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명의 불꽃, 로자의 사상
    [책소개] 『로자 룩셈부르크의 사상』(토니 클리프/ 책갈피)
        2014년 11월 01일 01: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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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자 룩셈부르크는 1871년 폴란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사회주의 운동에 적극 뛰어들었고 20대에는 독일로 건너가 노동운동에 참여했으며 1919년 47세로 반혁명 세력에게 살해당해 죽는 날까지 혁명적 사회주의자로서 불꽃 같은 삶을 살았다.

    이 책은 열정적 투사이자 뛰어난 사상가로서 국제 사회주의 운동에 역사적 기여를 한 로자 룩셈부르크의 사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핵심을 추리고 때때로 비판적 논평도 가하며 룩셈부르크 사상의 정수를 소개한다.

    저자인 토니 클리프는 1917년 팔레스타인에서 태어나 혁명운동에 참여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혁명적 사회주의 조직(현재 사회주의노동자당)을 건설했고 2000년에 사망할 때까지 평생을 혁명적 사회주의 운동과 조직 건설에 헌신했다.

    클리프는 1959년에 처음 이 책을 썼는데 당시는 스탈린주의가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좌파 세력이었고, 스탈린주의를 거부한 사회주의자들은 대부분 서유럽의 사회민주당을 대안으로 생각했다.

    그는 스탈린주의와 사회민주주의적 개혁주의가 비슷한 방식으로 왜곡하고 질식시킨 고전 마르크스주의 전통의 핵심 사상인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 사상, 즉 노동자들이 스탈린주의 관료나 사회민주당 의원에 기대는 게 아니라 투쟁을 통해서 스스로 해방한다는 사상을 부활시키고자 노력했고 그 일환으로 이 책 《로자 룩셈부르크의 사상》을 썼다(1972년 가장 권위 있는 로자 룩셈부르크 전기인 파울 프뢸리히의 《로자 룩셈부르크: 사상과 실천》 영어판이 출간될 때, 프뢸리히 부인의 요청으로 머리말을 쓰기도 했다).

    로자19

    저자는 룩셈부르크를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 트로츠키와 함께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 전통에 있는 핵심 인물로 꼽는다. 클리프는 룩셈부르크의 저작 전체가 “개혁주의에 맞서는 투쟁”이라고 평가하며 자본주의를 타도하는 게 아니라 수정하는 것으로 노동운동의 목표를 축소한 개혁주의에 맞서 룩셈부르크가 펼친 날카로운 공격을 소개한다.

    1898~99년에 독일 사회민주당의 주요 이론가인 에두아르트 베른슈타인의 사상을 반박하며 마르크스주의의 혁명적 원칙을 옹호한 《개혁이냐 혁명이냐》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며 클리프는 이 사상이 오늘날에도 유효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대중파업과 혁명의 관계를 다룬 룩셈부르크의 저작 《대중파업》을 소개하며 노동계급의 혁명적 주도력에 대한 굳은 신념과 계급투쟁에 관한 예리한 통찰력을 높이 산다. 1905년 러시아 혁명의 경험을 다룬 《대중파업》에서 룩셈부르크는 노동자 대중의 투쟁과 창조성을 진정한 사회변혁의 핵심 특징으로 봤고, 개혁주의자들의 생각과 달리 혁명적 시기에는 경제투쟁과 정치투쟁 사이의 장벽이 무너진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또, 독일 사회민주당과 제2인터내셔널 내 기회주의자들이 제국주의 지지로 기울며 국제 노동운동의 대의를 배신한 데 맞서 룩셈부르크가 국제주의 원칙을 지키며 싸운 용기 있는 투쟁도 소개한다.

    클리프는 룩셈부르크가 노동계급의 주도력과 자발성을 옹호하고 계급투쟁에 관한 통찰력을 보여 주고 국제주의를 고수한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룩셈부르크 사상의 약점을 비판하는 것도 삼가지 않는다.

    그는 민족 문제와 혁명 조직의 성격 같이 실천상 아주 중요한 문제에서 룩셈부르크가 드러낸 약점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파악한다. 그러면서도 룩셈부르크의 역사적 가치를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초판 머리말에서 밝혔듯이 ‘모든 것을 의심하라’를 좌우명으로 삼은 로자 룩셈부르크의 정신을 따라 클리프는 “룩셈부르크를 존경하면서도 비판하는 정신으로 이 책을 썼다.”

    저자는 룩셈부르크 사상의 약점을 비판했지만 한국어판 머리말에서 밝혔듯이 룩셈부르크의 저작과 생애를 “우리가 배울 수 있고 또 배워야만 하는 사상과 경험의 풍부한 원천”으로 꼽기 주저하지 않았다. 자본주의가 세계적 위기를 겪으며 엄청난 불평등과 대규모 빈곤, 제국주의 전쟁과 분규가 끊이지 않는 오늘날, 한 세기도 더 전에 의회를 통해 자본주의를 인간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반대한 룩셈부르크의 통찰은 더욱 빛난다. 룩셈부르크는 뛰어난 예지력으로 인류의 운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르주아 사회는 사회주의로의 변혁이냐 아니면 야만 시대로의 복귀냐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 우리는 제국주의의 승리와 고대 로마처럼 모든 문화의 쇠퇴, 즉 파괴, 황폐화, 퇴보, 입 벌린 무덤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사회주의의 승리, 즉 제국주의와 그 방책인 전쟁을 의식적으로 공격하는 국제 노동계급의 승리를 택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것은 세계사적 선택의 기로다. 주사위는 계급의식적 프롤레타리아가 던질 것이다.”

    “마르크스 이후 최고의 사상가”, “혁명의 예리한 검이자 불꽃”으로 불린 로자 룩셈부르크의 핵심 사상을 간명하게 다룬 《로자 룩셈부르크의 사상》은 한국의 독자들이 룩셈부르크가 남긴 귀중한 유산에 접근하는 데 유용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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