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게 갈비 속살 즐기는 '떡갈비'
[내 맛대로 먹기] 스테이크에서 맛 볼 수 없는 오효하고 감칠 맛 나야
    2012년 07월 06일 11:3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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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는 매실에 관한 이야기를 쓰려고 했었다. 6월 하순에 수확한 매실이 가장 맛과 영양이 뛰어나고, 슬로우푸드라는 것이 우리 사회에도 전파되면서 새롭게 각광을 받은 것 중에 하나가 매실이기 때문이다.

최근 우연히 길에서 만난 직장 동료 부부는 올해 매실엑기스만 30kg씩이나 담근다고 해서 나를 놀라게 했다. 원고를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집에서 먹으려고 나도 진작 유성 5일장에 나가 매실 5kg을 사서 매실 절임과 매실 엑기스를 담갔다. 그런데 정작 원고 쓰기는 다음으로 미루었다. 매실엑기스를 만들기 위해 매실과 거의 같은 무게 이상으로 넣게 되는 다량의 설탕이 매실과 어우러져 어떤 변화를 겪는지를 언급하고 싶었는데 근거 자료를 찾지 못했다. 혹여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관련 정보를 알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실 대신에 뭘 쓰나 하고 고민하던 차에 대학 시절 친구들을 만났다. 남도의 어느 이름난 음식점 이름을 내건 서울의 한정식 집이었다. 길게는 30년을 만나지 못한 친구도 있었는데 우리는 마치 한달만에 다시 만난 것처럼 금세 옛날로 돌아갔다. 갖가지 음식과 술안주들이 상을 채우고 우리는 먹고 마시고 떠들었다.

술기운이 적당히 올랐을 때 새로 들어온 안주가 떡갈비였다. 떡갈비는 남도의 그 음식점을 대표하는 식단이었고, 나는 오래 전에 그 곳을 다녀온 적이 있으니, 술김에도 바로 떡갈비 접시에 관심을 보일 밖에. 소주 한잔 들이키고 떡갈비 한 점을 떼어내어 반갑게 씹었다. 아, 그리고는 급 실망. 다진 쇠고기 조각들이 촘촘하게 배열된 것은 햄버거 패티와 분명 달랐지만 맛은 아무리 좋게 봐주어도 값비싼 수제 햄버거 수준보다 못했다.

그리하여 계획하지 않았던 떡갈비에 관한 글을 쓴다. 떡갈비는 전라남도 고유의 음식이라고 한다. 어떤 대감 양반이 이빨도 부실한 터에 갈비 먹기가 번거롭다고 아랫사람들을 들볶아 탄생한 음식일 수도 있고 손님 접대용으로 특별히 마련했을 수도 있겠다. 한창 일할 어린 소를 잡을 수는 없던 때에 늙어 죽은 소의 질기디 질긴 갈비를 먹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만든 음식일 수도 있다.

어쨋거나 떡갈비는 갈빗대를 통째로 들고 뜯지 않고 우아하게 갈비 속살을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나에게는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반찬으로서 의미가 더 크지만.

내가 떡갈비를 집에서 해먹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된 일은 아니다. 몇 해 전에 전라도 지역으로 가족여행을 나섰다가 담양과 해남 지역의 떡갈비를 맛보게 되었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지만 당시에도 1인분에 2만원이 훌쩍 넘는 떡갈비를 마음껏 먹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집에 돌아가면 아빠가 떡갈비를 해주겠노라고 약속을 했다.

갈비탕이나 갈비찜은 집에서 이따금 해먹긴 했지만 떡갈비는 그 때 처음 먹어본 것이라 막상 약속을 해놓고서도 한참 망설였다. 요리책을 펼쳐보고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재료나 만드는 방법이 각양각색이었고, 자칫하면 평범한 햄버그스테이크를 만들게 될 것 같았다. 사실 떡갈비는 쇠고기를 잘게 다져서 반죽을 만들어 빚는다는 점에서 햄버그스테이크와 만드는 방법이 매우 흡사하다.

여러 차례 공부하고 궁리하다가 마침내 어느 주말 작심하고 찜갈비 덩어리를 넉넉히 샀다. 정육점에서 갈비살만을 분리해서 팔기도 하지만 갈비의 살과 뼈를 분리하는 과정부터 시작하고 싶었다. 갈비를 종이타올로 꼭꼭 눌러 핏기를 모두 빼고 갈비뼈에 붙은 뼈껍질이나 막 부분을 일일이 제거하고 나서 갈비살을 일일이 다지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또 하나의 새로운 음식에 도전한다는 기대감과 설렘이 작업을 경쾌하게 해주었다.

처음 만든 떡갈비에 대한 식구들의 평가는 남도 여행에서 먹어본 것들보다 맛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먹어봐도 등심구이나 안심스테이크에서 맛볼 수 없는 오묘하고 감칠 맛이 났다. 내 실력의 좋아서가 아니라 2시간 이상 오롯이 바친 정성에서 비롯된 맛이었으리라. 호주산 찜갈비 800그람 사는데 2만원쯤 들었는데 몇 갑절 이상의 값어치를 한 셈이었다. 식구들의 호평에 힘입어 그 달에만 두 번이나 떡갈비를 만들어야 했고, 그 후로는 아이들이 특별히 요청하는 식단이 되었다.

직접 해먹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팁. 나는 애써 갈비에서 고기(갈비살)를 발라내서 시작했지만 아무래도 갈비살부터 시작하는 것이 편하다. 그리고 떡갈비는 석쇠구이를 해서 먹어야 제 맛이 난다. 하지만 집에서 일일이 석쇠에 굽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후라이팬에 놓고 소스를 끼얹으며 약한 불로 구워도 맛은 괜찮고, 정히 석쇠구이를 원한다면 후라이팬에서 살짝 익힌 다음 석쇠 위에서 직화구이 냄새가 배도록 다시 한 번 가볍게 구워도 좋다.

참, 떡갈비는 갈비살로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갈비살을 성글게 다지고 곱게 다진 일반 쇠고기를 섞어 반죽해서 만들면 갈비의 씹히는 맛도 살아있고 모양새도 예쁘게 만들기 쉽다. 이 때 갈비살과 일반 쇠고기의 비율은 1:1 이나 2:1 정도가 좋다.

 

<재료>

-갈비 800그람 또는 갈비살 500-600그람
-밤 2-3개, 대추 5-6개, 호두와 잣 약간: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씹는 맛과 영양을 더해 준다. 모두 잘게 다져서 준비한다.
-양념: 참쌀가루 2큰술, 배즙 3큰술, 간장 2큰술, 참기름 1큰술, 매실엑기스1큰술, 꿀 1큰술, 다진 파 2큰술, 다진 양파 3큰술, 마늘 1큰술, 레드와인 1큰술, 소금과 후추 약간
-소스: 간장 2큰술, 육수 2큰술, 꿀 2작은술, 설탕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후추 약간

<만들기>

(1) 갈비에서 살만 분리해서 일일이 썰어서 다진다. 칼로 총총 다지면 칼날에 기름이 묻어나오는데 종이타올로 닦아가면서 다지다보면 자연스럽게 기름기가 줄어든다.
(2) 밤, 대추, 호두, 잣 등의 견과류를 곱게 다진다. 잘게 다질수록 떡갈비가 잘 뭉쳐진다.
(3) 다진 갈비살과 견과류, 준비된 양념을 섞어 치대면서 반죽을 한다. 반죽은 어느 정도 끈기가 있어야 잘 뭉쳐지고 또 익어도 쉽게 떨어지지 않으므로 많이 치대는 것이 좋다.
(4) 반죽을 절편 정도의 크기로 모양을 만들어서 후라이팬에 얹어 약한 불로 굽는다. 양쪽 표면이 익으면 소스를 약간 끼얹어서 속까지 익힌다.

필자소개
이성우
전 공공연맹 사무처장이었고 현재는 공공연구노조 위원장이다. 노동운동뿐 아니라 요리를 통해서도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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