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근로기준법 개정안
"전형적 기업 청부형 민생악법"
노동계, 노동시간 단축 아닌 연장 법안 강하게 비판
    2014년 10월 07일 01:51 오후

Print Friendly

새누리당이 내놓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일부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노동계에 ‘입법폭력’이라는 큰 비판을 받고 있다. 법정 노동시간은 대폭 늘리되, 휴일 근무 시 노동자가 받아왔던 휴일 근무 수당은 주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대표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현행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 (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을 주 60시간 (법정근로 40시간+일반 연장근로 12시간+추가 연장근로 8시간)으로 확대, 추가 연장근로 8시간은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로 △휴일노동을 할 경우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의 가산임금을 지급’받도록 돼 있는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휴일근로 가산임금’ 규정을 삭제 △취업 규칙으로 2주, 노사 서면 합의로 3개월까지 허용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1년으로 확대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노동시간 ‘단축’ 아니라 ‘연장’하는 법안

이번 근기법 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권 의원은 7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나와 “기본적으로 법규 해석은 최종 해석은 법원이 갖고 있지만, 법원의 해석이 있기 전에는 그 법규를 담당하는 부처에서 해석 권한을 갖고 있다”며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근로기준법이 생기고 60년 동안 68시간이 법정 근로시간이라고 해석을 해왔고,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즉 법정 근로 시간이 52시간으로 명시돼 있기는 하지만 관행상 근로시간은 68시간이기 때문에 사실상 근로 시간 단축이라는 것이다.

이에 민주노총은 7일 새누리당 당사 앞 기자회견에서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법정근로 40시간에 평일 연장근로 12시간과 휴일근로 16시간을 합해서 1주간 최대 68시간까지 가능하다는 고용노동부의 탈법적 행정해석을 기준으로 비교하고 있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현행 근로기준법은 1주 연장근로시간의 한도를 12시간으로 분명히 제한하고 있으며 여기서 1주는 역상의 7일을 의미하는 것으로 법원 판례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불법적인 연장근로를 합법화시켜준 고용노동부의 잘못된 행정해석을 근로기준법의 입법 취지에 맞게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추가 연장근로 8시간은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한다는 내용에 대해선 이들은 “현재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이 11%에 불과하다”며 “특히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중소영세사업장에서는 노동조합이 거의 조직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 단서 조항의 실효성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하며 현행법에 비해 후퇴하는 ‘개악안’이라고 비판했다.

근기법 개정 규탄

권성동 근기법 개정안 규탄 민주노총 회견(사진=유하라)

휴일수당 사라지고, 임금삭감으로 이어져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휴일 노동을 할 경우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의 가산임금’을 지급 받도록 돼 있다.

반면 권 의원 발의 개정안은 ‘휴일근로가산임금 규정’(근기법 56조)을 삭제해 휴일근로이면서 동시에 연장근로에 해당하는 경우와 휴일근로이지만 연장근로가 아닌 경우 모두에 휴일 수당을 받을 수 없게 했다.

휴일 외 다른 날의 근로시간이 1주에 40시간을 넘은 경우 휴일에 한 근로시간은 모두 휴일근로시간임과 동시에 연장근로시간에 해당하고, 그 근로시간에 대해서는 모두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단을 중첩적으로 지급하라는 법원 판례도 있어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권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같은 판례가 하급심 판례’라고 말하면서, 보도자료를 통해서는 “개정안에 따르면 휴일에 8시간까지 근로한 경우에는 현행과 동일한 임금을 수 있다”며 “다만 휴일근로가산이 규정 삭제로 인해 휴일 8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할증률은 일부 감소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모든 휴일근로는 연장근로라는 잘못된 전제를 깔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반박하면서 “권성동 의원의 발의안은 휴일수당 지급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에 평일 노동과 동일하게 전혀 수당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하급심 판례라 하더라도 권 의원 발의안은 노동자들의 법적 청구권 자체를 아예 소멸시키는 결과를 가져 온다”며 “결론적으로 휴일수당 삭제는 1주 40시간을 넘은 휴일근로의 경우 현행법과 판례가 보장하는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의 중복 할증을 없애는 동시에 1주 40시간 내 휴일근로의 경우에도 현행법은 물론 노동주의 행정해석조차 보장하는 휴일근로 가산임금 지급 의무 모두를 없애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을 명백히 삭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도 같은 날 논평에서 권 의원 발의안에 대해 “사측이 마땅히 부담해야 할 비용을 경감해 주고 있다”며 “권 의원은 휴일근로에 대한 임금가산 자체를 없애버렸고,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추가적인 비용부담이 사라진 휴일근로가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근기법 개정안에 대한 정확한 해명을 촉구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기업에만 좋은 일

권 의원은 이번 근기법 개정안에 취업규칙으로 2주, 노사 서면 합의로 3개월까지 허용된 현행법을 각각 취업규칙상 1개월, 노사 합의 시 1년으로 연장하는 내용도 담았다.

최장 3개월에 불과한 단위기간으로는 계절에 따른 물량 변화나 계절적 요인에 적시 대응하기 어렵고,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으로 근로시간 총량이 감소할 경우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확대한 이유다.

민주노총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로 인한 위험성에 대해 우려하며, 이 같은 개정안이 임금 감소까지 초래는 물론 노동시간 단축 의미가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단위기간이 확대될수록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갖는 위험성이 배가 된다”며 “단위기간이 늘어나면 기업들이 평균 근로시간 한도를 맞추기가 더욱 쉬워지는 반면 노동자가 수당을 받을 가능성은 그만큼 어려워지기 때문에 임금 감소 효과가 더욱 커진다”고 우려했다.

또 “단위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면 1년 중 6개월간은 초과수당을 지급하지 않고도 주당 52시간, 초과수당을 지급할 경우 64시간까지 연장노동이 가능하게 돼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는 사실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는 권 의원이 발의한 근기법 개정에 대해 “연장근로나 휴일근로에 대한 제약을 강화하는 등 근로시간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자 이번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하지만, 개정안을 통해 연장근로 한도를 8시간이나 늘려 놓았고, 동시에 휴일근로에 대한 사측의 비용 부담은 줄여주었다”며 “권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사용자가 노동자를 더 싸게, 더 오래 일하게 할 수 있도록 일방적으로 편을 들어주었다. 전형적인 기업 청부형 입법이자, 대표적인 반 민생법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평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