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부, 청소노동자에게
    휴일수당 미지급, 노동권 침해 계약
        2014년 10월 06일 01: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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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어느 기관보다 법을 준수해야 할 사법부가 본 기관에 고용된 청소노동자에게 최저임금도 주지 않으면서 노동 3권을 무시하는 용역 계약을 맺는 것도 모자라, 초과 근무를 지시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수당을 주지 않거나, 휴일 근무에도 부족한 휴일 수당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앞서 헌법재판소가 청소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을 위반했다는 사실과 유사해, 최저임금 위반이 사법부 전체에 만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정의당 서기호 의원(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은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전국여성노조와 공동으로 서울고법, 부산고법, 인천지검 등 8개 사법기관의 청소용역노동자에 대한 노동실태를 조사한 결과, 서울고법 등 사법기관은 청소노동자들에게 실제 작성한 근로계약서와 달리 다양한 초과근무를 시키지만, 실제로는 계약서 조건대로 최저임금만을 지급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하고 있었다.

    서울고등법원은 청소노동자들이 토요일 격주로 4시간 근무를 하고 있음에도 3시간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했다. 휴일근무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부산고등법원도 청소노동자들이 토요일 4조 1교대로 4시간씩 한 달에 평균 1.1번 연장근무를 하고 있지만, 실제 급여는 한 달에 1.0번 근무한 것으로 간주해 연장근로수당을 최저임금 기준으로 계산한 금액인 3만3958원보다 적은 3만1260원만 지급하고 있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청소노동자들의 실제 근로시간은 하루 7시간이었지만, 6시간 기준의 임금만 지급하고 있었고, 조달청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는 서울서부지방법원 ‘도급계약과업지시서’에는 ‘근무시간은 7:00부터 16:00까지 한다’라고 명시돼 있음에도 실제로는 새벽 5시 10분에 출근하고 있는데다가 새벽출근에 대한 임금 가산도 해주지 않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토요일엔 격주로 4시간씩 근무를 하고 있음에도 초과근무수당이 전혀 지급되지 않고 있었다.

    광주지방법원과 고양지원, 안양지원의 경우에도 실제 근로시간과 계약서상 근로시간을 초과하지만 계약서상 임금만 지급하고 있었다. 제주지법은 토요일 근무에 대해 아예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었고, 판사 등 인사이동 시 관사청소까지 청소노동자들에게 떠맡겼다. 물론 수당은 없었다.

    사법부에 고용된 청소노동자들의 실태에 대해 대법원은 서 의원에게 보낸 답변서를 통해 “각급 법원은 …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근로 관계 법령 및 근로조건 준수 여부 등을 확인하고 지도·감독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지도·감독 현황에 대해서는 “별도의 현장지도 감독보고서를 별도로 작성, 비치하고 있지 않아 제출할 수 없다”고 적었다.

    사법부는 최저임금 위반뿐 아니라, 각종 계약서류를 통해 노동조합의 설립 및 활동을 방해할 수 있는 독소조항도 포함시키고 있었다. 이는 법적으로 보장된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무시하는 처사라 더욱 문제가 될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과 서울서부지방법원의 ‘청소관리용역 특수조건’에는 노사분규가 발생했을 경우 법원이 지정한 용역업체나 소속직원으로 하여금 업무를 대행케 하며 용역회사는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돼있다.

    게다가 ‘과업지시서’에는 법원이 불완전하다고 인정해 재청소를 요구하는 경우, 시간과 횟수를 불문하고 재청소를 하도록 하거나 업무사항에 명시되지 않은 장소라도 법원이 요구하면 청소를 실시하도록 해 청소용역 노동자들을 억압하는 부당한 지시가 가능한 내용이 담겨 있다.

    서 의원은 “수많은 노동사건의 분쟁을 판결하는 법원이 자신들의 공간의 청소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에게 법에서 정해진 권리조차 인정해주지 않은 모습이 개탄스럽다”면서 “이번 조사결과 업무량을 감안하지 않고 억지로 최저임금에 맞추기 위해 용역계약서상 근로시간을 무리하게 줄여놓은 곳이 많아 실제 근로시간과 계약시간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대법원 차원의 전수조사를 통해 미지급 임금을 이제라도 지급하고 계약관계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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