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납부,
소득 기준 중심의 재편이 옳다
    2014년 10월 07일 10: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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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민저널 9월호에서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을 다루고 있다. 그 중 김종명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운영위원이 기고한 글을 사민저널의 양해를 얻어 게재한다.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건강보험료 납부 체계에 대한 분석과 의견이다. 이 쟁점은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는 진보적 보건의료계에서도 토론과 이견이 제기되는 지점이며 국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생활적 쟁점이며 복지국가를 위한 경로의 문제이기도 하다. 다소 긴 글이지만 일독을 권한다. 김종명 운영위원의 입장 및 분석과 다른 시각도 소개할 예정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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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기준 중심의 건강보험료 납부 체계 재편은 상당 수준의 ‘부자 증세’ 효과를 가져온다. 그 대신 지역 가입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난한 서민들의 건강보험료 납부액은 대폭 줄어든다. 서민들의 건강보험료 부담액은 줄이고 부자들의 부담액은 늘이는 것이 소득 기준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이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정부가 소득 기준 중심의 부과 체계 개편을 소폭으로 마무리하려는 이유이다. 원칙적으로 소득 기준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이 옳다. 이것을 ‘서민 증세’로 바라보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인식이다. <필자>

지난해부터 정부가 추진 중인 국민건강보험 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안의 모습이 드러내고 있다. 애초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로 이원화된 건강보험료 납부 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일원화할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한 바 있다. 이에 그 제안을 보건복지부가 수용하여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을 꾸려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부안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정부가 제시하는 부과체계 개편 방향은 애초의 원칙보다 후퇴한 안으로 보인다.

건강보험료 납부 방식 재편을 소폭 개선으로 마무리 지으려 하는 박근혜 정부

9월 11일 보건복지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소득에 대한 건보료 부과 범위를 확대하되, 양도와 증여, 상속에 의해 취득한 일회성 소득에 대해서는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그리고 연 2천만 원 이하의 금융(이자, 배당)소득 역시 건강보험료 부과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한다.

그간 월 소득이 거의 없는 지역 가입자에게도 혹독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근거가 되었던 성별, 연령별 평가소득(추정소득) 기준을 없애고, 최저 소득자에게는 최저의 건강보험료만 부과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재산 기준에 대해서는, 저가 재산에 대해서는 기준을 완화하는 대신 고액 재산에 대해서는 건강보험료 기준을 인상하는 방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자동차에 대하여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은 이번에 아예 폐지하겠다고 한다.

정부가 대략적인 수준에서만 개혁 방향을 제시하고, 구체적으로 건강보험료 부담이 어떻게 변화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지 않아 정확한 평가는 어렵다. 그럼에도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몇 가지 제안은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의 문제점을 적지 않게 개선할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물론 정부가 제시한 방향은 그간 개혁 방향의 원칙으로 표명해왔던 ‘소득 중심 일원화’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아무래도 정부는 현재의 이원화된 부과 체계를 일단 그대로 유지하면서 몇 가지 점에서 부분적으로만 부과 체계 개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애초 소득 중심으로 건강보험 보험료 부과 기준을 단일화 하겠다는 개편안을 용두사미로 정리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소득 중심의 일원화로 인한 건강보험료 인상 부담이 주로 고소득층과 부자들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건강보험료 납부·부과 방식 개편에 대한 시민사회 일각의 비판, 문제가 있다

그런데, 정부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에 대한 진보적 시민사회 일각의 반응은 사뭇 우려스럽다. 지난 9월 23일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서민증세로 귀착되는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안과 담배세 인상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였다. (관련 신문기사 링크)

정부가 추진 중인 건강보험료 납부·부과 방식 개편이 고소득층을 우대하고 서민들 부담을 늘리는 역진적 개편안에 불과하며, 결국은 국민의 건강보험료를 인상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역 가입자의 소득파악률이 63%에 불과한 현 상황에서 재산에 대한 건보료 부과 배제 방침은 결국 임금 노동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귀착될 뿐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소득이 없는 지역 가입자에게 최저보험료를 부과하는 것 역시 소득 역진적이라며 문제 삼았다. 결국 그들은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안 자체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 뿐 아니다. 사회공공연구원은 이보다 앞선 9월 18일 <건강보험 소득 중심 부과체계에 대한 의문 : 소득재분배 기능의 축소 혹은 심화된 역진성을 주제로 이슈 페이퍼를 발간하였다. (관련 글 링크).

그 내용 역시 소득 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에서 재산에 대한 건강보험료 부과액을 축소하는 것은 소득 재분배 측면에서 역진성이 심화될 수 있으며, 종합소득에 대한 건강보험료 부과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고, 또한 최저보험료 도입안 역시 사회적 배려가 부족한 정책이라며 비판하였다. 그 이슈페이퍼 역시 무상의료운동본부의 시각과 동일하며, 무상의료운동본부 기자회견시 참고자료로 활용되었다.

한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인 홍헌호는 9월 24일에 프레시안 기고한 정책 쟁점 일문일답의 글 <퇴직소득 및 양도소득에도 건보료 부과해야>을 통해 정부의 부과체계 개편안은 ‘최악에 가까운 차악’일 뿐이라면서 그 의미를 깍아내렸다. (프레시안의 해당 글 참조)

홍헌호 소장은 모든 소득에 건보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점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정부가 마련한 개편안은 낙제점이라는 시각이다. 프레시안은 홍헌호 소장의 글에 대하여 글 제목을 <서민 죽이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도 낙제점>으로 달아, 정부의 부과체계 개편에 반대하는 태도를 취했다.

나는 위와 같이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 방향 그 자체에 반대하거나, 그 의미를 깍아 내리려 하는 시민사회 일각의 태도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태도는 결과적으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에 소극적으로 되고 있는 현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황당한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기에, 더더욱 잘못된 태도라고 생각한다.

건강보험료 납부·부과 체계 개편에 대해서는 두 가지 사안으로 나누어 판단해야 한다. 하나는 지금처럼 이원화된 건보료 부과 기준을 소득 중심으로 일원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하자는 원칙에 대한 판단이며, 또 하나는 정부가 그 원칙에 충실하지 않은 안을 제시하였다는 점에 대한 판단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의 기자회견과 사회공공연구원의 이슈페이퍼가 전자조차 부정하는 태도라면, 홍헌호 소장은 전자에는 찬성하되 정부안은 낙제점이라는 시각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둘 다 문제 있는 시각이다.

현재의 이원화된 건보료 납부 방식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왜 소득 중심의 건보료 부과 기준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앞의 다른 글에서 다루었다. 여기서는 현재 논란이 되는 부분을 중심으로 나의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재산 기준의 건강보험료는 부자가 아니라 서민에게 가혹할 뿐

소득 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에 반대하는 무상의료운동본부의 핵심 논지는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에서 재산(주택 등의 소유을 배제하는 것은 고액 자산가의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덜어주는 것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나는 오히려 그 반대로 판단한다.

2012년에 지역 가입자가 납부한 총 건강보험료는 6.8조 원 정도이다. 그 중에서 재산 기준에 대한 납부액이 47%, 소득 기준에 대한 납부액이 26%, 자동차 기준에 대한 납부액이 13%, 성별/연령별 기준에 대한 납부액이 13%이다. 즉 지역 가입자들의 경우 사실상 재산에 따른 건강보험료 납부 비중이 가장 크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재산 기준의 역진성이 매우 심각하다는 데에 있다.

이는 간단하게 살펴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재산에 대한 건강보험료 부과는 50 등급으로 나누어 이루어지는데,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다. 재산이 1천만 원이면 건강보험료로 월 1만 1천원, 5천만 원은 월 4만 5천원, 1억원은 월 7만 5천원, 3억원이면 월 12만원, 10억원이면 월 17만원, 30억원 이상이면 월 25만원이다. 재산 기준은 30억원이 상한선으로 그 이상은 아무리 수백억, 수천억의 고액 자산가라도 월 25만 원 정도만 내면 된다.

이를 직장 가입자 기준으로 환산해보자.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의 3%(2014년 기준)을 건강보험료로 부담한다. 따라서 건강보험료 월 1만 1천원은 매월 약 40만원의 근로소득을 의미하며, 월 4만 5천원의 건강보험료는 매월 150만원의 근로소득, 매월 7만 5천원의 건강보험료는 월 250만원의 근로소득, 월 12만원의 건강보험료는 월 400만원의 근로소득, 월 17만원의 건강보험료는 월 570만원의 근로소득을 의미한다.

공시지가 1~3억 원짜리의 집을 서울이나 인천, 광주, 부산 등의 대도시에 가진 이는 부자도 아니고 서민 중의 서민에 해당된다. 그런데도 월 평균 소득이 120만원에 불과한 영세 자영업자들의 경우, 그가 1~3억 짜리 집 한 채(재산)을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매월 7만 5천~12만 원의 건강보험료를 지역 가입자로서 납부해야 한다. 자기 월 소득의 거의 10%를 건강보험료로 납부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현재의 재산 기준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는 매우 역진적이다. 더구나 지역 가입자는 재산 기준 이외에도 소득(평가소득)과 자동차에 대해서도 추가로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소득 기준 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 단일화는 매우 진보적인 아젠다

물론 지역 가입자들 중의 일부는 6억~9억 이상(종부세 대상자)의 고액 주택 재산을 가진 부자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소득이 만약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면 소득이 아니라 재산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상당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2012년 현재 지역 가입자는 총 769만 세대(인구 기준 1544만 명)이며, 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의하면 그 중 47% 정도인 358만 세대만이 자기 부동산(자가주택이나 건물, 땅 등)을 소유하고 있다. 나머지 270만 세대는 자기 부동산이 없이, 전세나 월세에 거주하는 셋방살이 신세이다.

만일 지역 가입자들 중에 고액 재산가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면, 그들은 부동산을 보유한 위의 358만 세대 안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일반론적으로 지역 가입자의 소득이 축소 신고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의 재산 보유 여부와 재산의 가격(공시지가)는 거의 숨길 수 없다. 왜냐하면 주택 등 부동산의 소유 여부와 그 가격은 국세청에 모조리 파악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소유한 358만 세대만을 따로 떼어내어 이들이 어느 정도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지 상세히 살펴보자. 지역 가입자의 재산 소유에 대한 원자료(raw data)를 확보할 수가 없기에, 그것 대신 건강보험 주요 통계 자료에 나와 있는 산정 보험료 점수 구간별 현황 자료(지역 가입자 분)를 바탕으로, 건강보험료 점수 구간에 따라 ‘자기 부동산을 소유한 358만 세대’만을 따로 떼어내어 다시 20분위로 나누고, 해당 분위별 세대당 평균 재산 등급 점수를 산출하였다. 그리고 그 평균 점수에 해당하는 과표 재산을 역적용한 결과가 다음과 같다.

건강보험1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최상위 5%(20분위)에 해당하는 세대만이 과표 재산 가치가 6억을 넘었다. 그 바로 하위(19분위)부터는 모두 과표 재산 가치가 4억 미만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과표 재산가치가 1억만 되어도, 중상위인 12분위에 해당한다. 과표 재산 가치가 3억 이상이 되면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중 상위 10%에 속한다. 이 결과는 지역 가입자 총 세대(769만) 중 자기 부동산을 소유한 세대만을 조사한 것이므로, 자기 소유 재산이 없는 전월세 세대까지 모두 포함하면, 분위별 등급이 더 상향된다.

또한 과표 재산 가치가 6억을 넘어가는 상위 5%가 납부하는 재산분 건강보험료가 과표 재산을 소유한 전체 358만 가구가 납부하는 총 재산분 건강보험료의 13%이고, 과표 재산 가치 3억 원 이상의 재산을 소유한 지역 가입자 상위 10%가 납부한 건강보험료가 총 재산분 건보료 납부액의 23.6% 가량을 차지한다. 그런데 근로소득에 대해서만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직장 가입자의 상위 10%가 부담하는 건강보험료가 직장 가입자가 납부한 전체 건강보험료의 30%를 조금 넘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것은 매우 적은 비중이다.

이것은 역으로, 과표 재산 가치 3억 원 미만을 가진 서민들이 그들의 재산에 대하여 납부하는 건강보험료가 재산분 건강보험료 총액의 무려 76.4%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지역 가입자들에게 부과되는 재산 분 건강보험료는 고액자산가 부자들에게 가혹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민들에게 가혹한 방식이었다.

따라서, 지역 가입자들에 대한 건강보험료 부과에서 재산 기준을 축소 혹은 폐지하고자 하는 개편안은 부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안에 따라 재산 기준의 건강보험료 납부를 없애고자 하는 것은 반서민 정책이 아니라 오히려 친서민 정책임이 틀림없다.

그 많던 고액 자산가 지역 가입자들은 어디로 가버렸을까?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이 있다. 6억 이상의 과표 재산을 가진 지역 가입자(21만5762세대)는 전체 지역 가입자 769만 세대의 불과 2.8%이다. 그 많은 부동산 부자들은 죄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재산조차 대거 숨기기라도 했다는 걸까. 그런데 그건 거의 불가능하다.

비밀은 건강보험 제도의 변화에 있다. 그간 건강보험의 직장 가입 기준이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왔다. 2001년부터 5인 미만을 고용하는 사업장도 직장 가입에 편입하도록 하였고, 2003년부터는 1인 이상 고용 사업장도 직장가입으로 편입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그간 지역 가입자의 비중이 줄어들고 직장 가입자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2000년만 하더라도 직장 가입자보다 지역 가입자가 더 많았으나 2010년에는 기 비율이 65 대 35로 바뀌었고, 2013년에는 70대 30으로 직장 가입자의 비중이 지역 가입자의 2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소득이 많거나 재산이 많은 부자들의 거의 대부분이 지역 가입자에서 직장 가입자로 전환되었다. 의사와 변호사 같은 전문직들, 고급 음식점 소유자들, 고가 빌딩 소유자들 등의 고액 재산가들이 이제는 지역 가입자가 아니라 직장 가입자로 편입된 것이다.

반면, 여전히 지역 가입자로 남아 있는 이들은 단 1명의 종업원(4대 보험에 가입한)도 없이 홀로 사업을 운영하는 영세자영업자들과 그리고 보험설계인들, 화물차 운전사 등과 같은 특수고용직, 노인과 실업자, 주부, 학생 같은 미취업자들, 그리고 직장 가입이 안되는 임시직과 일용직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은 소득이 없거나 매우 적은 서민과 저소득층이다. 그런데도 겨우 공시지가 1~3억짜리 집 한 채 달랑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매월 10만원에 이르는 고액의 건강보험료를 부담해왔던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더라도, 소득이 적은 지역가입자들에게 과중한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요구해온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재산 기준 건강보험료는 아예 폐지하거나 또는 축소하는 것이 올바른 개혁 방향이다. 설령 재산 기준을 한꺼번에 없애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소득 파악률을 높이려는 노력과 함께 앞으로 사라질 운명이라고 보는 것이 올바르다.

그렇지 않고, 만약 고액 재산가들에게 그 재산에 걸맞는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고자 한다면, 직장가입자들이 갖고 있는 재산에도 건강보험료를 부과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지역 가입자와 직장 가입자 간에 일관된 형평성(공정·공평서)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은 더 큰 논란을 불러올 것이며, 그런 방안을 밀어붙일 명분도 취약하다. 게다가 전세계적으로 그런 예도 찾기도 어렵다.

대신 고가의 부동산 등 고액 자산을 보유한 고액 재산가들에게 복지국가에 필요한 재원을 부과하는 방식은 그들의 보유 재산에 대하여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종부세를 강화하는 방식이 더욱 현명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된 종부세는 이명박 정부 시기에 부자 감세의 일환으로 그 대상과 세율이 대폭 완화되었다. 그런데 최근의 피케티 열풍에서 알 수 있듯이 자산 소유의 양극화는 매우 심각하다. 그것을 시정하기 위해서라도 종부세는 강화되어야 한다. 그 대신 건강보험료 부과는 소득 중심의 기준으로 단일화 하는 것이 올바르다.

소득 기준의 건강보험료 부과야말로 공평성과 공정성을 높인다

소득 중심 기준으로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서민 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무상의료운동본부의 판단은 잘못된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고소득층의 부담을 늘려 건보료 부과의 형평성(공정·공평성)을 대폭 높인다.

흔히 지역 가입자들의 경우 그들의 재산과 자동차에 대하여 건강보험료를 부과해온 이유가 그들의 실제 소득이 파악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즉 지역 가입자들의 경우 소득파악률이 62%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잠깐 살펴보았듯이 요즘에는 의사와 변호사, 고소득 식당 주인, 고가 빌딩 소유자 등이 이미 지역 가입자가 아닌 직장 가입자로 전환되어 있다.

요즘 지역 가입자들의 대다수는 소득이 없어가 매우 적은 영세 자영업자들과 실직자, 비정규직 및 임시직 등이다. 이들의 소득파악률이 낮은 이유는 더 이상 그들의 실제 소득이 많은데도 그것을 숨기는 까닭에 국세청에서 그들의 소득 파악을 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니다. 실제 지역 가입자의 상당수가 국세청에 신고할만한 수준의 소득(과표소득)조차 벌지 못하고 있다. 즉 소득 신고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38%의 겅우 실제로 신고할 만큼의 소득이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연 매출이 4800만 원 이하인 까닭에 경비를 제외하고 나면 신고할만한 과표 소득이 0원이 되는 가구들이다.

고액 자산가들의 경우 금융재산에서는 금융소득을, 부동산에서는 임대 소득 같은 사업소득을 얻는다. 아직까지 상가를 제외한 주택 월세 임대소득의 파악은 쉽지 않은데, 하지만 모든 임대소득에 대하여 소득세를 과세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주식배당과 이자소득의 경우 그것을 숨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그들의 소득을 기준으로 하여 (재산 기준이 아니라)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고액 자산가들의 경우 더욱 쉽다.

이 점은 건강보험 통계에서도 알 수 있다. 지역 가입자의 상위 5%, 44만 세대는 건강보험료로 월 23만원~215만원을 납부하는데, 그들의 소득과 과표 재산은 모두 상위 5% 이상이며, 양자가 90% 이상 일치함을 알 수 있다. 즉 소득이 많으면 재산도 많기 마련이며, 재산이 많으면 그 재산애서 발생하는 소득도 많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지역가입자에 대한 건강보험료 부과에서 재산 기준과 자동차 기준을 축소 또는 폐지하고 소득 기준으로 일원화하더라도 고액 소득자에 대한 건강보험료 부과액이 줄어드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들에 대한 건강보험료 부과액이 더 많아질 것이다.

건강보험

용두사미로 끝내려 하는 박근혜 정부의 건강보험료 납부 방식 재편

정부는 자동차 기준은 폐지하기로 이미 결정하였다. 재산 기준에 대해서는, 저가 재산에 대해서는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지 않고, 고액 재산에 대해서는 부과액을 상향 조정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직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으나, 재산 기준 건강보험료 부과액을 당장 완전히 폐지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가능한 한 그 액수를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올바르다.

반면, 소득에 대해서는 건강보험료 부과 범위를 대폭 넓혀야 한다. 소득 기준 중심의 일원화된 부과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모든 소득에 대하여 건강보험료를 부과해야 마땅하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소득에는 종합소득과 퇴직소득, 양도소득이 있으며, 다시 종합소득에는 근로소득과 이자소득, 배당소득, 사업소득(임대소득 포함), 연금소득, 기타소득이 있다. 그리고 증여세법에 의한 증여세가 있다.

현재 직장 의료보험 가입자의 경우 그의 근로소득에 대해서만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으며, 연간 72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비근로 종합소득에 대해서도 건보료를 추가 납부하고 있다. 게다가 직장가입자의 경우 배우자와 노부모, 자식 등의 피부양자는 그가 소득이 있는 경우에도 일부의 경우 (즉 금융소득 4천만 원 초과, 연금소득 4천만 원초과, 사업소득 500만 원 이상, 재산보유액 9억 원 이상)를 제외하고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받고 있어 한푼의 건강보험료도 내지 않는다. 소득 기준 중심의 일원화된 부과 체계를 위해서는 직장 가입자 및 피부양자의 ‘모든 소득’에 대하여 건강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정부는 이 ‘모든 소득’의 범위를 줄이려 애쓰고 있다.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는 종합소득의 범위와 대상을 확대하되, 금융소득(이자 및 배당소득)의 경우 연 2천만원 이하에 대해서는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방향이다. 더구나 퇴직소득과 양도소득, 상속증여 소득에 대해서도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런데 이런 개편 방향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의 효과를 반감시킨다. 건강보험공단이 2012년에 발간한 <건강복지 실천 플랜>에 의하면, 모든 소득에 건강보험료 5.5%를 부과할 경우 직장가입자 1조 224억, 피부양자 7,300억, 양도소득 1조 5,600억, 상속증여소득 4,832억원 등 대략 연간 3조8천억 원의 추가적 건강보험료를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것이 보통의 직장가입자들의 건보료 부담을 늘리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근로소득 이외의 소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금융소득과 사업소득, 양도소득, 상속증여 소득은 일반적인 보통의 직장인들과는 거리가 멀기에 그렇다. 따라서, 건강보험료의 부과 기준이 ‘모든 소득’으로 확대될 경우, 그 건강보험료 납부액 증가의 대부분은 직장가입자 중 일부인 고소득층에 한정된다.

현재 근로소득 이외의 다른 소득을 보유한 직장가입자는 전체의 13.3%이다(건강보험). 그러므로 소득 중심 기준으로의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이 직장가입자 모두의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늘리는 것이 아니며, 일부 상위 소득계층에만 해당된다. 소득 중심 기준으로의 부과 체계 개편이 건강보험료 납부의 공정성과 공평성을 대폭 높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소득층에 대한 최저보험료 설정은 서민 부담을 오히려 줄여준다

또한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저소득층에 대한 최저보험료 설정 방안에 대해서도 매우 잘못되게 이해하고 있다. 최저보험료 설정은 소득 역진적이며 소득이 없는 저소득층의 건보료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식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경제사회연구소의 홍헌호 소장도 이와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다.

그렇지 않다. 아무리 가난해도 납부해야 하는 최저보험료(혹은 ‘기본보험료’)만을 본다면 마치 역진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저보험료는 오히려 대부분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장치이다.

현재 지역가입자 중 38%는 그들의 소득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평가소득’에 대한 건강보험료라는 명목으로 자동차와 재산, 성별/연령별 추정 소득에 대하여 건강보험료를 지불하고 있고, 여기에 다시 또 재산과 자동차에 대한 건강보험료를 이중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정부의 제안대로 소득이 전혀 또는 거의 없는 지역 가입자들에게 평가소득(추정 소득)과 재산, 자동차 기준을 대폭 완화해주는 대신 최저보험료만을 납부하더라도 국민건강보험의 모든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지금보다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대폭 낮추어주는 방안이다.

소득이 전혀 또는 거의 없는 나머지 소득 파악이 전혀 안되는 지역가입자가 38%나 되는 현실에서 이들 모두에게 건강보험료를 전액 면제해주자는 그들의 제안은 현실적으로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

사회보험노조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봄에 자살한 서울 송파의 세 모녀의 경우, 그들의 경상 소득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성별, 연령별 등 기준에 따른 평가소득(추정 소득) 기준에 의하여 매월 5만140원의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야 했다. 그런데 만약 정부가 발표한 개편안을 적용할 경우, 이들은 매월 최대 1만6,480원 만을 납부하면 된다. 이렇듯 최저보험료의 설정은 지금보다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줄여주는 장치이다.

단, 지역가입자중 가장 가난한 최하위 5%의 경우 그들이 최저보험료를 내야 할 경우 건강보험료 납부액이 과거와 동일하거나 아니면 오히려 약간 늘어날 수도 있다. 이들은 아무런 평가소득도, 재산도, 자동차도 없는 세대이고 대부분 1인의 단독 가족 세대이다. 이들은 사실 기초생활보장법 하에서 의료급여 수급자에 해당하는 최빈곤층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은 원칙적으로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이 아니라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의료급여 수급자로 전환되는 것이 옳다. 정부도 이들에 대해서는 건강보험료가 인상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하고 있고 있다. 물론 구체적으로는 최종 발표안이 나와 봐야 알 수 있다.

정부안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현재 정부는 소득 기준 중심으로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편하겠다는 원칙에서 대폭 후퇴하고 있다. 그 대신 부분적인 개선 수준에서 마무리 지으려는 의도가 명백해 보인다. 왜 그럴까? 그것은 소득 기준 중심의 부과체계 단일화가 어떤 효과를 갖는지를 이제 정확히 이해하였기 때문이다.

소득 기준 중심의 부과체계 재편은 상당 수준의 ‘부자 증세’ 효과를 가져온다. 그 대신 지역가입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난한 서민들의 건강보험료 납부액은 대폭 줄어든다.

지역가입자가 납부하는 연 6.8조원의 건강보험료 중 재산 분이 3.2조, 자동차 분이 1조, 소득 분이 1.8조, 성별/연령별 분이 1.8조원이다. 만약 그것을 소득 기준 중심으로 단일화 할 경우, 위의 액수 중 절반의 액수만큼 서민 부담액이 줄어든다. 그런데 그만큼의 액수를 양도소득과 상속증여 소득 취득자, 종합소득 취득자 등과 같이 그간 건겅보험료 징수에서 제외되어온 상위 10~20%의 고소득층이 납부해야 한다.

서민들의 건강보험료 부담액은 줄이고 부자들의 부담액은 늘이는 것이 소득 기준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이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정부가 소득 기준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을 소폭으로 마무리하려는 이유이다.

원칙적으로 소득 기준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이 옳다. 이것을 ‘서민 증세’로 바라보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인식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처럼 소득 기준 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 개선안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개선안을 용두사미 방식으로 은근슬쩍 마무리하고 싶은 박근혜 정부를 도와주는 꼴이 지나지 않는다.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채, 건보료 부과에서 재산 기준의 배제가 부자들을 위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이다.

정부가 본래 제시한 개혁산에서 대폭 후퇴하고 있다고 해서 그 안조차 반대할 필요는 없다. 즉, 정부의 개선안에 대해 비판할 지점은 정부의 제안이 ‘부족하다’는 관점에서 비판해야지 그것이 ‘애초부터 잘못되었다’는 관점이어서는 안된다.

‘최악의 가까운 차악’이라는 일각의 평가도 옳지 않다. 건강보험공단의 강력한 요구에 떠밀린 현 정부가 건강보험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논의하는 장이 열린 것 자체가 긍정적인 것으로 보아야 한다.

아무쪼록, 소득 기준 중심의 건강보험료 납부 방식 재편에 내재된 진보성을 부 진보적 시민사회 진영이 내팽개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글이 진보적 시민사회 진영 일부의 오판으로 인해 국민 대중들에게 잘못된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는 현실을 다시 올바른 방향으로 되돌리는데 기여하게 되기를 바란다

<사민저널 원문 링크>

필자소개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운영위원, 건강보험 하나로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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