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절규
"원청, 노조와 노동자 생존권 박탈"
    2014년 10월 23일 05: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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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정규직 전환을 꿈꿔왔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자살했다. 계약해지 직전 2년간 일하면서 4개월, 6개월, 2개월 마다 모두 7번의 근로계약서를 썼다. 정규직 전환을 빌미로 성추행도 견뎌야 했다. 24살 청춘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빼앗겼고 목숨도 빼앗겼다.

아파트 경비노동자가 입주민의 모욕을 견디다 못해 분신했다. 용역업체 소속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인 경비노동자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며 일부 몰상식한 입주민들의 폭언과 폭행을 견디고 있다.

갈수록 열악해지는 비정규직 처우 문제가 시대의 화두로 자리 잡으면서 박근혜 정부는 비정규직 계약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대책을 내놓았다. 근시안적 대책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연이어 터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사연과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국적으로 일어나 올 25일 노동권과 생존권 투쟁에 나선다. 이에 앞서 23일 간접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들이 겪고 있는 열악하고 갑갑한 상황을 털어놨다.

간접고용 기자회견

간접고용 투쟁사업장 기자회견(사진=유하라)

이날 국회 앞 기자회견에 참석한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성덕 지부장은 “세월호 선박의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57%, 인천공항은 87%다. 공항공사가 인력구조개편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해 결과가 발표돼 있는데, 그 내용엔 정규직 전환 숫자는 없다”며 “2터미널이 지어지고 있는데, 완공되면 인천공항의 비정규직 비율은 90%나 된다”고 말했다.

공항공사는 비정규직이 ‘단순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조 지부장은 “단순 업무가 아니라는 것을 작년 파업 때 보여줬다. 파업하면 업무에 차질이 있고 정규직이 비정규직 업무를 대신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단순 업무인데 왜 국가에서 지정하는 필수유지업무로 지정하고 파업을 막고 있나. 앞뒤가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인천공항은 용역업체 변경 과정에서 노조 지도부만 고용승계를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조 지부장은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해고된 상태다.

그는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과 간접고용 남발하는 것을 박근혜 정부가 방관하고 있고 더 나아가 독려하고 있다고 본다”며 “비정규직 정규직화 하겠다고 했으면서 간접고용은 업체의 정규직이기 때문에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현장에 와서 업체와 계약한 노동자들에게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 물으면 하면 답이 나온다. 현장에선 다 비정규직이라고 하는데 정부만 우리를 비정규직이 아니라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30일째 해고 문제 해결을 위해 사측과 싸우고 있는 희망연대노동조합 씨앤앰지부 김영수 지부장도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장에서 가해지는 비정규직 차별에 대해 털어놨다.

김 지부장은 “임금,단체협약 투쟁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대주주와 원청은 씨앤앰을 매각하기 위해 노조 파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 과정에서 109명의 조합원만 선별적으로 해고를 당했다. 그 해고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목소리 내고 있다. 매각 시 고용 보장은 아니더라도 다시 특단협을 해서 얘기해보자고 하고 있다. 원청과 대주주는 여전히 반응이 없다”며 “(사측은)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니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헌법에 보장돼 있는 노동조합의 단결권, 교섭권, 단체행동권조차 비정규직에겐 어렵다. 원청이 대체 인력 투입해 노조를 무력화시키고 교섭은 우리가 아닌 하청에서 하라고 한다. 국민으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인데, 비정규직은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희망연대노동조합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정상현 지부장은 노동조합을 만들면서 비정규직에게도 권리와 희망이 있음을 믿었으나, 원청의 노조 말살 정책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경 지부장과 조합원들은 원청과 협력업체의 노조 탄압으로 인해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경 지부장은 “지금 원청과 협력업체들은 노조를 깨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돈을 쏟고 있다. 경고파업 딱 3일 했다. 원청은 원청 자체 기사를 뽑아서 노조를 말려 죽이겠다고 조합원에게 일감을 주지 않고 있다. 조합원들이 받는 월급이 고작 20만원에서 80만원이다. 3개월째 표적으로 간부들과 조합원들에게만 행해지고 있다”며 “정말 그 동료들을 바라볼 때면 내가 그들에게 해줄 수 없다는 것, 노조가 그들에게 해줄 수 없다는 것 때문에 힘이 빠진다. 노조하기 전에는 이런 현실 있다는 거 몰랐지만 지금은 너무 많은 걸 알아버렸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많이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협력업체와 원청은 노동부가 시정명령을 해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 계속해서 일감을 주지 않고 대량해고를 자행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서울일반노동조합 서울시중앙버스차로분회도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다가 비조합원을 포함해 전원 해고된 상태다. 이들은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고 일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업무 지시는 서울시 교통운영과에서 받고 있다. 이들은 도심지에 있는 정류장을 물 청소하는 업무를 한다. 15명이 687개 정류장을 새벽부터 오전 7시까지 2인 1조로 15개의 정류장을 청소한다. 야간에 정류장에서 하는 일이기 때통사고의 위험도 매우 크다. 그럼에도 서울시나 업체는 야간근로수당은커녕 밥값조차 주지 않는다. 업체에 건의해도 들어주지 않아서 서울시에 진정을 넣었고, 1개월 후 전원 해고됐다.

서울시중앙버스차로분회 김영길 부분회장은 “우리가 뭘 잘못했길래 해고를 당했는지 아직도 모른다. 월급 더 달라는 것도 아니고 안전하게 일했으면 좋겠다는 의견 제시한 것뿐인데, 사업주는 너희는 계약직 근로자고 1년 지나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비정규 근로자들은 노예다루듯이 하는 기업체 사장들, 서울시 모두가 문제”라며 “억울하고 참담하고 누구 하나가 다치고 상해야 관심 가져주고, 노동자들을 봐주는 사회가 너무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원하는 것들이 이뤄질 때까지 투쟁할 거다. 비정규직이라는 단어가 없어질 때까지, 이 사회가 비정규직 무시하지 않는 사회가 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들은 오는 25일 세종로 파이낸스빌딩 앞에 모여 ‘비정규직 철폐 2014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비정규직 철폐, 간접고용노동자 직접고용 정규직화 △특수고용노동자 노동자성 쟁취, 산재보험 전면 적용 △저임금 비정규직 확산하는 시간제 확대 중단, 박근혜 퇴진 등의 사항을 요구할 예정이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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