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앞세워
비정규직 죽이려는 현대차
불법파견 1심 판결 뒤집으려 정규직 대상 서명 벌여
    2014년 10월 31일 11:5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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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밴드에 올라온 한 장의 서명 용지 사진을 보면서 순간 머리가 삐쭉 설 정도로 놀랐다.

‘아~ 회사 측이 최근 22개 단체(회사측 목표)를 동원해서 불법파견 1심 판결에 대해 비난하고, 폄훼를 하더니(관련 글 링크) 결국 회사 측이 하고자 한 목표는 이것이었구나’라는 깨달음에 이른다.

불파서명(아산)

현대차 아산공장에 도는 서명용지

위 사진의 서명용지는 오늘(29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엔진1부에서 발견된 것이다. 아산공장에서 활동하는 활동가가 서명용지를 발견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느껴 내가 가입된 밴드에 사진을 올렸다.

​현대자동차지부 아산위원회의 신속한 대응으로 서명작업을 중단시켰고, 이따위 서명이 계속되면 생산협조 중단까지 회사 측에 통보했다고 한다.

​​서명용지의 내용을 보면 “아산 엔진1부 직원 일동은 2014년 9월 현대자동차 사내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서울 중앙지법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 판결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시작한다. 그리고 “… 기업의 기본적인 경쟁력을 약화시켜 대규모의 장기적인 ‘고용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는 불씨를 제공하고 있다”라며 정규직노동자의 고용불안 심리를 부추키며, “우리는 1심 판결로 야기된 혼란을 종식하고, 합리적인 고용 시스템과 안정적인 산업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현명한 법적 판단을 재고하여 주기를 강력하게 희망한다”며 1심과 다른 법원 판결을 압박하고 있다.

​참, 기가 막힌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9월 18일, 19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1,200명이 넘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판결에 대해서 “불복”하여 항소장을 제출해놓았다.

그리고 회사 안에서는 관리자들과 동호회 등을 앞세워 “1심 판결이 잘못되었으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조의 대자보를 동시에 쏟아내도록 만들고, 언론들은 이런 대자보 내용을 근거로 “1심 판결로 인해 현장에 혼란이 심각하다”는 식으로 부풀려 보도를 했다. 그러자 마지막으로 회사는 정규직 직원들의 “집단 고용불안” 심리를 부추키며 1심 판결을 뒤집는 결과를 촉구하는 전 직원 서명작업에 돌입한 셈이다.

회사가 저런 서명을 받아서 어디다 이용을 할 것인가?

항소심 법원에 “현대자동차 직원들의 뜻(바람)”이라며 수만 명의 서명요지를 제출할 것이고, 언론을 통해서 “봐라.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들은 스스로의 고용불안을 우려해 불법파견 판결을 반대하고 있다”라는 선전에 저 서명용지를 사용할 것이다.

​이런 상황으로 치달으면 조중동을 필두로 한 대한민국 보수언론들은 어떻게 나올까?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들의 추악한 본질을 봐라. 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동안 자기 배만 채우며 귀족노조 행세하더니, 이제 그것도 모자라서 자신들이 짤릴까 겁이나니, 법원조차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해 준 현대자동차 사내 비정규직​노동자를 평생 비정규직으로 부려먹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발버둥치고 있는 꼴을”

여기까지 가면 정규직노조도 망하는 것이고, 노조가 망하면 정규직의 고용안정도 한여름 개꿈일 뿐이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회사 측의 음모에 대처해야 한다.

수천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불법적으로 사용해 온 현대자동차 회사 측이 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이 내려지자,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합법적으로 바로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범죄행위를 저지른 회사 측이 정규직 노동자들을 앞장세워 “법원 판결이 잘못되었으니 바꿔 달라”고 서명을 하란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상당수는 현대자동차 정규직의 아들, 조카, 후배들이다. 그런데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나의 아들, 조카, 후배들이 정규직 되는 걸 막을수 있도록 1심 재판 결정을 반대한다”는 서명을 하라고 겁박하는 꼴이다.

​불법파견 1심 판결을 뒤집기 위해 회사 측이 정규직 조합원들을 이용하겠다는 음모가 분명히 드러난 지금, 현대자동차 지부는(지부가 주춤하면 현장 활동가들이) 조합원들 대상으로 추진하는 서명작업을 전면적으로 중단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후 항소심 진행 과정에서 재판부가 1심 판결과 같이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라는 “올바른” 판결을 촉구하는 전 조합원 서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회사측이 꺼내든 이이제이(​以夷制夷)에 말려들어 현대차노조도 망하고, 정규직도 망하고, 비정규직도 망하는 어리석은 행위는 단호히 차단해야 한다.

필자소개
박유기
전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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