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호인력 시간선택제
    환자건강 위협, 노동조건도 악화
        2014년 11월 06일 11:05 오전

    Print Friendly

    최근 간호사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충격을 주고 있다. 마음대로 임신조차 하지 못하고, 순번을 어겨 임신하면 임신한 사실을 숨기거나 중절까지 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고된 노동강도로 근무 중에 소변을 보러가지 못한다거나, 3교대로 인해 높은 유산율을 보이는 등 간호사의 열악한 노동조건 문제는 비일비재하다.

    지난 10월 15일 정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후속, 보완대책’을 통해 시간제 간호인력을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회의에서 정부는 병원의 간호인력을 시간선택제 적합 직종 중 하나로 설정하고, 시간선택제 간호인력을 고용하는 병원에 간호인력 인정기준을 상향해서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을 밝혔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요양급여 관련지침을 11월 중에 개정할 계획이다.

    정부의 주장대로 이 정책이 간호인력 고용을 늘리고 간호사의 장시간 노동, 일-가정 양립의 문제 등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시킬 수 있을까? 한국 의료체계와 환자의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간호인력

    저임금, 고용불안, 전일제전환에 대한 대책 없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박근혜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를 확산시키기 위해 일관된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해 6월, 정부는 ‘고용률 70% 로드맵’을 통해 시간제 일자리를 2012년 12월 기준 149만 개에서 2017년까지 242만 개로 늘려서 고용률을 70%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의 이런 행보는 장시간노동으로 일-가정양립이 어렵고, 그로 인해 고용률이 떨어지는 것이 현재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라고 판단하여, 시간제일자리를 늘려서 취업을 포기하고 있는 여성 및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늘리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한 기업에 대해서는 세제 완화, 사회보험료 지원 등을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노동시장에서는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만회하려는 의도로 보완대책을 발표한 것이고, 이번에 발표한 시간선택제 간호인력에 대한 정책 역시 같은 맥락에서 추진되는 것이다.

    보완대책에서도 여전히 시간제노동자의 핵심문제인 저임금, 고용불안, 전일제전환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게다가 양질의 전일제 일자리를 토막 내 시간제로 전환시킨다는 내용까지 추가되었다. 현재 한국은 시간당 임금 수준이 낮아, 전일제 일자리에서도 부족한 임금을 보충하기 위해 초과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시간당 임금의 비례원칙이 지켜진다고 하더라도 적은 시간 일할 수밖에 없는 시간제 노동자는 저임금에 시달리게 된다. 저임금인 비정규직은 4대 보험에 가입할 기회가 주어져도 보험료가 부담스러워 이를 스스로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간제노동자 역시 같은 곤란에 처할 것이다. 시간당 임금이 낮은 한국의 노동구조 상, 양질의 시간제일자리란 애초부터 불가능하고, 간호인력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간호인력 일자리는 더 나빠지고, 환자 건강도 위험해질 것

    병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 시간제 간호인력 고용을 늘리려는 정부의 계획은 지금도 열악한 간호인력의 노동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다. 현재 간호인력의 대다수는 오전, 오후, 밤 근무조로 나눠 3교대를 하고 있으며 근무하는 시간대나 쉬고 싶은 날을 본인이 정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교대 자체도 문제인데, 장시간·불규칙 노동에도 노출되어 있다. 업무 인수인계로 인해 출-퇴근 시간 전후로 1~2시간 정도 추가 무료노동을 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또한 병원 측은 환자가 적으면 강제적으로 휴가를 사용하게 하고, 환자가 갑자기 많아지면 휴일에도 출근을 시킨다.

    이런 상황에서 간호인력이 시간선택제 근무를 하더라도 정부가 선전하는 것처럼 본인이 원하는 시간대에 맞춰 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상태를 보면 시간선택제 간호인력의 노동시간 역시 훨씬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시간선택제는 노동자가 일-가정 양립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 사용자가 인건비 감축, 유연한 인력 활용을 위해 활용될 여지가 더 크다.

    병원 측이 여성 간호인력에게 임신이나 육아기를 핑계로 시간선택제를 강요한다거나,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업무량이 많은 시간대에 시간제 일자리를 확충하는 방식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간호인력의 업무특성 상 시간선택제 간호인력 확대가 환자의 건강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한 사람의 환자를 간호인력들이 연속적으로 교대해서 간호하는 과정에서 시간선택제 간호인력을 사용하게 되면 지금보다 더 잦은 교대로 인해 업무의 연속성이 끊기게 되며 그만큼 환자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와 같은 저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병원에서 확대되면 국민들에게 돌아갈 의료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게 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번 계획은 지방중소병원에 더 많은 인센티브를 준다고 하지만 지방중소병원의 간호인력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정규직 간호인력을 줄이면서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려고 하겠지만, 간호인력난의 원인인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인력난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건강보험료로 저질의 일자리를? 절대 안 된다!

    이렇게 문제점투성이인 이번 정책을 두고, 정부는 시간선택제 간호인력을 고용하는 병원에 지급될 인센티브의 재원을 국민들이 낸 건강보험료에서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들의 치료와 건강증진을 위해서 쓰여야 할 건강보험료를 국민들이 받게 될 의료서비스의 질을 전반적으로 떨어뜨릴 정책에 쓰겠다는 것이다.

    이번 정책은 병원에서 직접 근무하게 될 간호인력, 그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환자, 건강보험료를 내는 국민 중 그 누구에게도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건강보험료로 일부 병원들의 배만 불려줄 뿐이다. 시간선택제 간호인력 확대는 간호노동의 문제를 해결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길이 될 수 없다.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숫자채우기 정책인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후속보완대책’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