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은 즐거워도 어른은 슬프다
    [기승전병의 맛] 허5파6 작가의 <아이들은 즐겁다>
        2014년 10월 17일 02: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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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이상한 동물이다. 가끔 울고 싶을 때가 있다. 즐겁기만 해도 모자란 인생인데 왜 슬퍼지려고 하는 걸까. 대개의 사람들은 가끔씩 눈물이 훔치며 위안을 얻기도 한다.

    이럴 때 슬픈 영화를 보는 것도 괜찮지만 웹툰을 보면서도 그 ‘이상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네이버에 연재된 (이름이 좀 이상하지만) 허5파6 작가의 웹툰 <아이들은 즐겁다>를 보면 된다. 1회, 2회만 봐도 뭉글뭉글하고 아련하고 울컥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웹툰 아이들

    1990년대가 배경인 듯한 이 웹툰의 주인공인 초등학생 ‘다이’는 제목처럼 마냥 즐거울 수가 없다. 다이는 어른스럽다. 나이에 비해 성숙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이의 어머니가 투병 중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버지는 지방에 일을 다니고 집에 가끔씩 돌아온다.

    엄마의 병원비를 감당하기에 다이의 집은 가난하다. 이 아이는 그래서 대개 혼자 집에 있다. 다이에게 가장 즐거운 일은 가끔 병원에 있는 엄마를 만나러 가는 것과 좋아하는 책을 읽을 때다. 옆집 친구 민호와 놀 때도 물론 즐겁다. 그렇지만 저녁이 되면 다이는 혼자가 된다. 아빠를 기다리면서 책을 읽는 다이는 그렇게 잠이 들곤 한다.

    <아이들은 즐겁다>를 보면 유년 시절이 떠오른다. 특히 30대라면 더 공감할 수 있다. 다이는 일요일 아침에 <디즈니 만화 동산>을 본다. 교실의 아이들은 주번이 받아온 우유 중에서 팩에 쓰인 번호가 높은 우유를 먹으려고 한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아이와 친구가 된 다이는 그 아이의 꾐에 넘어가 문방구에서 사소한 도둑질을 하기도 한다.

    이런 시대 배경은 어른이 된 독자들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면서 그때는 몰랐던 그 시절의 이면을 볼 수 있다. 그 이면은 아이들의 세계가 아니다. 어른들의 세계다.

    <아이들은 즐겁다>에 나오는 어른들은 다채롭다. 부잣집 아들 안경이를 투표도 없이 반장에 임명한 선생님, 가난하면서 공부도 잘하는 다이가 못마땅한 2등 안경이 엄마, 늘 술에 빠져 사는 민호 아빠 등은 아이들이 보면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독자들의 눈에는 좋게 보이지 않는다.

    무뚝뚝하지만 아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다이 아빠, 다이가 손톱을 깨무는 습관이 있다는 걸 알고 아무도 모르게 가정통지문을 써준 다이의 임시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은 모르지만 독자들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안다.

    왜 다이는 반장 후보가 됐지만 반장이 되지 못하고, 친구 엄마에게 “영악하다”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민호가 왜 집에 있기 싫어하는지 모르지만 독자들은 안다.

    반면 무뚝뚝한 아빠가 갑자기 다이에게 먹고 싶은 건 없는지, 놀이동산에 가자고 하는 이유를 다이는 모르지만 독자들은 안다. 아이들은 모르고 어른들이 아는 사연을 보는 것이 <아이들은 즐겁다>를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이다.

    독자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방울방울 떠올리게 하는 주인공 다이와 친구들의 이야기는 이미 어른이 된 독자들에게 복잡 미묘한 감정을 만든다. 오랜만에 만난 병실의 엄마 품에 안겨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재잘거리는 다이는 즐겁지만 그 모습을 보는 다이 엄마와 독자들은 슬프다.

    <아이들은 즐겁다>는 손수건이 필요한 웹툰이다. 웹툰 속 어린 친구들이 모르는 감정을 대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독자들은 즐거운 다이의 모습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다. 가끔 어른도 힘들고 지칠 때는 아이처럼 즐겁게 웃고 울어야 할 때가 있다.

    필자소개
    '전설'의 만화 잡지 [팝툰] 기자로 일했다. 어쩌다 보니 지금은 영화 잡지 [씨네21]의 편집 기자로 일하고 있다. [레디앙] 모 기자의 열렬한 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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