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 퇴출 프로젝트?
공공기관이라도 '수익성' 기준으로 퇴출 여부 결정
    2014년 10월 24일 09: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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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는 지난달 19일 <‘국민 눈높이’ 공기업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공청회를 열고 공공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7가지 개혁 방향 중 ‘지정과 퇴출의 공정한 제도 마련’ 안이 눈길을 끈다.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 개정을 통해 공공기관의 퇴출 관련 규정을 도입하겠다는 것인데, 새누리당 안에 따르면 5년 이상 당기순손실이 계속되거나 특별한 사유 없이 2년 이상 영업수입이 현저히 감소한 경우 퇴출 대상이 된다.

정부부처 부설기관을 포함 361개 기관 중 5년 이상 당기순손실이 계속된 기관은 16개였는데, 이 중 국립대병원만 6개가 포함되어 있다. ‘국민 눈높이’ 개혁의 실체는 14개 국립대병원의 절반 가까이를 퇴출 대상으로 만들겠다는 과감한 방안이었던 것이다.

공공기관 퇴출

‘공기업 개혁’ 담론의 무책임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국립대병원 사례

애초에 기관의 수익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에 대해서 당기순이익이라는 수익성 지표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기관의 퇴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공공기관은 각기 다른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으며,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특성상 외부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의 존재 의의를 수익성이라는 일률적 관점으로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국립대병원들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기업 개혁안이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지 알 수 있다.

퇴출 대상으로 지목된 국립대병원은 강릉원주대치과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 서울대치과병원, 제주대병원, 충북대병원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 서울대치과병원은 재무제표상 5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실제로는 흑자 운영을 했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이라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비용을 설정해서 인위적으로 적자 재무제표를 만들었을 뿐이다.

의료기관의 이러한 편법적 회계 문제는 이미 수차례 지적되었고, 정부 역시 문제를 인정했으나 여전히 회계기준을 고치지 않고 있다.

강릉원주대치과병원, 제주대병원, 충북대병원은 실제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강릉원주대치과병원은 강원도라는 지역적 특성과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적자 운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강원도 유일의 치과대학병원으로 지역에서 최종책임자로서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대병원은 2008년까지 흑자였으나 2009년 1,500억 원을 투자해서 500병상 규모의 건물을 신축하면서 2009년부터 적자 운영으로 돌아섰다. 400병상도 과잉투자라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오히려 500병 규모로 신축 재개원하면서 원장·이사회·교육부 등 정부의 책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충북대병원은 국립대병원 중 가장 낮은 진료비를 받으면서도, 심평원 평가에서 의료서비스의 질은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충북대병원의 적자는 충북 지역 유일의 3차병원으로서 이러한 공공적인 역할을 하면서 초래된 것이다. 이러한 점은 충북대병원장도 언론 인터뷰 등에서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새누리당의 공기업 개혁안에 따라 퇴출 대상에 포함된 6개 국립대병원 중 실제 퇴출되어야 하는 곳은 없다. 3개 기관은 실제 적자 상태가 아니며, 나머지 3개 병원은 지역 의료에서의 공공적 역할로 인한 불가피한 적자이거나, 정부의 정책 실패로 인해 적자를 떠안은 것이다.

병원

전면화되는 공공의료에 대한 공격

박근혜 정부는 2014년 내내 의료민영화 정책을 멈추지 않았다. 영리자회사를 통해 편법적으로 영리병원을 허용했으며, 대폭 확대된 부대사업 허용 정책으로 병원이 백화점처럼 운영될 수 있도록 했고, 한국 최초의 영리병원을 제주도에 만들려고 시도했다.

병원이 호텔을 만들어 영업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었으며, 환자를 대상으로 줄기세포 시험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정책을 천명하기도 했다.

정부는 우리 사회에서 보건의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를 ‘유망 서비스산업’으로 규정하고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창출’하는 한편 ‘국내시장에서의 제로섬 경쟁에서 벗어나 해외수출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기조 자체는 길게 보면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점차 구체화되어온 것인데, 박근혜 정부의 특이점은 공공의료체계에 대한 최소한의 필요성조차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취임 직후 진주의료원 폐업을 사실상 승인했으며, 이후 강원도 지방의료원들에 대한 매각·민영화 시도 등 지역 공공병원에 대한 연쇄적인 공격에 대해서도 묵인하고 있다. 영리자회사, 부대사업, 원격진료 등 의료민영화 정책을 추진하면서는 국가중앙 공공병원인 서울대병원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국립대병원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공공기관 정상화대책 추진 과정에서는 이례적으로 국립대병원을 중점관리대상에 포함시켰으며, 최근에는 국립대병원에 대해서도 수익성을 중점 평가기준으로 하는 경영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구체적인 준비 과정을 밟고 있다.

새누리당이 국립대병원들 상당수가 퇴출 대상기관으로 선정되는 공기업 개혁안을 발표한 것 역시 공공의료체계가 무너지는 것을 개의치 않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보여주는 최근의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의료민영화 저지투쟁을 공공의료 강화투쟁으로 확대해 나가야

국립대병원이 5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해서 이를 없애거나 민영화해서 재벌기업에 넘겨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공공병원의 역할은 지역거점병원으로서 적정진료를 수행하고 취약계층의 의료안전망으로서 작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하고, 200만 명이 서명을 통해서 적극적인 저지 의사를 표출한 의료민영화 정책 역시 막무가내로 강행 추진했다. 의료를 새로운 돈벌이로 만들려는 자본의 전략에 있어서 공공병원의 존재는 방해가 될 뿐이며,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에 있어서도 공공의료는 중요한 고려지점이 아니다.

향후 공공병원에 대한 정부의 공격은 두 가지 방향에서 진행될 것이다.

첫 번째는 공공병원을 없애거나 민영화하는 것, 두 번째는 공공병원에게 수익을 최대화하고 의료민영화 정책을 현실화할 것을 강요하면서 공공병원의 성격 자체를 민간병원과 같이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이미 진주의료원 폐업과 강원도 지방의료원의 매각·민영화 시도, 서울대병원의 영리자회사 설립,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의 원격의료 사업 추진 등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당장 2015년부터는 국립대병원 경영평가를 추진하면서 공공병원의 운영에 있어서 수익성을 최고 목표로 만들어나가려 할 것이다. 의료민영화 저지투쟁을 공공병원에 대한 공격을 막아내고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투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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