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영화, 관악구는 공동체 상영
    [나의 현장] '두 개의 문' 공동체 상영이 지역운동의 일환
        2012년 07월 05일 09: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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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에 관악구 민간단체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모임을 마치고 다음 모임 날짜를 잡는데, 사회자가 “7월 9일 어떻습니까?”라고 묻자, 참여자들이 일제히 “그 날은 “두 개의 문” 공동체 상영 하는 날이잖아요.”라며 안 된다고 합니다. 공동체 상영 세 번째만에 어느덧 공동체 상영이 우리 동네 문화의 하나로 자리잡아 가고 있네요.

    관악구에서는 지난 4월에 故 이소선 어머니의 생애 마지막 3년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어머니”를 공동체 상영 방식으로 봤습니다.

    서울에 있는 14개의 독립영화 전용극장 중 13개가 강북에 있고, 나머지 1개는 강남구 신사동에 있습니다. 서울 서남권역에 사는 사람들은 독립영화 한번 보려면 큰맘 먹고 시내로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지역활동가 몇 명이 “어머니” 공동체 상영을 추진하기로 하고 배급사에 문의를 했습니다.

    이전에 해왔던 공동체 상영은 (지역)단체 사무실이나 공공시설의 공간을 빌려서 영화를 상영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왔습니다. 제작사나 배급사와 영화 대여료 액수를 사전에 협의하기 때문에, 막상 상영회에 몇 명이 참여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경우, 참석자 수가 예상보다 적게 마련이고 조직 담당자들은 또다시 패배감에 빠지곤 하지요. 그리고 이 방식은 개봉이 안 되거나 개봉이 끝난 영화에 적용되는 방식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공동체 상영을 추진하던 당시 개봉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배급사에서 동네 영화관의 1개 상영관을 잡아서 공동체 상영을 추진해 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어머니' 공동체 상영할 때 관람 모습

    독립영화라고 단체 사무실 같은 데서 대충 빔프로젝터로 볼 게 아니고, 제대로 된 상영시설에서 보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1개 상영관의 전 좌석에 대한 관람료를 지불한다는 엄청난 부담감이 참석자 조직을 보다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요.

    개인이 영화를 보는 행위에, 지역 공동체가 함께 의미 있는 영화를 보고 그 영화의 흥행에도 일조하며 새로운 지역문화의 사례를 만들어간다는 사회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공동체 상영을 하는 만큼 흥행 성적에 반영되고, 이런 움직임으로 인해 개봉관을 잡기 어려운 독립영화에 개봉관 수가 확대될 가능성이 열리니까 일석이조겠지요.

    “어머니” 첫 공동체 상영에는 지역자활센터의 자활참여자들과 환경미화원 노동조합의 조합원들께서 주로 참석하셨고 개인적으로 찾아오신 주민들로 인해 좌석이 모자라 계단에 앉아서 보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공동체상영 소식을 뒤늦게 듣고 못 보신 분들이 한번 더 하자 하셨고, 첫 공동체상영을 개봉일에 맞춰 급히 준비하느라 지역단체에 충분히 홍보를 못한 것이 아쉬웠던 터라, 2차 공동체 상영을 준비했습니다. 전교조 조합원 선생님들이 대거 참석하셨고, 지역 주민단체 회원들, 진보정당 당원들이 참여하여 성황리에 마쳤지만, 20석 정도를 못 채우는 바람에 제안단체였던 저희 연구소와 몇몇 개인들이 부족한 금액을 메웠습니다. 이러한 재정적 위험 부담에 대해 간과해서는 안 되겠지요.

    용산다큐 “두 개의 문”이 개봉을 앞두고 평론가들의 호평과 유명인들의 홍보가 이어지자, 지역단체 회원, 주민들이 “두 개의 문” 공동체 상영 안 하냐고 제게 먼저 묻기 시작하셨습니다. 개봉일에 맞춰서 흥행 돌풍을 선도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공동체 상영이니까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이 보다 많이 참여할 수 있는 날짜를 잡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중고교생들의 기말고사가 끝나는 때가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학부모들도 참여하기 좋겠다 싶어 7월 9일로 날을 정하고, 배급사와 연락해 우리 동네 멀티플렉스의 제일 큰 상영관(238석) 하나를 잡았습니다. “어머니” 공동체 상영 2번의 총 참여자 수가 240명 정도였거든요.

    단체별로 제안문을 보내고 대표자님들과 통화를 하고 참여 요청을 드렸습니다. 다들 반기셨고 보고 싶어 하는 회원들이 많다고 말씀하십니다. 며칠이 지나자 문자나 전화로 저번 공동체상영 때보다 신청자 수가 많은데 좌석에 여유가 있는지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아, 이거 조짐이 심상치 않네요. 자리가 모자라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다가, 어느 순간 ‘상영관을 하나 더 잡으면 되잖아’하는 지당한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대략적인 중간 점검을 해보니, 예약해놓은 멀티플렉스의 제일 작은 상영관 두 개를 빌리면 되겠다 싶더군요. 영화관에 두 개 관으로 가예약을 해놓고, 참여인원을 최종집계한 후 확정하겠다고 연락했습니다.

    오늘(7/4) 참여자수를 최종집계 하는데, 단체별로 전화를 걸 때마다 참여자수가 자꾸만 자꾸만 늘어났습니다. 늘어나니까 기쁘기는 한데, 머리 속은 점점 복잡해지네요.

    두 개 상영관에 감독님들과 봉천12-1구역 세입자대책위 위원장님의 무대인사를 어떻게 배치해야 하지? 상영관의 층이 달라지면 참석자들이 헷갈릴 텐데 어쩌지? 지금보다 더 늘어나면 백명을 더 조직해야 하는데 가능할까? 등등등….

    하늘이 도운 것인지, 참여자 수는 참으로 엄청나면서도 절묘하게 딱 400명이었습니다. 7월 9일 오후 6시, 관악구에서는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의 구성원들, 개인적으로 신청한 주민들이 동네 영화관의 가장 큰 상영관과 중간 규모 상영관을 가득 채우고 “두 개의 문”을 같이 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봉천12-1구역 세입자대책위원회 위원장님을 무대인사에 모셔서 보상 없는 강제철거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함께 대책을 세우려 합니다.

    그리고 또 좋은 영화가 나오면 공동체상영을 추진하고, 이 힘을 모아 문화의 불모지 관악구에 독립영화 전용극장을 만들 때까지 대차게 고고씽~

    필자소개
    관악정책연구소 '오늘' 소장. 전 진보신당 관악당협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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