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비노동자 분신 사고,
    간접고용 ‘불공정 계약’이 불씨
    노조활동, 산재 보장 안 돼... 노동부 산하기관도 노동권 침해
        2014년 10월 20일 09:0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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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비노동자가 아파트 입주민의 모욕적인 발언과 행동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분신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이 같은 비극적인 사태가 발생한 원인 중 하나가 ‘불공정한 용역계약서’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한국고용정보원, 잡월드, 한국기술교육대학과 등 노동부 산하기관에서조차 경비노동자를 철저하게 ‘을’로 규정, 불공정한 계약을 맺고 있었다.

    ‘한국고용정보원’ 시설관리직 과업지시서 금지사항에는 ‘근무시간 내 일체의 노조활동 행위’라는 문구가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노조활동 가능 여부가 단체협약에 별도로 명시돼 있거나 근로자가 노동조합의 전임자 활동을 하거나 근로환경과 근로자 수를 고려할 때 특히 주야간 교대시간에 노동조합 임시총회 등이 부득이하게 근무시간에 발생할 경우 사용자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정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고용정보원의 용역계약서 내 과업지시서는 노동조합법 제 81조를 위반한 부당노동행위라는 것이다.

    경비노동자

    경비노동자 분신 관련 민주노총 기자회견 모습(사진=미디어오늘)

    300명 가량의 간접고용 노동자를 채용하고 있는 ‘한국잡월드’의 경비 용역계약서를 보면, 제5조 1항 ‘모든 법률상 민형사상의 문제 등에 대해 단독 책임을 진다’고 돼 있다.

    계약서에 명시된 ‘단독책임’과 관련해선 제5조 2항 2호에 ‘노동쟁의와 관련된 일체의 책임’, 제5조 2항 3호 ‘산업재해 및 각종 사회보장보험법령의 사용자의 책임’을 포함하고 있다. 또 제 19조 계약해지 관련 2항 4조에서는 ‘노사분규로 인하여 경비업무 및 청소 업무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했을 때’라고 밝히고 있다.

    해당 계약서는 법적으로 인정해줘야만 하는 노동자의 노조 활동을 불인정하는 것은 물론 해고할 수 있으며, 산업재해를 당했을 때에도 모든 책임을 노동자가 단독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산재 은폐보다 더 나아가 아예 산재 보장도 해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산재 관련 조항은 경비노동자들이 얼마나 열악한 조건으로 근무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게 해준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은 “노동쟁의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은 이미 노동부에서 부당 혹은 불공정 조항이라고 판단하고 시정 권고를 내린바 있다”며 “잡월드가 무려 300명의 간접고용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는 기관임에도 근로자 노동 기본권을 아예 외면하고 있다”고 질타하며 20일 이 같이 밝혔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인권실태에서 언어 정신적 폭력을 경험한 노동자가 32.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기술교육대학 역시 경비노동자의 노조활동을 금지하고 있었다. 한기대 경비 용역업체 취업규칙 내 제81조 (징계) 8항은 ‘사내에서 허가 없이 회사 업무와 관계 없는 인쇄물, 유인물 등을 배포, 게시 및 집회, 연설, 방송, 시위 등의 행위를 한 자 또는 선동적인 언동을 하거나 하려고 한 자’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회사의 취업규칙에 사전허가 없는 사내에서의 유인물 배포행위를 금지하고 있더라도, 기업 내의 근로 장소는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이나 노동조합에 대하여 의견을 교환활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임을 감안할 때 이를 금지하는 내용의 취업규칙을 정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자들의 자주적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 것이 되어 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우 의원은 한기대 경비 용역 취업규칙서에 대해 “학생들에게 노동의 신성함을 가르쳐야 할 기술대학에서 이를 문제 삼지 않고 있다는 것을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 의원은 “노동부와 그 산하기관이 앞장서서 노동3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에 굉장히 유감스럽다. 노동자를 보호하는데 앞장서야 할 노동부에서 오히려 노동자들의 권리를 빼앗고 있다”며 “이러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르지 않으면 그 울분이 풀리지 않는 사태로 이르게 된 것”이라고 질타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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