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청년 : 노동인가 지식인가
[탐구,진보21]청년, 3세대 사회운동 지향하는 담대함 필요
    2012년 07월 04일 06: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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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년 이후 수도권 20~30대의 정치적 참여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는 박근혜의 북상을 강력히 저지하며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향후 청년들의 이해와 요구를 어떻게 집약할 수 있을까?

청년유니언의 발전 과정에서 간략한 논쟁을 한 바 있다. 핵심은 청년유니언에서 중심은 ‘청년’인가 ‘유니언’인가였다. 만약 청년유니언이 화물연대, 일반노조 등과 같이 노동에 기반한 조직이라면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청년유니언이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2세대 사회운동과 궤를 달리 하는 3세대 운동을 지향한다면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전청년유니온의 최저임금 캠페인(사진=대전청년유니온)

이를 둘러 싼 논쟁은 채 발전하지 못하고 사그라 들었다. 만약 청년유니언이 민주노총에 가입했다면 지금 청년유니언이 받고 있는 스포트라이트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를 본능적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논쟁이 발전하지 못하면서 청년유니언에 맹아적으로 잠겨있던 새로운 시대에 대한 감수성도 사그라 들고 말았다. 청년유니언에 담겨있던 새로운 시대에 대한 맹아는 아마도 청년 정치세력화로 나타났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4.11 총선은 40~50대 아저씨들의 잔치로 끝나고 말았다.

위와 같은 괴리는 기존의 운동으로는 어렵다는 현실 진단에 비해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려는 치열한 모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민주노총은 아니라는 현실 진단은 정확했지만 민주노총으로 대변되는 구시대 패러다임인 ‘노동’을 부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괴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20~30대 청년들의 핵심 키워드가 ‘노동’이라면 주요한 요구와 지향은 노동기본권 사수 등이 될 것이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아르바이트 노동, 안전하게 근로할 수 있는 권리(가령 청년유니언의 30분 배달제 금지 등을 생각해 보라) 등이 될 것이다.

청년들의 주요 요구의 하나인 일자리 문제도 일자리를 얼마나 만들어내는가와 같은 양적인 문제로 제한될수 있다.

청년들이 바라는 일자리는?

그러나 노량진 고시촌 등에 대량으로 존재하는 고시 준비생들과 같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정된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들이나 예술가, 작가 지망생처럼 많이 벌지 않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자리를 찾으려는 청년들의 존재는 이들의 이해와 요구가 그저 돈을 버는 일자리를 원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들에게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근로시간, 산업재해 등과 같은 전통적인 요구가 아니라 보다 창의적이고 보람있는 일을 원하는 것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교사나 공무원, 판사나 검사와 같은 일자리이다. 과거에는 민간 단위에 좋은 일자리들이 많았기 때문에 교사, 공무원, 판검사 등에 대한 선호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러나 민간 단위의 경쟁과 불안정이 격화되면서 이들 일자리들에 대한 청년들의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렵게 교사나 공무원, 판검사, 의사가 되는 사람들과 그 시험에 불합격하는 사람들의 실력과 능력에 큰 차이가 있는가?

20대 인구 중 대졸자들이 50% 이하였던 90년대 중반 이전이라면 판검사는 특별한 어떤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자격증이다. 그러나 지금은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면 다수의 사람들이 직업에 필요한 소양을 갖고 있다. 아마도 교사나 공무원의 경우 차이는 합격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서보다 50대 이상의 고령자들과 20~30대 신참자들 사이에서 더 클 것이다.

즉 과거에는 다수의 사람들 중 유능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자격증을 주었다면 지금은 상대적으로 비슷한 사람들 중 일부에게만 특별한 자격을 주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판검사, 의사, 교사 등이 많은 것도 아니다. 판검사들은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고,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의사가 맡았던 전문직인 기술 중 일부는 범용 기술로 변화하고 있다. 반면 교육.의료.법률 등에 대한 국민적 여망과 기대치는 날로 높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숫자가 늘지 않는 것은 그들이 자격증을 제한함으로써 그들이 갖고 있는 특권을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경우가 재벌 3세 경영에도 해당한다. 이병철이나 정주영, 이건희나 정몽구 등은 비판받아야 할 점도 많지만 그 나름의 역할을 했다. 전자는 한국 산업화의 초석을 닦았고 후자는 한국 제조업의 수준을 세계적인 차원으로 발전시켰다.

재능을 펼칠 기회 자체가 봉쇄되어 있는 사회

그런데 3세 경영을 담당할 이재용이나 정의선은 어떠한가? 그들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 비해 특별히 나은 것은 무엇인가? 결과적으로 그들이 그러한 능력을 보여준다고 할지라도 그들이 누리고 있는 기회의 독점은 정당한가?

재벌 3세 경영의 문제는 유망 분야에서 기업체를 신설하고 계열 기업을 동원해 물량을 몰아 줌으로써 경영권 세습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고 있는 점이다.

경영권 세습에 필요한 엄청난 재원을 마련하려면 빵집이나 순대 장사와 같은 규모가 아니라 IT 서비스, 광고 등과 같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는 첨단 산업이라야 한다. 덕분에 청년들이 창업을 하더라도 재벌들의 사업기회 독점을 뚫지 않고서는 좀처럼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은 그림이 나온다. 20~30대 청년들은 대부분 대졸자이며 과도할 정도의 스펙을 쌓았다. 그런데 재벌 경영권 세습, 전문직 자격증(판검사, 의사 등) 등과 같이 일부에게만 사업 기회, 취직의 기회가 독점됨으로써 그들이 쌓은 재능을 펼칠 기회가 원천 봉쇄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지식’과 ‘공정’이다. (반면 노동은 생산수단의 독점에 기초한 사고 체계이다)

통합진보당 사태를 계기로 2세대 사회운동은 막을 내렸다. 그러나 그 여진이 ‘노동’이라는 또다른 2세대 운동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통합진보당이나 노동을 키워드로 하려는 2세대 사회운동 집단이나 큰 틀에서 보면 동일한 시대정신을 공유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야할 20~30대 청년들이 구 시대의 유제에 묶여 버리는 것이다. 20~30대 청년들은 보다 대담해야 한다.

필자소개
민경우
전 범민련 사무처장이었고, 현재는 의견공동체 ‘대안과 미래’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서울 금천지역에서 ‘교육생협’을 지향하면서 청소년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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