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둘러싼 깊은 어둠,
그 심층 파헤친 르포르타주
[책소개] 『원전마피아』(아카하타 편집국/ 나름북스)
    2014년 10월 11일 02: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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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듬해, 일본공산당에서 펴내는 <신문 아카하타>에 ‘원전의 심층’이라는 특집 연재가 시작됐다. <신문 아카하타> 편집국은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의 미디어가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원전 사고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신문 아카하타>가 주목한 ‘두 개의 어둠’의 하나는 재계 정계 관계 학계 언론 등의 유착구조인 원전 이익공동체이며, 다른 하나는 에너지 분야의 대미종속 구조였다.

취재를 통해 드러난 원전이익공동체의 실체와 미국의 세계전략 속 일본 원전의 위치 등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여전히 ‘원전 추진’ 세력이 다수이던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원전마피아

‘원전 머니’부터 ‘안전 신화’의 원류까지

제1장과 제3장은 원전 입지 지자체에 흘러드는 교부금이나 전력회사의 거액의 기부금 등과 같은 ‘원전 머니’가 어떻게 주민의 반대운동을 무력화시켜 왔는지를 생생한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그리고 있다. 또한, 전직 총리를 비롯한 정치가들이 수행했던 역할과 ‘원전 머니’를 매개로 한 유착구조 형성에 대해서도 추적한다. 원전 입지를 거부했던 후쿠이 현 코하마(小浜) 시의 사례가 시사점을 준다.

제2장에서는 미국의 세계전략 하에서 일본 원전이 어떻게 건설되었는지 그 과정을 추적하고, 미국에 의한 핵연료 지배가 어떻게 형성되어 일본 지배층에 받아들여졌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미디어는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에 대해 규명한다. 미국 현지 취재를 통해 방대한 사료를 수집하고, 이에 따라 일본‘안전 신화’의 원류를 거슬러 올라가 본다.

제4장에서는 ‘큐슈전력 사전공모 메일 사건’을 특종 보도한 <신문 아카하타>가 아니면 밝힐 수 없었던 새로운 사실들을 다룸으로써 ‘사전공모’의 구조를 파헤치고 있다. 이를 통해 인터넷의 뜬소문에 의지해 ‘원전추진’을 고집하는 전력회사의 우스꽝스러움과 지사와의 유착방식 등이 드러나기도 한다. 원전이 어떻게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는지와 관련해 종합건설사나 원자로 메이커 관계자의 증언 또한 공개된다.

제5장은 ‘원전추진’의 중심축이었던 도쿄전력에서 내부적으로 자행하고 있는 직장 통제와 함께,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벌어지는 사상 차별을 다루고 있다. 이 ‘감시와 차별의 구조’를 밝힘으로써 차별에 항거해 투쟁한 사람들의 역할을 조명하고 원전추진파의 반성을 촉구한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의 일본, 탈원전을 향한 열망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일본사회는 ‘원전 제로’를 열망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1기도 없으며, ‘재가동 반대’를 주장하는 국민행동도 일본 전역에 확산되고 있다.

일단 사고가 일어나면 그 피해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끝없이 확대되는 원전 사고의 ‘이질적 위험’을 직시하고, 지진 대책의 취약성에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과 인격권을 비용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인식이 느는 것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사회에 대형사고 우려는 날로 커지고 있으나, 핵발전소 추진 반대 운동이나 노후 원전 폐쇄 촉구 운동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분투하는 일본사회가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

이 책에 드러난 일본의 원전 이익공동체, 즉 원전마피아의 교묘한 술책은 한국에서도 이미 벌어졌거나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다. 연일 보도되는 원전 관련 비리 사건은 물론, 원전추진을 위한 재계, 학계의 ‘뒷거래’나 인터넷을 통한 원전 찬성 여론 만들기 등도 낯설지 않다. 원전 추진에 반대하는 이들이 당하는 ‘색깔론 공세’도 정부 정책에 문제제기하는 이들을 무조건 ‘종북’으로 몰아가는 한국의 현실과 교차된다.

‘돈’을 무기로 원전에 반대하는 국민여론을 무력화시키고, 보수정치 유력인사들을 포섭하는 방식은 일본만의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일으킨다. 더 거대한 음모, 즉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원전 관련 기업들과 에너지를 통한 지배-종속 구조를 만들려는 미국의 계획에 있어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의 가장 큰 재앙은 바로 원전 사고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오늘의 현실에서 《원전마피아》는 이 ‘위협’의 주체인 원전마피아와 이를 둘러싼 유착구조를 폭로하고, 그 ‘거대한 어둠’에 맞서 지난한 싸움을 계속해 온 노동자, 시민, 그리고 양심적인 전문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탈(脫)원전의 구체화’를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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