟁체제에 놓이게 된다. 이 또한 철도민영화와 연관된 부분이다.

    저출산 대책 대선공약을 철저히 외면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저소득층 조제분유 및 기저귀’ 지원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나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예산으로 50억 원을 편성했으나 정부 심의에서 전액 삭감 당했다. 지난해 2014년 신규 사업으로 선정돼 162억 원이 부처예산으로 편성됐지만 지난해에도 정부 심의에서 전액 삭감 당한 바 있다.

    ‘저소득층 가구의 12개월 영아에게 조제분유 및 기저귀 지원’ 사업은 저소득층의 출산장려대책의 일환으로 임신과 출산의 부담을 사회가 분담하겠다는 ‘여성감동 대한민국 6개 실천과제’ 중 하나였다.

    경제범죄 무관용 원칙도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다. 쉽게 말해 ‘유전무죄’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또한 파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기간 중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원칙적으로 기업인들도 가석방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고, 박근혜 정부의 실세인 최경환 부총리도 황 장관의 발언에 공감한다면서 기업인의 사면은 오너 총수에게 “경제 살리기에 헌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경제범죄 무관용 원칙은 박 대통령이 워낙 강력하게 내세운 것인지라, 현재까지는 정부가 이렇다 할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황교안-최경환 두 실세가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그냥 지나칠 대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경인고속도로 통행료를 폐지하겠다더니 외려 통행료를 올리거나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책임, 반값 등록금, 대기업 신규순환출자금지,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실시, 고등학교 무상교육 실시, 공공부문 비정규 폐지 및 정규직 고용 등 대선 후보 당시 내세웠던 수많은 공약이 소리 소문 없이 파기됐거나 파기되고 있는 중이다.

    ‘진보교육감 때리기’  정략적 의도라는 지적 제기

    누리과정 지원을 비롯해 ‘무상보육’은 박근혜 대통령은 핵심 공약이다. ‘직장맘’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내세운 공약일 테다. 공약을 지키기 위해 지난 5년간 시행해온 무상급식을 폐지 혹은 예산을 줄이라는 정부의 제안은 사업 중요도에 따른 입장 차라고 해도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진보 교육감 때리기’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것이다.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일부 정치권에 비난을 듣고 있는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교육감은 “정부가 주는 교부금이 5,100억 정도가 줄었다. 경기도가 교육청에 전입금으로 주는 돈도 2,100억 이상이 줄어서 전체적으로 보면 한 7,800억 정도가 줄었다”며 “지방채를 1조2천억 원을 발행하기로 했는데, 그래도 전체적으로 3,414억이 모자란다. 세출 부문은 자연적으로 인건비 증가되는 것이 5,300억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교육감은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위해 내부에서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도무지 예산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는 “고강도로 내부 구조조정도 했다. 심지어 저희가 8,500억이 넘는 사업비를 다 줄여가면서 기간제 교사 가운데도 1,200명을 줄이고, 심지어 학교 운영비도 5%씩 줄이고, 하여튼 내부의 줄일 수 있는 모든 부분은 다 줄였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주는 예산은 매해 주는데 지출해야 할 돈은 나날이 늘어간다. 이 때문에 교육감 권한에서 벗어난 누리과정 예산은 교육청이 아닌 정부에서 지원해야 할 문제라며 이번 예산 편성에서 제외시켰다는 것이다.

    또 누리과정 예산 부담을 교육청에 전가한다면, 지금처럼 시도교육청이 관련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고 강변할 수밖에 없는 사태를 정부는 예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 공약 파기 책임을 교육청에 떠넘기려고 한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6월 13일 기획재정부에서 제출한 교육예산안에 교육부는 “내년 지방재정상 3~5세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 초등돌봄교실 운영비에 국고 지원이 없을 경우 시·도교육청이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는 등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드시 국고 지원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예산안에는 누리과정 어린이집 지원예산으로 2조1545억 원이 편성돼 있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이른바 ‘진보 교육감’들이 정치적 이념이나 계산 때문에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무상급식 예산 감사를 거부한 경남교육청에 무상급식 예산을 줄 수 없다고 공식 발표한 홍준표 경남지사는 무상급식 문제를 두고 ‘무상 파티를 하려고 한다’고 말하거나 앞서 언급했던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어린이집 아이들은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니까 예산을 뺀 것’이라는 등의 원색적이고 비상식적인 비난을 하고 있다.

    대통령 공약사업은 실제로 대통령의 국책 사업이기 때문에 지방재정이 아닌 중앙정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또 어린이집 보육료를 포함한 보육 관련 사업의 관할권은 시도지사와 지방자치단체에 있어, 법이 규정한 바에 따르면 교육감의 책무도 아니다.

    결국 공약은 대통령이 하고 그 책임은 교육감이나 지방정부에 전부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교육청에서 예산안을 편성하지 못할 거라는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면, 정부가 공약 파기의 책임까지 교육감에 지우려 한다는 비판 또한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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