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들은 전혀 몰랐던
    월성1호기 핵발전소 중대사고
    [에정칼럼] 과연 이들에게 우리 목숨을 맡길 수 있나
        2014년 11월 06일 01: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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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성1호기의 원자로에는 380개의 압력관이 있고, 하나의 압력관에 12다발의 핵연료가 장착되어 있다. 핵연료 한 다발은 37개의 핵연료봉으로 이루어진 집합체이다. 총 4,560개의 연료다발이 핵분열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구조이다.

    2009년 3월 13일 금요일 오후 3시 30분, 월성1호기의 핵연료 교환이 시작됐다. 월성1호기는 가압중수로형으로 천연우라늄을 사용하기 때문에 정상 가동하면서 매일 핵연료를 교환한다. 모든 것은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중수로의 핵연료 교환은 수평으로 있는 압력관 속에 새 연료를 장착하면서 폐연료를 밀어내는 방식이다.

    원자로

    16시 55분. 새 연료로 교체 완료. 이제 폐연료를 수조로 안전하게 방출하는 일만 남았다. 폐연료를 받은 연료교환기가 원자로 아래쪽인 핵연료방출실로 이동해서 두 다발을 램으로 밀어서 Ladle이라고 불리는 승강기 위에 올려놓으면 자동으로 아래 수조 속으로 내려가는 구조이다. 이날도 순조롭게 사용후핵연료 교체가 진행되고 있었다.

    17시16분. 경보가 울렸다. Ladle 위로 폐연료다발을 밀어내던 램이 연료 위에 Jam이 되어 Ladle이 하강하지 못한 것이다. 작업자가 수동으로 조작을 여러 번, 17시53분 마침내 Ladle이 수조 속으로 내려갔다. 고방사선량을 내뿜는 사용후핵연료가 수조로 들어가면 고방사선량은 정상 수준으로 떨어져야 한다. 사용후핵연료를 수조로 넣었지만 고방사선량이 지속되는 것이다. 당시 핵연료방출실의 방사선량은 측정 불가. 사고가 터진 것이다.

    한수원은 방사능 사고가 발생했지만 어떤 이유인지 파악을 못해 허둥지둥 됐다. 그리고도 2시간이 지난 20시가 되어서야 폐핵연료봉 1개가 연료방출실 바닥에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 Ladle을 하강할 때 사용후핵연료 다발이 파손되면서 3개의 폐연료봉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중 2개는 수조로 빠지고, 나머지 하나가 바닥에 노출되어 엄청난 방사능을 내뿜고 있었던 것이다.

    한수원은 이동형 카메라로 폐연료봉 위치를 확인하고 폐연료봉을 수거할 집게를 만들었다. 그리고 엄청난 고방사선량이 있는 핵연료방출실에 사람이 들어가 폐연료봉을 집어서 수조에 넣었다. 이 시각 03시 57분. 이렇게 상황은 종료됐다.

    그리고 한수원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원전을 계속 가동했다. 규제기관의 주재관은 경보발생 상황 점검에 ‘특이사항 없음’이라고 상부에 보고했다. 어젯밤 10시간 이상 핵연료방출실에서 고방사선량으로 인해 경보가 그렇게 울렸음에도 말이다. 그리고 한수원은 사고가 난 다음 달도 그 다음 날도 계속 핵연료를 교환했고, 월성1호기는 그렇게 계속 가동됐다. 그렇게 그 사건은 덮어져 버렸다.

    한수원과 원안위는 당시 사건이 보고 대상도 아니었기 때문에 사건도 사고도 아니란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사용후핵연료 다발이 파손되어 폐연료봉이 공기 중에 노출된 사건으로 유일하다. 그런데도 아무 일도 아니란다. 심지어 “별일도 아닌데 왜 그리 호들갑이냐”는 투다.

    ‘특이사항’이냐고 물었다. 아니란다. 그럼 비정상적인 상황이냐고 물었다. 맞단다. 도대체 특이사항과 비정상적인 상황의 차이점은 뭘까? 자칫 떨어진 폐연료봉을 찾지 못해 장시간 방치되었다면 폐연료봉은 부풀어 오르고 어느 이상이 되면 터져 엄청난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오히려 목숨을 담보로 사람이 들어가 폐연료봉을 수거했고, 아 무일도 없었으니 고마워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연 이런 한수원과 원안위에게 우리의 목숨을 담보로 원전 운영과 규제를 맡길 수 있을까?

    필자소개
    김제남 의원실 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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