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주둥이를 닥쳐라!
김형식 수사, 재판에 대한 이견
[프로파일러의 범죄이야기] '유죄'일 수 있지만 이건 아니다.
    2014년 10월 31일 10:0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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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재판의 목적은, “평균적으로 가장 범인일 것 같은 사람”을 찾아내서 벌주는 것이 아니다. ‘바로 그’ 범인을 찾아서 벌주는 것이다. 그래서 오죽하면 무죄의 가능성이 단 1%만 존재해도 유죄로 판결할 수 없다는 금언도 있는 것이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형사사건의 경우 직접 증거가 아닌 간접 증거를 채택하는데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것이다.

며칠전 김형식 전 서울시의원 사건의 선고가 내려졌다. 김형식은 무기징역, 팽씨는 25년형이 선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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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재판부가 형을 선고한 이유에 대해 정리한 것이다.

(오마이뉴스 이병한 기자의 ‘선고공판 정리기사’ 참조 정리)

– 동기:

1) 5억2000만 원을 받았다는 증거: 매일기록부와 차용증

(1) 차용증 강제 작성 부정: “피고인은 술을 마시던 중 피해자의 요청에 의해 서명하고 지장을 찍었다고 주장하지만, 돈 관계에 민감한 정치인이 5억2000만 원 차용증에 그렇게 서명했다는 것은 전혀 납득할 수 없다.”

(2) 매일기록부는 그 자체로 신빙성이 높고, 피고인에 대한 부분은 차용증과 정확히 일치

2) 상업지구 용도변경 대가여부

(1) 매일기록부와의 연관성: 강서구청 관계자들에게 줄 돈을 가져갔다고 한 이후부터 계속해서 용도변경이 시도

(2) “피해자는 피고인을 통해 2014. 4월경 상업지구 용도변경이 가능성 신뢰, 대비

– 팽씨와의 관계

1) 팽씨의 살인 현장 분석

(1) 팽씨가 손도끼를 휘두르는 CCTV 장면에서 살인의 고의가 보인다는 점

(2) 살해 후 팽씨가 피해자의 지갑과 손가방, 금고에서 돈을 가져오지 않은 점

2) 김형식이 팽씨를 사주했다는 부분

(1) 김형식과 팽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 내용

(2) 김형식이 지속적으로 팽씨에게 금전을 제공

(3) 경찰이 팽씨를 용의자로 특정해 조사할 당시 팽씨가 지인에게 보낸 문자에서 청부살인이 언급된다는 점 등을 지목하며, 김형식의 사주에 의해 살인을 저질렀다는 팽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3) 반증:

(1) “오랫동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김형식으로부터 여러 도움을 받던 팽씨가 이 사건 전후에 김형식에게 특별히 악감정을 가질 아무런 사정이 엿보이지 않는다.”

(2) 변호인 측은 김형식이 피해자 송씨를 죽이라고 시킬 아무런 동기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반대로 팽씨가 단독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것을 김형식에게 뒤집어씌울 아무런 동기가 없다.

이에 변호인은 “억울하다, 검찰의 언론플레이에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항소할 뜻을 밝혔는데, “이번 판결은 동기나 조건·대가·압박 여부 등 어느 모로 보나 잘못된 판결로서, 항소해서 반드시 무죄를 받도록 하겠다. 우리는 재판에만 충실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경찰과 검찰의 언론플레이에 당했다며 잘못된 언론플레이를 통해 그동안 피고인에 대해 유죄의 심증을 배심원들에게 심어주고 국민 여러분에게 심어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잘못된 것 하나하나를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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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교사 사건의 경우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동기’와 ‘둘 사이에 이루어진 교사 내용’이다. 그런데 위에서 보듯이 재판부의 판단에서 다른 여타 부분은 말 그대로 간접증거로서 김형식이 송씨의 살인을 교사했다는 증거로 채택될 수는 없다.

반면 살인교사의 동기를 지적해주는 부분의 경우 정반대의 해석을 포함,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 피살된 송씨와 김형식 사이의 갈등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고, 상업지구 용도변경이 살인교사의 이유가 되는지도 의문이다. 그리고 교사의 내용을 이루는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내용도 직접적으로 교사를 했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 없다.

이 사건의 증거들로 제출된 것들은 거의 대부분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들뿐이다. 100% 부정할 수 없이 확실하게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 동기도 부패한 정치인과 지역 토호 사이의 관계에서 일반적으로 유추되는 부분일 뿐이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송씨와 관계된 (송씨의 뇌물을 많이 받아먹은) 지역의 많은 정치인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억울하게 거의 천억에 가까운 부동산을 송씨에게 빼앗긴 일본에 거주한다는 송씨의 친척은 어떻게 할 것인가? 오히려 후자들에게 더 큰 동기가 있지 않은가?

다음으로 팽씨가 송씨를 살해할 당시의 현장분석도 단순한 강도사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해서만 언급할 뿐이다. 즉 돈과 기타 금품을 손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그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는데 만약 그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닌 ‘어떤 것’의 존재가 있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유력한 정치인에게 제공한 금전 장부나 각서가 거기에 있었고 그것을 노린 것이라면 그럴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정리하자면 이번 판결을 위해 검찰이 제출한 것들은 김형식이 살인을 교사했을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는데 대략 70% 정도의 의미를 지닌 것들이다. 동기도, 교사내용도, 그 외 다른 것들도 모두 70% 정도의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그러니까 결론도 김형식이 70% 정도 살인을 교사했을 것이라는 것이 이번 판결의 결론이다.

증거 하나하나(A, B, C, D 등)를 엄정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A가 가지는) 나머지 30%의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나머지 (A의) 30%의 가능성을 다른 (B의) 70%의 증거로서 설명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다른 (B) 증거의 30%는 또 다른 (C) 증거의 70%로 설명하고 그 증거의 30%는 또 다른 (D) 증거의 70%로 설명한다. 세상에 이런 형사사건 재판이 어디에 있는가?

이런 재판을 여론 재판이라고 하는 것이다. 증거는 가장 정확한 직접적인 증거 하나로 충분하다. 그리고 각각의 증거들은 독립적으로 해석되고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다. 서로 의존적으로 연관된 증거들은 그 자체로 증거능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증거들을 꿰어가지고 유죄로 선고했다는 사실이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김형식 건

방송화면. 김형식과 팽씨(왼쪽)

그래서 분명하게 말하지만 이번 사건은 김형식의 유죄 여부와는 무관하게 한국 수사/기소/사법체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번 사건은 한국 사법체계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다. 과거에도 지금도 범죄수사를 이런 정도밖에 하지 못하는 무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건이다.)

만약 이런 방식으로 다른 형사사건을 수사/기소/재판 등을 하게 된다면 유죄를 받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열 명의 범인을 놓치는 한이 있어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사법체계의 금도는 어디에 간 것인가?

더 큰 문제는 이런 수사 관행, 기소 관행, 재판 관행에 따라 수사와 기소, 재판이 이루어진다면 굳이 힘들여서 어렵게 수사를 하고 증거를 찾을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건과 관련된 범죄를 저지를 만한 특정의 사람을 예단해서 대충 잡아서 대충 수사해서 대충 기소하고 재판해서 유죄판결을 받으면 사건은 끝나는 것이다.

이게 무슨 정의로운 사회인가? 이럴 때 재판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대충 여론 조사해서 결과가 유죄라고 나오면 유죄로 판결하면 될 것이 아닌가?

그래서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번 사건은 이른바 정의라는 이름으로 사회가 파쇼화되어 가는 전조로 보이는 것 같아 두려움이 앞선다. 복잡하고 귀찮게 진실을 찾으려고 하지 않고 누군가 절대자가 들려주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사회, 그것이 바로 파쇼화된 디스토피아의 세계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그 문턱에 있는 것이다.

1894년 프랑스의 운명을 가른 ‘드레퓌스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 있어서 드레퓌스의 유죄 여부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유대인이었기에 그는 유죄가 되어야만 했고 기득권자들은 이 사건을 통해 반유대주의를 선동했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김형식이라는 부패한 정치인의 유죄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가 운동권이었고 야당이고 국민들은 부패한 정치인을 누구보다도 싫어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실제 증거가 어떻든 그는 유죄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드레퓌스 사건에서 드레퓌스는 실제 무죄였지만 이번 사건의 김형식이 무죄인지는 불분명하다.

드레퓌스 사건에서 기득권자들의 정치적인 선동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보수언론들이었듯이 이번 사건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종편/보도채널들이다. 물론 공중파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특히 종편/보도채널의 책임을 거론하는 것은 그들이 사회에 대해 지금하고 있는 작태들 때문이다.

출범 초기부터 지금까지 종편/보도채널에는 거의 고정적으로 출연하는 논객들이 있다. 전문가들이라고는 하지만 그것보다는 언론에 한번 나와서 출세해보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그 직업군으로 변호사들이 제일 많고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사람들, 언론인 출신, 교수 출신 등이 그들이다.

그들의 대부분이, 일베와 관련된 인물을 비롯해서 이른바 자칭 타칭 ‘보수 논객들’이다. 이들 대부분이 편협하고 편향된 시각으로 시청자들을 현혹하는 사람들인데, 세월호 참사와 유병언 관련 사건 등을 비롯해서 거의 대부분의 사회 이유에 대해 기득권 세력과 정권의 입에 맞게 재단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종편/보도채널들은 그들이 자랑하는 논객들을 앞세워 김형식 범인 만들기에 총력을 쏟아왔다. 사건 자체에 대한 자극적인 접근은 물론이거니와 사건의 본질과는 무관한 김형식의 과거 운동권 경력까지 깊숙이 파고 들었고 김형식과 관련된 사람들을 진부 여부와는 무관하게 부패한 정치인으로 몰아세웠다.

그런데 정작 이런 형사사건을 다루는데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 자체 혹은 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찾고 분석하려고 다각적으로 접근하려고 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일단 김형식을 범인으로 예단하고 그 다음부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직접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에 관계된 검찰이나 경찰, 그리고 종편에 거의 고정으로 출연하는 검사 출신 변호사 혹은 그냥 변호사, 경찰행정학과 교수 등이 유죄의 증거로 강력하고도 유일하게 주장했던 것이 바로 ‘팽씨의 일관된 진술’이라는 것을 그대로 밀고 나간 것이었다.

특히 검찰 출신 변호사라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이라면서 이런 진술을 하는 경우 100% 유죄라는 식으로 결론을 내려버린다. 결국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인데도 종편/보도채널에서는 이미 김형식이 범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일관된 진술이라는 것에는 함정이 하나 있다. 만약 팽씨가 처음부터 김형식을 이번 사건에 끌고 들어가려고 혹은 다른 사람의 사주를 받아 송씨를 죽이고 그 죄를 김형식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범행 당시부터 계획을 했다면 어떻게 되는가?

필자가 이 사건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켜보면서 이 사건의 행간에는, 한국 사법체계의 부실함과 함께 사건 자체를 특정한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고 거기에 맞춰 몰고 가고 있는 기득권 세력의 교활함/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유병언 사건을 거치면서 기득권 세력의 언론 장악은 완결되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김형식 사건은 그것을 증명하는 한 케이스였던 것이다.

지금도 TV를 켜면 기득권 세력의 입맛에 맞게 잘 편집된 종편/보도채널이 방송되고 있다. 그 방송의 컨텐츠 대부분에는 자칭 전문가라는 작자들이 자기가 무슨 말하는 지도 모르면서 기득권 세력의 구미에 맞는 방향으로 앵무새처럼 뇌까리면서 한국 사회의 다양한 이슈들을 칼질하면서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그들의 그러한 짓이 결국에는 한국 사회를 아비규환의 생지옥 나락으로 빠뜨린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놈의 주둥이를 닥쳐라. 더 이상 한국 사회를 처참한 나락을 빠뜨리지 말길…

필자소개
배상훈
2000년대 중후반 경찰청 범죄심리수사관(프로파일러)과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팀(프로파일링 부서) 재직했다. 현재는 서울디지털대학 경찰학과 교수이며, 국립중앙경찰학교 (수사) 프로파일링 과목 담당 외래교수이다. 화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진보정치를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임상병리사와 사회복지사를 거쳐 프로파일러의 삶을 살아온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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