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사외이사,
    기업 로비와 법조계 전관예우 창구
    법조계 사외이사의 이사회 표결, 반대 의견은 0.3%
        2014년 10월 20일 04: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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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료와 법조계 출신 인사들이 기업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경우가 많아 사외이사제도가 기업의 로비와 법조계 전관예우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의당 서기호 의원(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은 63개 대기업 소속 사외이사 786명을 전수조사한 ‘대규모 기업집단의 사외이사 분석’ 보고서를 20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 사외이사 직업군 중 관료출신이 193명, 법조계 사외이사 116명 중 판검사 경력이 있는 법조인이 83명으로 총 276명인 35.03%로 나타났다.

    특히 법조계 사외이사 116명 중 83명인 71.55%가 판사와 검사출신으로 변호사 경력만 있는 사람(33명)보다 2.5배가량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기업에서 법조계 인사 중에서도 일반 변호사 출신보다 판사와 검사 출신을 더 선호한다는 점은 단순히 법률적 전문성을 활용한다기보다 검찰 및 법원에 대한 직간접적인 영향력 행사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사외이사제도는 기업 오너나 오너 일가로 구성된 경영진의 방만 경영과 독단적 결정을 외부인이 감독과 감시해 견제하자는 취지의 제도이기 때문에 독립성 확보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법조계 출신 사외이사 중 기업과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는 사외이사가 다수 확인됐다.

    보고서는 이해관계가 있는 사외이사 사례로 △기업이 자신의 사외이사가 재직 중인 로펌과 자문계약을 체결한 경우 △재벌 총수의 형사소송을 변호한 로펌 소속 법조인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경우 △소송 상대방 기업을 대리하는 로펌 소속 법조인을 기업의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경우를 제시했다.

    대기업과 대형로펌 간의 우호적 관계가 사외이사 선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대기업 총수와 계약의 각종 민‧형사 사건과 용역, 자문을 수임하는 것은 주로 대형로펌이다. 따라서 대형 로펌 소속의 사외이사는 소속 로펌에서 진행 중인 소송대리 자문, 추가적인 사건 수임을 의식해 기업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자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분석대상 법조인 사외이사 중 로펌 김앤장 소속이 14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태평양 8명, 광장 7명, 율촌 6명이었다.

    또 보고서는 법조계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참석해 기업 안건에 반하는 의견을 낸 경우가 0.3%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조계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분석 대상 법조계 사외이사의 최근 3년 안건 찬반 행사를 확인한 결과, 116명 법조인 사외이사는 2,000회 이상의 이사회에 참석해 반대한 사례는 2012년 4회, 2011년 2회 등 단 6회(0.3%)뿐이었다. 반대한 6회 역시 대부분 조건부 반대이거나 자기거래에 의해 의결권이 제한된 경우였다.

    또 사외이사가 일단 안건에 반대했다 하더라도 속개된 이사회에서 동일한 안건을 통과시켜 사외이사 반대로 인해 안건이 무산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법조인 사외이사 추정 연평균 보수액이 900만원을 받는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천만 원을 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비싼 거수기 사외이사’ 풍토에 법조인 사외이사 역시 한 몫하고 있었다는 현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서 의원은 “사외이사 제도가 기업에는 검찰과 법원에 대한 로비와 법조계에는 전관예우의 창구로 전락해선 안 된다”며 “사외이사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절차를 개선하는 것과 더불어 법조계 전반의 윤리의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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