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이대로의 방치는 국회 직무유기
    [에정칼럼] 녹색사회를 위한 법제 정비 필요해
        2014년 10월 29일 09: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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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김상희 국회의원은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과 지속가능발전법, 각각에 대한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두 개정안의 주요 요지는 지속가능발전법을 기본법으로 격상시키고,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은 하위법으로 격하시킨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합의와 규범에 따라 뒤바뀐 위치를 바로잡고 지속가능발전과 녹색성장이 서로 보완하면서 확장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명칭을 변경”하는 것을 제안 이유로 들었다.

    맞는 말이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의 도입은 유관 법률과의 중복 및 충돌이 발생하는 측면에서 입법기술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지속가능발전의 원칙과 방향이 후퇴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법체계상 성장주의가 우위를 점하게 되어 논란이 되는 정책들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어느 학자의 지적처럼,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은 지속가능발전에서 이탈한 “이단적인 법률”이다.

    그런데도 이 개정안들은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제대로 심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기왕 늦어진 김에 주요한 법들을 모조리 뜯어 고쳐 녹색 법체계를 만들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싶다. 에너지법 역시 에너지기본법으로 제자리를 찾아야 하고, 기후변화법도 이참에 제정하는 게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기후변화법안이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논의되었지만,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등장하면서 기후변화법은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최근 기후변화법 제정운동인 빅 애스크(Big Ask)로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빅 애스크는 2005년 영국에서 시작되어 다른 나라로 확산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10만 명의 서명을 받아 국민발의 형태로 관련법을 제정할 목표를 세우고 진행되고 있다(이 운동에 논쟁적인 부분도 있는데, 법안에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가 포함되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빅 에스크

    국가전략이라기보다 정부전략에 가까운 저탄소녹색성장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무리하게 만들어진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은 이렇게 에너지, 기후, 지속가능발전 분야의 법체계의 왜곡과 혼란을 낳았다. 이제라도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지속가능발전법, 에너지법, 기후변화법을 둘러싼 법체계의 교정과 재정립에 나서야 한다. 특히 녹색정치인이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을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다.

    먼저 지속가능발전법을 기본법으로 개정하되 사회정의와 환경보호의 원칙, 그리고 시민참여와 권력통제의 관점이 과거보다 더욱 강조되거나 추가되어야 한다.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개념과 그 구체적 실체에 대해 여러 쟁점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지만, 널리 알려진 개념과 담론을 활용하는 것도 유용하다. 그렇다면 기존 지속가능발전의 개념과 기본법의 내용을 녹색복지와 녹색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의 관점을 포함시켜 더욱 강화시키는 방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에너지법이 기본법으로 원상 복귀되고, 기후변화대응의 정책목표와 수단들을 관장하는 기후변화법이 새롭게 제정되면,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은 사실상 녹색경제와 녹색산업을 다루는 경제․산업 법제가 된다. 기본법의 성격은 사라지게 되고 개별법으로 기능하게 된다.

    실제로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한국 같은 포괄적이면서 구체적인 녹색성장법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처럼 기후변화를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으로 삼는 의도는 유사할지라도, 녹색성장 혹은 녹색산업 활성화는 별도의 입법이나 경기부양책으로 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대부분 기후변화와 에너지는 각각 독립적 법체계를 갖고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가능에너지 정책이 상호 연계되는 방식을 취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은 일반법으로의 격하와 함께 녹색경제와 산업을 제외한 광범위한 부분은 타법으로 위임 및 이관하는 방법을 통해 실질적인 위상 조정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저탄소녹색성장이 점하고 있는 경제성장 중심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에너지와 기후와 녹색 전분야가 지속가능발전이라는 큰 테두리에서 녹색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에 가까워지는 법적 기반을 정상적으로 마련하는 방법이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의 친환경적 경제와 관련되는 내용을 따로 모아서 녹색성장추진법이나 녹색경제전환법을 신설해 경제와 산업의 체질 개선을 지원하는 것도 생각해볼만하다.

    나아가 국내 법제와 정책에서 취약한 부분인 에너지 수요관리(절약과 효율)와 재생가능에너지산업․일자리를 적극적으로 고려한 법제가 정비되어야 한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을 대폭 개정해 에너지수요관리법으로 강화하고, 재생가능에너지 산업과 고용과 관련된 유관 법률을 검토해 재생가능에너지산업․일자리지원법을 신설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법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사회적 변화를 질서 있게 유도하는 순기능을 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녹색사회를 위한 법제 정비의 출발은 국회에서 방치된 채 보호되고 있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의 폐지이다. 버릴 것은 확실하게 버리자.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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