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임원선거,
    직선제를 둘러싼 5가지 이야기
    '민주노총 첫번째 직접선거 완수를 위한'토론회'를 보고
        2014년 10월 15일 10:0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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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이 역사상 처음으로 임원 직선제를 시행한다. 올해 12월 제8대 지도부 선거부터 조합원들이 직접 투표해 선출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대의원들이 선출하는 간선제 방식을 채택했다.

    예상 선거인 규모만 약 65만여 명으로 공직선거를 제외한 민간 선거에는 역대 최대 규모이다. 선거관리 체계에만 약 2만5천여 명이 참여하고, 예산도 6억원이나 소요된다. 세계적으로도 네덜란드 노총과 아르헨티나 노총을 제외하고는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선거 방식이다.

    이 때문에 직선제를 두 달여 앞둔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은 직선제의 폐해를 더 크게 우려하고 있다. 14일 민주노총이 개최한 직선제 관련 토론회에서도 발제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더 높였다. 자유토론 시간에도 이미 출마를 공언한 사람과 출마예정자들의 동료들이 던지는 말들에는 가시가 있었다. 이 행간을 읽어내려면 직선제를 둘러싼 여러 논란을 총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민주노총의 직선제를 둘러싼 5가지 이야기를 준비해왔다.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일단 조직적으로 결정한 만큼 기본적으로 직선제가 제대로 시행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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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직선제 토론회(사진=장여진)

    1. 드디어 직선제 첫 시행, 참으로 오래 돌아왔다

    1998년 이갑용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가 공약으로 직선제를 내걸어 당선됐다. 그러나 1999년 직선제를 위한 규약 개정안이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되면서 공약 이행이 어려워졌다가, 10여년의 논란 끝에 2007년 임시대의원대회에서 70.29%의 찬성률로 규약 개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2009년 9월에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가맹 산하조직이 직선제를 실시하기 위한 제반 조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논란 끝에 찬성률 79.2%로 직선제를 3년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2012년 12월에 시행되는 7기 지도부 선출에 직선제를 적용하면 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그 해 5월, 통합진보당이 ‘총체적 부정부실 선거’ 문제가 터지고 사회적 논란이 증폭됐다는 점이다.

    진보정당과 민주노총 내의 극심한 정파 갈등, 그로 인한 부정선거 문제가 수면에 오르면서 민간기구가 대규모의 선거를 부작용 없이 투명하게 담보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던 것이다. 또한 산하 가맹조직에서도 정확한 선거인명부를 작성할 수 없는 여러 현실적 제약이 있다며 반대했다.

    결국 2012년 10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68.5%의 찬성률로 다시 한 번 임원 직선제를 3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그리고 당시 김영훈 위원장은 직선제 유예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해당 임시대대에서 부정투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당시 김동도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찬반투표 과정에서 후보대의원 40여명이 위임장 없이 대의원대회에 참가해 투표한 정황이 있고, 참석자 서명과 투표자 서명의 필체가 다르거나, 참가 서명이 없는 대의원이 투표부에 서명하는 등의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한 결과 후보대의원 중 28명이 위임장 없이 참가하거나 대회 현장에서 명부를 교체해 투표했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의 관행이긴 하지만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부실부정선거’에 대해 예민한 시기였던 것만큼 규정대로 의결 정족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다행히 대리투표 등의 부정선거 논란은 피해 갔지만 직선제를 찬성하는 측에서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고 결국 유예안은 무효로 결정되었다.

    위원장의 사퇴, 직선제 유예안 무효 등으로 지도부 공백 상태를 겪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회는 2013년 1월 대의원대회에서 다시 직선제 유예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대신 유예기간은 2년으로 하고, 7기 임원 임기는 1년 9개월(기존 3년)으로 단축해 2014년 12월에 직선제를 치르자는 것이었다.

    그러자 처음 직선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갑용 전 위원장과 가까운 좌파노동자회측은 민주노총 위원장실을 점거하면서 즉각적인 직선제 실시를 주장했다. 그러나 2013년 1월 24일 직선제 2년 유예안은 찬성률 75.5%로 통과됐다.

    당시 민주노총 16개 산별연맹 위원장들은 호소문을 통해 “당장 혹은 2013년 중에 직선제를 시행하라는 것은 맨손으로 장작을 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위원장이 스스로 물러나고, 직무대행 체제마저 중단된 초유의 상황이 더 지속돼서는 안 된다”고 대의원들을 설득했다.

    그리고 그해 7월 신승철 현 위원장이 당선된 뒤에 2014년 직선제를 위한 TFT를 가동했고, 결국 올해 12월, 더 이상의 유예 없이 직선제를 치르기로 했다. 또한 신 위원장과 유기수 사무총장 등 7기 임원들은 직선제의 성공적인 완수를 위해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2. 직선제를 둘러싼 찬반 양론, 핵심은 ‘정파 갈등’

    2009년 직선제가 유예되기 전 이갑용 전 위원장은 <레디앙> 기고를 통해 “직선제를 반대하는 것은 정파들의 기득권 지키기”라고 반발했다. (관련기사 링크)

    그에 따르면 각종 비리, 성폭력 사태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선제로 진행되는 임원 선거 때마다 특정 정파 후보를 지도부로 세우기 위한 투표 관행이 있어왔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은 흔히 국민파, 중앙파, 현장파라는 크게는 세 정파적 흐름이 있다. 진보정당에서 보이는 정파 행태와 다소 비슷하다. 굳이 단순화를 시키자면 국민파는 NL, 현장파는 PD와 친화성을 갖고 있고, 중앙파는 이 둘 사이의 중간적 성격을 가진다는 평가가 많다. 이갑용 전 위원장은 이중 현장파, 그곳에서도 좌파노동자회 소속이었다.

    그 자신 역시 의견그룹의 일원임에도 정파 문제를 꺼낸 이유는 대의원들의 정파 구성 때문이다. (물론 민주주의 일반 원칙에 따라 직선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기본 입장이었다) 각 산하 가맹조직의 조합원들을 대표하는 대의원들은 당연히 조합원 수가 많은 만큼 배정받는 대의원의 수가 많다. 한 마디로 해당 대규모 노조를 ‘누가 잡았느냐’에 따라 대의원들의 정파 성향이 달라지는 데, 국민파와 중앙파 성향이 다수를 이루고 있었다.

    이렇다보니 현장파는 1998년 이후 번번이 위원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대의원들의 표는 이미 정해져있는 것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국에 산재하는 조합원들 중에는 소속된 노조의 성향과는 다르게 이들 현장파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이들이 투표에 소외되는 것은 조합원 입장에서도, 출마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직선제를 반대했던 사람들의 입장은 다르다. 직선제로 선거 규정을 바꾼다고 해서 정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2009년 직선제 유예안을 두고 <레디앙>에서 기획한 기사 내용에 따르면 (관련기사 링크)  한 조합원은 “직선제를 해도 조직 투표할 가능성이 크다”며 “선거 이후 낙선한 쪽에서 문제제기해 직무정지 등을 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과거 사무금용노조는 직선제로 임원 선거를 치렀지만 부정선거 시비 끝에 간선제로 규약을 바꿨다. 또 민주노총 대전본부는 부정선거와 투표 거부 등으로 4년간 지역본부장을 선출하지 못하기도 했다. 특정 정파 간의 다툼이 부정선거로 이어져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총연맹 지도부를 직선제로 선출한다면 오히려 정파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직선제를 실시하기 위한 현실적 제도가 미비한 문제도 컸다. 전 조합원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모바일이나 인터넷투표가 현실적 방안이었지만, 통합진보당 사태로 인해 해당 시스템의 신뢰가 상실된 상태였다. 공무원노조나 전교조와 같은 경우 관련 기관의 제재와 감시 등의 문제로 조합원 명부 자체를 제대로 취합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3. 직선제의 아이러니

    직선제가 유예를 거듭하게 된 것은 충분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러니하게도 직선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갑용 전 위원장은 간선제로 당선됐고, 직선제 규약 개정안은 대의원대회에서 통과됐다.

    지도부 임기는 3년이고, 공약을 내걸었던 사람도, 규약 개정안을 통과시킨 사람도 직선제 시행에 대한 책임은 임기가 끝난 뒤 사라졌다. 당연히 다음 지도부는 직선제의 찬반 입장을 떠나 직선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려야 했고, 직선제를 시행하지 못했을 때에는 사퇴해야 했다.

    직선제를 둘러싼 논란 덕분에 지도부 임기의 공백은 장기화됐고, 비대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선제 2년 유예안을 내놓았다. 당연히 결과는 찬성. 폭탄은 다시 뒤로 미루어졌다.

    14일 열린 직선제 토론회에서 임성규 지도위원이 “민주주의는 매우 합리적인 제도인 것 같고, 이상적으로만 진행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제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직접선거를 통해 이명박과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직선제가 많은 문제를 일소에 해결할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최악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비유인 셈이다.

    4. 직선제, 부정부실 선거 막을 수 있을까?

    직선제는 민주노총의 정파 갈등, 그로인한 부정선거까지 총체적인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효과적 제도인 듯하지만 정파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조직의 상처만을 더 크게 남기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사실상 진보정당의 존재감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까지 몰락할 경우 진보진영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진보정당 자체가 국민적으로 외면받고 있는 상태에서 민주노총에서도 유사한 사태가 벌어질 경우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신승철 위원장은 직선제 토론회 개회사를 통해 “부정선거를 100% 방지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라며 “핵심은 조합원들이 직선제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작은 부정도 저지르면 안 된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선거 과정에서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생각, 자신들이 출마해 집행부를 장악하겠다는 의식에만 집착한다면 제도와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더라도 부정선거는 방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를 다시 말하면, 단 1건의 부정 투표 혹은 규약 위반 투표도 발생하지 않으리란 기대는 현실적으로 무의미하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많은 발제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직선제가 조직을 강화하고 확대 발전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정선거 등의 사고 위험을 우려하는 것 같다”며 “그래서 제안 드리고 싶은 것은 출마한 팀들이 선관위나 80만 조합원에게 선관위 결정에 승복한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일부의 부정선거가 발생했다하더라도 해당 표만 무효로 할 것인지, 전체 선거를 무효화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선관위에 ‘제대로’ 위임한다면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민주노총과 산하 가맹조직들은 선거 결과에 대해 각종 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선관위 결정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제기하는 등 선거 결과를 불복하지 않은 문제가 늘 있어왔다

    최근에는 민주노총 7기 임원 선출과정에서도 당시 출마했던 이갑용 후보팀은 규약 해석과 관련해 선관위와 의견을 달리하며 결과에 불복했다. 결국 재투표가 결정된 뒤에도 이갑용 팀은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고, 당시 상대후보였던 백석근 후보팀은 논란의 부담이 커지자 사퇴에 이르렀다. (관련기사 링크) 그러나 다시 진행된 재선거는 3파전으로 치러졌고, 이갑용 후보팀은 결선투표에서 패배하고 신승철 후보팀이 당선됐다.

    5. 민주주의의 형식과 내용의 괴리, 좁힐 수 있다

    직선제로 가는 길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고, 정리되지 못한 이야기도 많다. 하지만 일단 하기로 한 것이니 ‘제대로’ 하는 것에 집중할 때이다.

    노동조합 총연맹의 지도부를 직선제로 선출하는 것이 소속 노조와 조합원들의 단결의식을 고취시키고 조직의 힘과 리더십을 강화하는 올바른 방법이냐, 노동자 민주주의의 올바른 형식과 내용은 무엇이냐는 등에 대한 문제제기는 현 상황에서는 적절하지 않다. 이미 기차는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제는, 직선제를 시행하기 위한 제도의 완결성 문제가 아니라 첫 직선제에 출마할 이들과 이들 중 누군가에게 투표할 사람들의 문제로 넘어갔다.

    14일 직선제 토론회에서는 현장 조합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후보 조정과 단일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골방 정치’라는 의견으로 갈렸다. 전자는 제도 시행의 부작용을 우려한 것이고, 후자는 모든 걸 유권자인 조합원의 선택으로 남겨두어야 한다는 판단인 것이다.

    둘 다 중요한 지적이지만 후자는 형식적 직접 민주주의에 집착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모든 걸 열어두고 모든 걸 유권자에게 맡기면 된다는 발상, 그런 이유로 중간에 후보 단일화는 야합이고 패권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합의의 정치를 선악으로 구분하려는 태도일 뿐이다.

    모든 걸 투표로 정하자는 것은 합리적일지 몰라도 소수 의견이 배제되고, 모든 걸 만장일치제로 결정하자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 중간지대에 ‘합의’가 있고, 스스로의 ‘의견 철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을 포함한 진보진영은 정파 논리가 앞세워지면서 합의의 정치는 실종되고 형식과 절차의 문제만 남게 됐다.

    14일 토론회는 바로 이 지점에서 합의의 정치를 제대로 이루어진 것을 본 적이 없던 이들의 우려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참에 그것을 이루어내자는 일말의 희망을 갖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보였다. 그리고 일종의 호소였다.

    신승철 지도부는 민주노총 역사상 마지막 간선제로 선출된 지도부이자 가장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지도부이다. 그런데도 직선제 완수를 위해 8기 임원 선거에 불출마 선언을 한 상태이다. 그 이전에 7기 임원 선거에 출마했던 백석근 당시 비대위원장은 선관위 결정의 해석 이견 논란에 스스로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논란을 종식 시켰다.

    직선제 첫 시행, 지난 마지막 간선제를 뒤돌아보면 분명 갈 길이 보일 것이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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