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성 국회 연설, '복지 때리기'
    야권, '한국은 복지 과잉 아니라 복지 결핍 사회' 비판
        2014년 10월 30일 02: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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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30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임금 억제,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복지 혜택 축소 등을 언급하며 본격적 ‘복지 때리기’에 나섰다.

    이날 김 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과거 일부 유럽 국가들이 과도한 복지 정책으로 인해 국가가 위기에 몰렸으며 노동자 임금 축소와 시간제 일자리 확대 등으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기침체를 겪은 일부 유럽 국가의 전례를 그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지 수준이 매우 낮은 한국과 비교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쇄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유럽 각국은 1960년대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시절 ‘유러피안 드림’으로 불리는 복지체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과도한 복지는 ‘복지병’을 유발해서 근로의욕을 떨어뜨렸고, 국민들을 나태하게 만들었고, 그 나태는 필연적으로 부패를 불러왔다”며 “그 결과 ‘저성장-고실업’ ‘사회갈등과 분열’이라는 고질병에 시달리게 됐다”고 말했다.

    ‘복지국가-복지병-국민 나태-부패 만연’을 나열하면서 복지를 모든 것의 원인으로 규정하는 논리인 것이다.

    또 김 대표는 유가상승으로 인한 국제경제 침체, 재정 적자 확대, 실업률 증가, 임금과 물가 상승으로 경제위기에 빠졌던 과거 네덜란드가 노사정 타협의 ‘바세나르 협약’으로 위기를 탈출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김 대표는 “(네덜란드가) 근로자의 임금인상 억제와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공무원의 봉급 삭감, 국민들의 복지혜택 축소 등 경제주체 간에 철저한 고통분담으로 국가경쟁력을 다시 높였다. 노동계는 임금동결을 감내했고, 기업은 추가수익을 직업훈련에 투입하고 고용을 늘리는 데 활용하는 선순환을 이뤄냈다”고 전했다.

    ‘바세나르 협약’은 1982년 11월 노·사·정이 함께 참여해 맺은 것으로써 임금 인상 자제,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분배를 통한 고용 창출, 사회보장제도 개혁 등 78개 사항이 담겨 있다. 당시 네덜란드는 최저임금과 공공부문 임금을 동결하고, 시간제 고용 확대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 기업의 노동시간 단축 등 도입했다.

    그는 19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 복지 정책에 주력했던 독일의 예도 언급하며 “복지 팽창과 공공부문의 비대화,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유럽의 병자’소리를 들어야 했다”며 “슈뢰더 총리는 2003년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대, 연금보험과 의료보험 개혁으로 재정부담 완화, 기업부담 축소를 통한 시장경제기능 강화 등이 담긴 ‘아젠다 2010’을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복지수준은 OECD 국가 최하위 수준이다. 2012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은 9.3%로 OECD 회원국 평균인 21.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또 2012년 기준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20.2%로 OECD 평균 26.7%에 크게 못 미친다. 복지는 낭비가 아니라 사회적 투자라는 논리가 우세한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복지를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복지의 과잉이 아니라 복지의 결핍이 우리의 현실이고, 복지정책과 제도가 더욱 필요한 게 우리 현실이라는 목소리가 더 많고 여러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복지 확대에 대한 국민들의 선호도가 확인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우리보다 월등하게 좋은 복지 제도를 갖춘 일부 유럽국가가 과도한 복지 정책으로 인해 위기를 맞았기 때문에 이를 본받아 복지를 축소해야 한다는 김 대표의 주장은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 직후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이제서야 복지정책을 펼치기 시작한 우리나라가 벌써 복지 과잉으로 경제가 위기라니 황당하기까지 한 그릇된 인식”이라며 “한국사회의 위기는, ‘빈익빈 부익부’로 대표되는 양극화의 심화에 원인이 있는데 김무성 대표는 부자감세 철회와 법인세 정상화 등 재벌과 특권층에 대한 고통 분담은 외면한 채 또다시 서민들에게만 고통 분담을 강요했다”고 질타했다.

    같은 날 정의당 김제남 의원도 국회 브리핑에서 “우리 국민들은 우리나라가 독일 등 유럽 선진국들이 복지를 가장 축소했던 수준에조차 아직 근접도 못해봤다고 여기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공약을 전면 폐기하는 바람에 우리나라는 아직 해보지도 못한 복지를 가지고 나라가 망한다는 식의 호들갑을 보이는 것이 과연 집권여당 대표로서 옳은 태도인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의 연설을 살펴보면 사적연금활성화, 임금 삭감, 노동시간 단축, 복지 혜택 축소 등 서민의 희생만 강요할 뿐 기업에는 어떠한 책임도 지우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볼 수 있다. MB정부를 통해 낙수효과는 없다는 교훈을 얻은 이상 기업은 고용확대를 통한 내수경제활성화를 위해 사내유보금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끝없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최경환 부총리가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할 목적으로 하는 ‘사내유보금 과세’ 카드를 꺼내들었을 때에도 이를 앞장서서 반대하고 나선 바 있다. 시이오(CEO) 스코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대 그룹 소속 81개 상장사(금융사 제외)의 사내 유보금은 올해 3월 말 기준 516조 9000억 원에 달한다.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은 “서민들이 더 이상 분담할 고통이 남아있기는 한가? 비정규직 600만 시대, 노동자의 권리는 점점 사라져가는데, 노동유연성 운운하며 고통분담을 하자니 양심 없는 소리”라며 “힘 있는 쪽에서 먼저 내려놔야 고통분담이 가능하다. 고작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세비 동결 같은 것이 내놓는 고통분담의 다인가”라고 질타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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