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가족 외면하는 대통령
    국회 앞, 한동안 눈물 바다
        2014년 10월 29일 10:54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2015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29일 국회에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본청 앞에서 노숙을 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국회 앞은 한동안 유가족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이날 오전 9시 41분경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 모습을 보이자, 40여명의 유가족은 “애들을 살려주세요!”, “애들 좀 봐주세요!”라며 한 목소리를 냈다. 유가족들은 그들을 막고 있는 수많은 경찰병력과 경호원들 뒤에서 대통령을 목 놓아 불렀다. 그러나 대통령은 끝내 유가족들을 외면한 채 국회 본청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국회 농성장 경찰

    유가족을 격리시키고 있는 국회 앞 경찰 모습(사진=박래군님 페북)

    밤샘 농성을 하며 대통령을 만나기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던 유가족들은 손을 잡아주기는커녕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대통령의 모습에 “유족 입장에서 진상규명한다면서 왜 외면하느냐”고 오열하기 시작했다. 연이어 다른 유가족들도 눈물을 터뜨리면서 국회는 한동안 눈물바다가 됐다.

    대통령이 들어간 이후에도 유가족들은 그 자리에 서서 본청으로 들어가는 의원들을 향해 “우리 애들을 살려 달라”고 애원했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이 유가족들을 외면했다.

    앞서 지난 5월 18일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대국민 담화에서 “그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그 가족들의 여행길을 지켜 주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비애감이 든다”면서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며 눈물을 보인 바 있다. 또 대통령은 참사 후 유가족과 한 차례 면담에서 “유가족 뜻이 반영된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대통령이 떠난 후 세월호 유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달리기 하듯이 들어갈 줄은 몰랐다. 잠깐 눈인사라도 할 줄 알았는데”라며 씁쓸하게 말했다.

    유 대변인은 유가족들 앞을 이중삼중으로 막고 있는 경찰병력과 경호 인력에 대해서도 “단순히 경호 상 이유를 넘어서는 것 같다. 여기에 경호원이 아무도 없어도 가족 중에 달려들 사람 아무도 없다. 폴리스라인만 쳐도 되는데 몇 겹으로 해놓고…”라며 “사람으로 쌓은 벽이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함으로써 마음속으로 느끼는 거리감이 너무 큰 것 같다”고 전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