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의 종착지는?
그의 선택에 진보도 주목해야
    2014년 11월 05일 11:2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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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최근 새정치연합의 당권파로 부상하고 있는 친노 계파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는 것은 물론 당의 근본부터 혁신하고 개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장의 강도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특히 그는 10월 29일 호남지역 ‘경청투어’에서 “호남 다수의 여론은 ‘특정 계파가 당권을 장악하게 되면 그 당은 지지할 수 없다, 그때는 100% 신당으로 가야 된다’는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신당 창당 시기에 대해 “연말까지 좀 더 지켜보고 원로들의 의견을 듣고 동지들의 뜻을 모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 고문의 이러한 행보는 신당 창당은 기정사실화 하되 시기와 방식 등에 대해서는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보수 성향이 강한 다른 비노(무현 계파) 그룹이나 중도파와 달리 ‘합리적 진보’를 뚜렷하게 지향하는 그의 정치 노선은 신당 창당으로 나가더라도 ‘누구’와 함께 하게 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노에 거리를 두는 김한길, 안철수 전대표나 정대철 상임고문 등의 행보와는 바라보고 지향하는 방향이 다른 것 때문이다.

정동영, 노무현 정부 각료였지만 ‘비노’인 이유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나 행정부처의 각료를 맡았지만 ‘친노’와는 거리가 멀거나 스스로를 ‘비노’라고 규정짓는 정치인들이 있다. 또는 친노라고 하더라도 새정치연합 내 친노세력 다수의 행보와는 거리를 두면서 다른 길을 걷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은 대표적 친노 인사이지만 현재의 새정치연합과는 일찌감치 거리를 두고 국민참여당-통합진보당을 거쳐 현재는 진보정당인 정의당에 참여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경제비서관이었던 정태인 전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 원장 역시 민주노동당-진보신당(현 노동당)에 입당했다가 현재는 정의당을 지지하고 있다. 정의당의 천호선 대표 역시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한 인물이지만 새정치연합에는 참여한 바 없다.

정동영 고문은 참여정부 당시 통일부장관이었으며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의 17대 대선 후보이기도 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친노 계파를 비판하고 스스로를 비노라고 규정짓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민주당 정부 10년에 대한 평가와 맞닿아 있다. 이와 관련해 정 고문은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특정 계파(친노)로 지칭되는 사람들은 (참여정부의) 과오에 대해 인정하기 싫어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관련기사 링크)

정 고문은 당시 인터뷰에서 참여정부가 ‘시대적 과제’를 오판했다고 봤다.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국민들의 삶이 피폐해진 가운데, 노무현 정부는 당시의 시대적 과제를 정치개혁으로 읽었는데, 그것이 오판이었다고 것이다. 피폐해진 IMF 이후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게 참여정부의 시대적 과제였다는 평가이다.

특히 한미FTA 협상 문제가 직격탄이었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정태인, 유시민, 천호선 등 새정치연합에 참여하지 않고 거리를 두고 있는 정치인들 역시 한미FTA 체결에 반대한 인물들이다. 민주당-새정치연합으로 이어지면서 당 내 세력을 형성한 친노그룹과는 상이한 행보이다.

정 고문은 민주당-새정치연합에 잔류하면서도 참여정부의 과오에 대해 공개적 반성문을 제출한 유일한 정치인이다.

결과적으로 친노 계파의 정체성이란 정세균 의원이 주장하듯 ‘그저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이라고 하기에는 정체성이 확고하다. 참여정부의 ‘과’는 숨기고 ‘공’만 내세운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런 점에에서 친노 계파가 당권을 거의 장악해 가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친노그룹에 대해 과거에 대한 반성과 당의 혁신을 촉구하는 정 고문의 행보는 새정치연합 입장에서는 수용하기도 거부하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정동영 야당

10월 30일 문화다양성포럼 등5단체 주관의 토론회

새정치연합의 ‘중도 강화론과 정동영의 ‘합리적 진보’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새정치연합은 부랴부랴 ‘진보’라는 말을 선점하기 시작했다. 진보정당에서 추진해왔던 무상급식 등 각종 복지정책을 퍼다 나른 결과 지방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맛보았던 새정치연합은 진보정당의 분열과 몰락의 과정에서 나름의 정치적 성과를 챙기기도 했다.

하지만 복지와 경제민주화 등 상당히 진보적 색깔을 강조했던 2012년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패배한 이후, 새누리당보다 스펙트럼이 넓은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대선 패배에 대한 평가를 둘러싸고 상당히 상이한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대선 패배의 원인을 ‘좌경화’로 진단하면서 우경화의 길을 선택하면서 중도강화론이 다수를 형성한 것이다. 중도강화론의 대표적인 인사들이 김한길, 안철수 전 대표와 정세균 의원들이다.

그럼에도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역대 최악이다. 정동영 고문은 이러한 원인을 ‘나는 누구인가’, ‘누구를 대표할 것인가’ 등 당의 정체성과 가치 노선이 모호하거나 부재한 것에 있다고 진단을 하고 있다.

실제로 문재인 후보가 대선 때 역대 선거 역사상 민주당 후보로는 가장 높은 득표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의 절반도 되지 않는 이유는 야권 지지자들이 ‘최악보다는 차악,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을 선택했다는 의미이다. 당연히 박근혜 반대의 대안이라는 이유로 투표한 이들이 새정치연합이라는 정당을 지지할 동기는 약하거나 미약했다.

새정치연합의 현 상태로는 정권교체는커녕 다음 총선 때 현재의 의석수를 유지하기도 힘들다는 게 정 고문의 진단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 의원은 <레디앙> 인터뷰에서 향후 새정치연합이 지향해야 할 노선과 정체성이 중도강화론이 아니라 ‘합리적 진보’이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여기서 ‘합리적’이라는 수사를 붙인 이유는 486세력이 대거 포진해 있는 새정치연합의 ‘진보’란 ‘민주-반민주’의 프레임에 입각한 진보론이고, 반독재 담론의 연장에 있는 것이며 이는 시대적 변화와 흐름을 읽지 못하는 인식틀이라는 평가가 깔려 있다.

실제로 정 고문은 지난 8월 비례대표제포럼 주최로 열린 ‘야당, 어디로 가야 하는가’의 주제의 토론회에서도 “민주-반민주 구도의 끝자락에 머물러 있는 껍질을 벗어버리고, 보수정권 창출을 원하는 저쪽 세력과 진보 및 민주정부를 원하는 국민들 간 선명한 진보-보수 구도를 정립하는 데 나서야 한다”며 ‘합리적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 정 고문과 함께 발제자에 나선 김영춘 전 의원이나 이언주 전 원내대변인은 정 고문의 ‘진보정당’에 대한 지향에 회의감을 표했으며, 최원식 의원은 한미FTA 문제에 대해 ‘수권정당으로서의 불가피한의 한계’라고 반박했다.

정 고문과 이와 유사한 주장을 펴는 천정배 고문 등의 주장에 동의하며 새정치연합에 매서운 비난을 보낸 이들은 오히려 당 밖의 진보적 지식인들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한홍구 성공대회 교수와 고원 서울과기대 교수는 중도강화론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당을 혁신하기 위해 청년비례제를 도입하고 ‘참신한’ 인물인 안철수를 영입하면서 정동영과 천정배를 올드보이 취급하고 있지만, 정작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과거에 갖힌 이들은 오히려 이들보다 10년 이상 젊은 486이라고 힐난했다.

‘합리적 진보’, 누구와 할 것인가?

정 고문의 행보나 새정치연합의 현재 모습을 살펴보면 접점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10년의 민주정부에 대한 재평가는 물론 정당구조의 혁신, 노선의 재정립 문제 등 모두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도강화론을 내세우며 친노와 대립각을 세우는 김한길 안철수 전 대표나 친노와 가깝지만 중도론을 주장하는 정세균 의원, 친노세력과 486 정치인들 모두 계파적으로는 일정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중도강화론’ 주장으로는 수렴되는 상황이다.

지난 몇 년간 희망버스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면서 비정규직 문제와 영세자영업자의 문제가 정치가 풀어야 할 가장 우선적인 과제라고 주장해온 행적과 최근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서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타협적인 태도를 강하게 비판해온 정 고문의 행보는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보다는 시민사회와 범진보진영에서 상당한 호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정 고문이 현재까지는 새정치연합의 ‘합리적 진보정당’으로의 혁신과 개조를 주장하고 있지만 그 종착점은 멀지 않아 보인다. 정 고문이 새정치연합의 개조로 방향을 잡는다면 내년 초의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지만, 그렇지 않고 개조와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서면 신당 창당 등 새로운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정치적 선택의 고비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 고문이 전북 지역 등 호남지역을 다니며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정치적 선택이 임박한 상황에서 자신의 지지 기반의 여론을 수렴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가 개인의 행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지세력을 결집하고 함께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 고문은 전주 덕진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당선될 만큼 호남 특히 전북에서는 지지 기반이 상당한 편이다. 호남이라는 지역주의에 의존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지만 지역주의적 접근이 아니라 ‘합리적 진보’라는 가치와 자신의 지지기반을 결합시키고 싶은 속내가 비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 고문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새로운 합리적 진보정당을 만드는 행보로 나선다면 시민사회와 범진보진영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의 접점은 형성되기 어려웠지만 세월호 국면이나 비정규직 문제, 정치개혁에 대한 관점에서 시민사회, 범진보진영과 대화하고 만날 수 있는 접점은 상당히 형성된 탓이다.

특히 진보정당들 역시 진보정치 재편과 통일 문제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정동영 발 진보적 신당 문제가 제기된다면 새로운 자극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새정치연합 개조론이나 김한길 안철수 등의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사이의 비노 중도 신당 모색과는 성격이 다르고 또한 새누리당-새정치연합의 양당 독점체제에 대한 균열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진보정당 입장에서는 위기이기도 하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분화 분열되어 있는 진보정당들 속에서 범진보진영의 새로운 재편과 모색의 자극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1야당의 집권 경험을 가진 세력들과의 접점은 국민들의 진보진영의 국정 운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일정하게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마이너스 요인도 있다. 정 고문의 영향력이 적지는 않지만 이미 흘러간 옛 인물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으며, 그와 함께 움직이는 세력들이 진보적 정체성이 뚜렷하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하여튼 정 고문의 행보의 종작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어떻게 그 종착지가 드러날지는 모르지만 새정치연합 내에서 일정한 지분을 가진 정치인으로 남거나, 아니면 새정치연합의 틀을 깨고 새로운 광야에 서는 것, 그 두 가지밖에 선택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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