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어음 결제 비중 증가
        2014년 10월 10일 12: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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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납품 대금을 지급하면서 현금이 아닌 어음으로 결제하는 비중이 5곳 중 1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공정 하도급 거래에 중소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10일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익표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중소제조업체들의 납품대금 어음결제 비중은 22.9%에 달했다. 2011년 20%에 비해 오히려 증가한 수치다. 반면 현금 결제 비중은 2011년 82%, 2012년 77%로 하락세를 보였다.

    홍 의원은 “현재 어음의 최대지급기일이 180일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인력과 물품을 공급하고, 길게는 6개월을 기다려야 현금을 받는 구조”라며 “1차 공급업체가 어음으로 대금을 지급받는 상황에서, 2·3차 업체가 1차 업체로부터 현금 결제를 받기란 불가능하다. 악순환이 꼬리를 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어음 결제가 시장 전반에 연쇄부도를 발생시킬 가능성을 높여 일종의 뇌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간 업체 중 한 곳이라도 부도가 나면 협력업체 전부가 망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련의 공급 사슬에서 대기업과 직접적인 계약관계를 맺지 못한 2·3차 납품업체 등이 예측 불가한 경영 환경에 허덕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제하는 입장에서도 어음 결제는 결과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홍 의원이 얘기다. 실제로 시공능력평가 43위인 울트라건설은 지난 7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는데, 업계에선 ‘어음 돌려막기’의 한계에 봉착한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회사의 매입채무는 2013년 말을 기준으로 1300억을 넘는 규모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하도급 거래에 대한 어음 결제는 산업 전반의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라며 “단기적인 방안으로 어음지급기일을 단축하고, 어음 결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치권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원사업자가 대기업인 경우에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하는 것을 강제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여야 간 협의가 늦어지고 정부도 의지를 보이지 않아 아직 본회의에 상정조차 못하고 계류 중인 상태다.

    홍 의원은 “몇몇 대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놓고도 어음으로 결제하는 나쁜 습관이 있다”며 “현금 대금 지급을 강제하는 이 법이 통과되면 중소기업들이 현금흐름을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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