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의 복원과 대안경제
    <연속-1> 얼굴 있는 먹을거리 로컬푸드
        2014년 11월 05일 03: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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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로컬푸드와 지역의 의미에 대해 이번 글에 이어 두 차례 더 연속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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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는 지금 농업과 식량 위기, 먹을거리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윤 추구와 효율성의 원리에 따라 작동하는 세계 식량 시스템(global food system)는 농업의 대량생산‧유통‧소비 시스템을 지향하며, 이는 농업 생산의 단작화‧전문화‧규모화를 통한 농산물 유통의 대량화‧광역화로 나아가게 된다.

    초국적 자본이 주도하는 세계 식량 시스템은 농산물 소비의 계절성을 무시하고 편리성 요구에만 부합할 수 있도록 체질화된 농업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식품 안전성뿐 아니라 자연의 다양성, 순환성을 상실케 하는 한편, 농민의 주체성을 박탈하여 농업과 생명을 위협한다.

    전 세계적으로 운송되는 수입 농산물의 신뢰도에 의심이 커짐에 따라, 출처를 알 수 없는 글로벌 먹을거리보다는 확실한 자기 지역의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믿음이 더 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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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평택로컬푸드 http://cafe.daum.net/ptlocalfood

    로컬푸드 운동의 실천적 사회적 의미

    최근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로컬푸드 운동(local food movement)은 도시농업에도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지역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 행위, 그리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계하는 활동과 지역 농산물을 매개로 한 다양한 활동으로 그 의미가 확대되고 있다.

    로컬푸드 운동은 제도적으로는 지역 단위의 지역 식량 계획과 이에 근거한 지역 농업 계획, 이를 아우르는 지역식량정책협의회(Local Food Policy Council)를 구축하는 것으로 모아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인 접근 외에도 지역사회 지원형 농업(CSA), 농민장터(Farmer’s Market), 도시농업, 공공 구매(단체 급식 등) 운동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로컬푸드는 글로벌푸드(Global Food)와 달리 ‘농장에서 입까지(from land to mouth)’의 과정을 줄이는 것을 포함해 생산자(농민)와 소비자 간에 먹을거리를 매개로 하는 관계를 다시 맺어주고 있다.

    로컬푸드 운동은 생산자에게 정당한 몫을, 그리고 소비자에게는 믿을 만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생산자와 소비자들의 먹을거리 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로컬푸드 시스템은 가능하면 지역에서 생산한 것을 지역에서 소비하기 때문에 ‘얼굴을 볼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내고, 이를 전제로 한 생산과 유통이 성립하게 된다.

    ‘얼굴을 볼 수 있는 관계’, 즉 먹을거리를 통한 신뢰관계의 형성은 먹을거리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로컬푸드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 거리의 축소와 관계의 확대를 지향한다. 이를 통해 도농 간 지속가능한 농식품 체계(sustainable agro-food system)와 우리 농업(소농)의 자립․ 자활력도 제고할 수 있다.

    로컬푸드 운동은 물리적 거리와 더불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유대 관계를 강조하며, 안전성, 경제성, 환경 보전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라고 할 수 있다.

    일반 경제와 사회적 경제는 기본 입장, 최종가치, 운영수단, 공간 적용 단위, 운영방식, 구성원과의 관계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일반 경제가 생산, 효율, 경쟁을 통한 이익(자본)의 창출에 가치를 둔다면 로컬푸드는 마을을 중심으로 한 ‘나눔․호혜․순환’이 운영수단의 핵심콘텐츠다.

    로컬푸드 운동은 커뮤니티(특히 생태적 재지역화)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해석하고 그 가능성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생태적 지역주의 관점에서 지역은 장소적 의미로 로컬은 물리적 대상물인 토지가 아니라 토지를 매개로 존재하는 ‘사람, 삶 그리고 터’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로컬은 장소로서의 지역(생태적 삶의 터), 생명․순환의 가치(생태주의), 거주민과 자연․환경(주체)의 조화를 지향한다.

    로컬푸드는 기업이나 중개상들에 의해 식품 공급망이 복잡해지고 길어지면서 발생하는 식품 위험, 수급 불안정, 반생태성을 극복하는 운동이 되고 있다. 즉 먹을거리의 안전성, 식량의 안정적 공급, 그리고 먹을거리 생산과 소비의 생태성을 회복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먹을거리 체계를 만드는 것을 지향한다.

    로컬푸드 활성화를 위한 조건들

    하지만 생태적 부담을 덜 주는 재지역화로서 로컬푸드가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는 데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것은 지역단위에서 생태적으로 실행 가능한 요소를 논의-실천해야 하기 때문이다.

    로컬푸드의 활성화는 지역단위에서 생태적 토지관(이념과 철학)의 확산, 새로운 사회문화의 여건 조성(거버넌스․제3섹터), 지역 사회경제 분야(순환사회 시스템) 재구성, 지역 중심의 계획과 계발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는 우리 사회의 생태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 정도와 시스템이 확보되어 있다고 말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컬푸드 운동 실천의 핵심 과제인 주민과 지자체간의 상호 신뢰와 지역화에 따른 선도적 대응을 통한 지역발전을 위하여 주민의 참여와 소통, 협력과정의 시스템이 필요하다.

    로컬푸드 활성화를 위해서는 생산자-소비자-자치단체의 협의구조와 지역 농산물 유통 구조의 구축이 필요하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종류와 양, 공공기관의 농산물 소비량 등 지역 농산물에 대한 통계 현황이 정확하게 작성돼야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따라서 생산자, 소비자, 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먹을거리 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

    또한 농산물을 가공·유통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 등이 활성화돼야 지역 농산물의 유통 구조가 안정화될 수 있다. 동시에 소비자 교육을 통한 로컬푸드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하며 학교 급식지원센터 설치, 지역 먹을거리 먹는 날 제정 등 실질적인 조처들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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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평택로컬푸드 http://cafe.daum.net/ptlocalfood

    로컬푸드 운동을 완성하려면 생산자·소비자와 공공부문이 공조해야 하며 이러한 약속은 조례의 형태로 나타난다. 제도화(조례 포함)는 로컬푸드가 운동의 한계를 넘어 일상으로 구체화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경험적으로 볼 때, 한국에서 로컬푸드 운동이 일정한 성과를 낳은 지역을 보면 제도화의 수준이 높은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원주, 완주, 평택지역의 로컬푸드 지원조례는 ① 지역 식량 계획 수립 및 지역 식량정책 협의회 구성(일종의 거버넌스 체계)과 운영 ② 로컬푸드 인증 체계 구축을 위한 인증 방안 ③ 지역 유통업체, 지역 소생산자 및 로컬푸드 교육 홍보에 대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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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평택로컬푸드 http://cafe.daum.net/ptlocalfood

    지역 네트워크 구축과 제도화는 거버넌스 체계를 통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 이 체계는 지역사회 다양한 주체들의 먹을거리 생산 및 소비의 지속 가능성을 목표로 한다. 로컬푸드는 로컬 거버넌스를 통한 참여와 소통과정의 구조화를 통해 지역사회의 신뢰와 공감대 형성에도 기여할 것이다.

    나아가 로컬푸드 운동은 신자유주의적 지배력의 틈새와 국가와 시장 ‘사이·너머의 여백’을 활용 ‘지역이라는 삶의 장에 대한 의미 복원과 창조의 가능성(생태적 재지역화)’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계속>

    필자소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전임대우 강의교수, 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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