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로시간 연장법’ 권성동,
    그를 이해하기 위한 6가지 키워드
        2014년 10월 08일 09: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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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여곡절 끝에 19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 배정이 완료된 뒤 배치표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기피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에 새누리당의 권성동 의원이 떡하니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환노위는 주로 민생법안을 다루는데다가 지역구 예산을 챙기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상임위이다. 그래서 주로 ‘운동권’ 출신의 강한 야당 의원들이 전/후반기 모두 환노위에서 활동하는 반면, 새누리당에서는 초선 의원이나 비례의원을 배정해왔다.

    그런데 재선 의원이자 전반기 때는 법사위에서 도드라진 활약을 벌인 권 의원이 환노위에 등장했다. 수상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는 후반기 국회가 열린 지 불과 몇 개월만에 근로시간을 연장한다는 골자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래서 키워드로 짚어봤다. 권성동 의원은 누구인지, 왜 기어코 환노위에 들어온 것인지를 말이다.

    1. BBK

    권성동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다. 강릉 출신이자 사법고시 합격 이후 춘천지검 강릉지청에서 재직했던 그는 2008년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 팀장을 시작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특히 그는 특수부 검사 출신답게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후보검증위원회로 활동하면서 당시 핫이슈였던 BBK 의혹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보고서를 제출했고, 검찰 수사 때에도 대응활동을 주도한 공신이었다.

    이후 그는 18대 총선에서 강원 강릉지역구에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당시 친박계 심재엽 의원이 공천을 받게 되어 청와대 법무비서관 자리를 옮겨 후일을 도모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당시 최욱철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자 재선거에 출마, 결국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2. 친이(명박)

    국회 입성 후 그는 친이계 출신답게 당 내에서 친박계와 크고 작은 알력다툼을 벌였다.

    그는 2010년 6월 핫이슈였던 세종시 관련 수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불복하면서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세종시 원안을 애초에 특정 지역 표를 의식한 수도 분할”이라고 비판하는 등 박근혜 전 대표의 저격수 역할을 맡았다.

    또한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해 1심 무죄판결 이후 한나라당이 검찰을 비판하자, 청와대를 의식한 그가 검찰을 엄호하기도 했다.

    또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로비 의혹에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가 관련됐다고 주장한 민주당의 강기정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청와대의 심복 활동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러한 활동 덕분에 그는 2011년도 예산안 처리에 있어 지역구 예산을 알뜰히 챙겼다. ‘강릉 녹색도시 조성사업’ 예산으로 당초 50억 원보다 2배나 증가한 100억 원을 확보했고, 원주~강릉 복선철도 사업비도 40억 원이 늘어난 300억 원을 확보했다. 또한 철저한 지역구 챙기기로 19대 국회에 입성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권성동-1

    3. 협찬

    2012년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발전 자회사 6곳이 <조선일보>의 종합편성 채널인 <TV조선>의 드라마 ‘한반도’에 협찬비로 3억4천여만 원을 지원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권성동 의원의 압력이 있었다는 관계자들의 증언이 있었다. 당시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관련 기사 링크)

    한 발전사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권 의원이 한전과 발전사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반도’가 에너지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인 만큼 홍보에도 도움이 될 테니, 지원을 한 번 검토해봐라’는 얘기를 했다”며 “우리들로선 이를 무시할 수 없어서 협찬을 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권 의원의 상임위는 지식경제위원회로 한전과 발전회사는 지식경제위의 감사를 받는 기관이었다.

    이와 관련해 권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반도 제작사 관계자가 소개해달라고 부탁해서, 한전 관계자를 만나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길이 있는지 검토해보라고 소개한 것이 전부”라고 해명한 바 있다.

    4. 불법 선거

    2011년 4월에 있던 강원도지사 재보궐에서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가 ‘펜션 불법선거운동’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엄 후보 측은 강릉 지역에 펜션을 빌려 불법적인 전화선거운동을 벌인 것이 투표일 직전에 발각됐다.

    그런데 현장에서 발견된 전화홍보 대본에는 전화홍보가 권성동 의원의 강릉 지역구 사무실에서 전화한 것처럼 교육시킨 내용이 있어 권 의원이 불법 선거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권 의원은 전혀 몰랐던 사실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관내 교회와 사찰 등에 헌금 명목으로 90만원을 제공하고, 그의 회계책임자가 의정활동보고서를 배부한 60여개 노인회에 통상 인건비 117만원보다 15배나 많은 1천762만원을 지급한 혐의로 선관위가 각각 권 의원과 회계책임자를 춘천지검 강릉지청에 고발하기도 했다.

    문제는 춘천지검 강릉지청은 권 의원이 사법연수원에서 나와 처음 발령받은 곳이라는 점이다. 수사는 지지부진했고 권 의원은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민주당은 ‘전관예우식 봐주기 수사’라고 비판하며 검찰에 제대로 수사할 것을 촉구했지만, 그해 9월 검찰은 혐의가 없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다만 교회에 헌금 명목으로 50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았던 그의 회계책임자는 ‘권 후보를 위해 개인적으로 헌금한 것’으로 보고 기부행위제한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5. 막말

    지역구 예산은 알뜰히 챙겼지만 도 예산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아 강원도민들의 반발이 격해지자 그는 “강원도민들이 여섯 번에 걸쳐 실시한 도지사 선거에서 늘 야당 지사만 뽑아왔기 때문에 소외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고 발언해 논란이 인 바 있다.

    이후 그는 2012년 8월에는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특검과 관련해 민주당이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문제를 두고 “살인범이나 강간범이 자신한테 유리한 재판부를 지정한 것과 똑같다”고 막말을 퍼부어 국회 윤리위에 제소된 적도 있다.

    그런데 당시 그는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자신의 친정격인 춘천지검 강릉지청으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었고, 그 다음 달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6. 저승사자

    법사위는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의 체계와 자구 심사를 하는 역할도 한다. 문제는 법사위가 원래의 임무와는 상관없이 법안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아 발목을 잡는다는 점이다.

    특히 권성동 의원은 재계의 입장과 전면 배치되는 법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 통과를 막아왔다.

    대표적으로 2013년 4월에 있었던 경제민주화 일환으로 추진돼온 정무위원회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담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었다. 당시 재계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생기자 개정안을 통과시키긴 했지만, 힘 없는(?) 환노위에서 통과시킨 법안들은 번번히 막혔다.

    정년 60세 연장과 유해물질 사고 처벌 강화 법안은 권성동 의원이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이 때문에 환노위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이 같은 당인 권 의원에게 강력 항의한 바 있다.

    그러다 2014년 2월 특수고용직군 노동자들도 산재보험법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이 환노위에 통과됐지만 권 의원이 법사위에서 강력히 방어하면서 보험회사의 로비를 받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관련기사 링크)

    당시 권 의원이 법사위 소회의에서 보험회사가 만든 민영 산재보험이 훨씬 더 좋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고, 이후에도 보험회사가 설계사들에게 강요해 작성한 법안 통과 반대 서명지를 근거로 특수고용노동자들도 개정안을 반대한다고 말해 로비 의혹이 더욱 커지기도 했다.

    그런데 그가 19대 국회 후반기에 갑자기 환노위로 들어오면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권 의원을 겨냥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사사건건 환노위 법안에 발목을 잡았던 저승사자 한 분이 환노위 간사로 왔다”고 꼬집은 바 있다.

    그런 그가 환노위에서 일명 ‘근로시간 연장법’’을 발의해 ‘재계 눈치보기’에서 ‘기업 편들기’로 진화했다는 평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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