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풀어야 하는
    현대차 비정규직 관련 문제들
    다양한 처지와 조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하나로 묶어야
        2014년 10월 09일 12: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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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8일, 19일 현대자동차 불법파견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판결이 내려진 후 “현대자동차 정규직은 반성하라”, “여전히 반성 없는 정규직” 등 정규직 노동자 전체를 싸잡아 비판하는 제목을 단 글들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정규직 누구를 보고 반성을 하라는 것인가?”

    엄길정, 김대식, 박성락, 이런 정규직 노동자? 현직인 이경훈 지부장? 전직인 문용문 지부장, 아니면 전직 위원장인 박유기? 그것도 아니면 4만7천명의 현대자동차 정규직 전부 다?

    평론하듯, 심판하듯, 때 되면 써 갈기는 그런 종류의 글들도 이제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조간부나 활동가들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 글을 읽고 난 뒤 나타나는 반응 중 이런 반응도 있다. “너나 잘 하세요. 마치 정규직 노동자들 머리 꼭대기 위에 앉아서 꾸짖듯이 글 쓰지 말고, 글 쓴 당신의 과거를 돌아보세요. 뭘 얼마나 책임 있게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문제를 걸머지고 오셨는지?”

    내가 너무 삐딱하게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박유기-비지

    2014년 10월 8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배포된 울산비정규직지회 선전물 중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지회는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현장 조직화 사업에 나설 모양이다. 계획된 일정에 맞춰 짧은 시간 아직까지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고(못하고) 관망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모아서 노동조합 가입과 앞으로 진행될 추가 집단소송 문제에 대해서 지회장이 직접 설명을 하고, 변호사도 직접 설명을 하며 질의응답을 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비정규직지회의 이러한 사업이 성과를 거두려면 울산공장 각 사업부 대표와 대의원, 현장위원, 조직활동가 등 뜻 있는 간부, 활동가들의 지원과 연대가 절실해 보인다.

    현재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으로 가입해서 법원 소송을 통한 법정 투쟁과 불법파견 철폐 투쟁을 벌이면서 지난 10년 동안 회사 측의 갖은 탄압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버텨온 동지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까지 비정규직 지회에 가입하지 않고, 소송에 참여도 안하고 있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과 소송 참여 문제에 대해서 감정적으로는 “흔쾌”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반대로, 아직까지 비정규직 지회에 가입도 안하고, 근로자지위확인 소송과 체불임금 지급 소송에 참여도 안하고 있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 처지에서 이제 노조(지회) 가입과 소송 참여를 결단하려면 ‘많은 고생을 감당해온 기존의 조합원들 보기에 좀 미안하기도 하고, 잘못하면 4천명 신규채용도 안되고 소송에도 지면 내 신세만 뭐 되는 거 아닌가?’라는 심리적 갈등이 있을 수 있다.

    현대자동차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 가입된 자, 집단소송에서 승소한 자, 그리고 노조에 가입도 안하고, 소송도 안하고 있는 자들로 구분되어 있다. 이제 비정규직지회가 집단적인 조직화 사업과 추가 집단소송 작업을 추진하면 이때부터는 이 사업에 동참하는 자, 불참하는 자들로 또 구분이 될 것이다.

    나의 바람이라면 기존에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들이 그동안의 서운한 감정을 내려놓고, 새롭게 가입하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같은 처지의 동지로 따뜻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물론, 새롭게 조합에 가입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저 ‘법정소송’만 쳐다보고, 권리만 행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조합원에게 권리가 주어진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주어지는 의무(조합비납부, 지회 결정사항 수행, 지회 투쟁지침 실천 등)를 전제로 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상식이다.

    이러한 상식에 충실하겠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각오만 있다면 지금까지 고생했던 비지회 조합원들이 새로 참여하는 조합원들을 통 크게 끌어안고 조직력을 최대한 높여, 이후 회사 측과 법정을 상대로 전개할 “불법파견 철폐, 정규직 전환” 투쟁에 자체 동력을 더 크게 만들어 가야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책이 만들어 질 것이다.

    주체(자체) 동력이 분열되고 무너진 상황에서 연대투쟁에 기대서는 아무런 승산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지난 비정규직 투쟁의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교훈이다.

    물론, 정규직 지부와 활동가들의 연대와 지지가 지금 같아서는 안 된다. 이 부분에 대한 과제는 정규직 지부의 간부나 활동가들에게 주어진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 철폐, 불법파견 철폐, 정규직화, 조직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수행하면서 얄팍하게 ‘정규직 전환 후 선거 때마다 우리 표(지지세력)로 끌어 모으는 수작’ 정도로 접근해서는 반드시 철퇴를 맞는다.

    이미 2012년 이후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입사한 조합원들이 느끼는 배신감이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있고, 8.18특별교섭 합의 후 소송포기서 소동과 신규채용 조건에 대한 불만이 현장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을 똑똑히 보라.

    조직의 이해관계에 따른 접근이 아니라 불법파견 철폐, 비정규직 철폐라는 원칙적인 측면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연대하고 지지하며 함께 해야 한다. 그러한 진정성이 지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전달될 때만 민음과 신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박-비지2

    2012년, 2013년 정규직으로 채용된 비정규직 현황(회사자료)​

    ​​2013년 입사한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정규직으로 입사한 조합원들의 문제가 드디어 공론의 장으로 등장했다.

    전주공장에 공개된 63사번들의 경우, 2013년 입사 후 ‘수습기간’이라는 이유로 성과급을 못 받았다는 지적과 2교대 보전수당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면서 “우리는 누구의 호구인가? 회사(?), 노조(?), 아니면 그냥 그렇게 버리는 카드일 뿐인가?”라는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면서 대표자 3명의 기명과 000명으로 발행처를 공개해 집단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대자보는 10월 6일 울산공장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게시된 것이다.

    “근속인정투쟁위원회”라는 발행 주체 단위를 밝히고 대표자까지 공개하고, “일방적인 주제소확인서(소송포기확인서) 동의를 위한 사측의 탄압과 회유로 권리를 박탈하려는 사측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8.18특별교섭 문제와 이에 기초한 회사 측의 횡포를 폭로하고 집단적인 대항을 선언하고 있다.

    이들의 집단적인 행동을 어떻게 볼 것인가? 지금까지 비정규직 노조에 가입하여 갖은 탄압을 뚫고 오늘까지 버텨온 비지회 조합원들 입장에서 보면, 2012년 2013년 정규직으로 입사한 비정규직 출신들에 대한 배신감(?) 같은 것이 있을 수 있다.

    정규직 지부의 입장에서 보면. 이분들은 이미 현대자동차지부의 조합원 신분이다. 지부 조합원인 이들이 회사로부터 불편부당한 차별적 처우를 받고 있다면, 그래서 당사자들이 뭉쳐서 이러한 부당함에 맞서 싸우겠다면, 지부는 어떻게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하는가? 그들 스스로가 결정한 문제니까 그냥 방치해 버린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2012년 이후 사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입사한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박탈하고 있는 회사 측에 대해 분노하고, 같은 처지에 있는 조합원들이 집단적으로 뭉쳐서 스스로의 권리를 되찾겠다고 나섰다면, 당사자들이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으로서의 의무에 충실하여 전체 조합원 권익 향상에 복무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사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채용된 당사자들의 부당함에 맞서는 순간, 여전히 비정규직 처지에 머물러 있는 과거 같은 처지의 동료였던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 철폐와 불법파견 철폐, 정규직 전환 투쟁에 대해서 어떻게 함께 할 것인지도 함께 공개하면서 당사자들의 투쟁에 정당성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10월 8일, 현재, 현대자동차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 정규직으로 채용되었지만 임금 차별과 권리 포기를 강요당하고 있는 지부 조합원,

    2) 8.18특별교섭합의 이후 신규 채용되어 부분적인 근속을 인장 받을 수습사원

    3)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으로서 소송에 침여해서 1심 소송을 승소한 비지회 조합원,

    4) 비지회 조합원도 아니고, 소송도 참여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

    5) 이번 기회에 노조에 가입하고 집단소송에 참여하겠다는 비정규직 노동자,

    6) 노조 가입과 소송은 두렵고, 4천명 뽑을 때 뽑아주겠지, 기다리는 비정규직 노동자

    7) 여전히 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는 촉탁계약직 비정규직 노동자,

    8) 그리고 최병승 같은 정규직 노동자(본인은 나에게 준규직이라 했던가?)​

    현대자동차 자본에 의해 이들은 찢겨져 있다. 따라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문제의 대책을 수립하려면 저렇게 다양한 각각의 상황에 맞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나 자신부터 이들을 마냥 지켜만 보고, 방치할 수는 없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누구랑 접근을 해야 할지….

    박4

    필자소개
    박유기
    전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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