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재 사망 노동자,
    현대중공업 자살로 몰아가
    산재 은폐 위한 사측, 경찰, 병원의 합작?...노동부는 나 몰라라
        2014년 10월 06일 01: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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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 중 에어호스에 목이 감겨 사망한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고 정범석 씨에 대해 정황상 산업재해가 분명함에도 목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현대중공업이 자살로 결론, 산재를 은폐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현대중공업의 이 같은 산재 은폐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경찰은 물론 지역 병원과 결탁해 산재를 교묘하게 숨겨 수백억원의 산재보험료까지 감면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4월 26일 사고 발생 당시 재해자인 고 정범석 씨는 3미터 높이의 에어호스에 목이 감긴 채 발견됐다. 당일 재해자는 동료들과 평소처럼 선체에 바람을 불어넣는 블라스팅 작업 중 사용하던 블라스팅용 리모콘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작업을 이어가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오전 11시 30분경 작업장 바닥에 쓰러져 있는 재해자에 대해 발견한 동료는 천으로 만든 두건과 방진마스크를 쓰고 양손에는 장갑을 착용하고 손목 부위를 테이프로 감은 상태였으며 목에 감겨 있던 에어호스도 인위적으로 묶은 상태가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정황상 자살이라고 추정할 마땅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재해자가 울산대학교병원으로 이송돼 심폐소생술을 하던 그 시각 현대중공업 내에선 재해자가 자살을 했다는 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현대중공업은 재해자가 사고를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자살사로 결론을 몰아가고 있다.

    또 울산동부경찰서 수사과장은 시신에 대한 검안과 부검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 언론에 자살로 추청된다는 말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에 자살로 규정짓고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와 울산건강대책위,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은 6일 국회에서 정 씨의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검찰 재조사 촉구를 하며 산재를 은폐하는 현대중공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에 잇따르는 하청노동자들의 죽음 이면에는 뿌리 깊은 산재 은폐가 자리잡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이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했던 점, 경찰은 물론 지역 병원과 입 맞춰 산재를 은폐하려했던 점 등을 고발했다.

    현대중공업 산재 흔폐

    현대중공업 산재 은폐 규탄 기자회견(사진=유하라)

    산재 노동자에게 거짓 진술 강요
    병원, 경찰과 결탁해 고의로 산재 숨겨…노동부도 나몰라라

    업체들은 작업 중 화상을 입은 재해자에게 “라면 물에 데었다”라는 거짓 진술을 강요하고 골절상을 입은 또 다른 재해자에겐 “집 앞에 오토바이 주차하다가 넘어졌다”는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고 이들은 말했다.

    울산지역 병원도 현대중공업의 산재 은폐에 한 몫 거든 모양새다. 이 병원은 하청노동자들이 작업복을 입고 관리자와 동행한 것을 봤음에도 진료기록에 작업 현장에서 다쳤다는 사실을 누락시키는 방법을 썼다는 것이다. 또 그라인더에 인대가 파열돼 병원을 찾은 노동자의 진료 기록에는 “회전물체에 가격 당했다”고 남겨 산재신청조차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재해사실을 확인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기업의 불법 행위를 감시하고 근절해야 할 노동부도 현대중공업의 눈치를 보며 산재 노동자들의 억울함에 눈을 감고 있다. 하청 노동자들이 노동부에 수차례 현장조사를 요구하고 관리자의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지만 인원의 한계와 법적 한계를 이유로 어떤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 현대중공업 내 하청노동자들의 주장이다.

    현대중공업은 산재 노동자에 대한 협박과 지역 병원, 노동부와 합심해 2009부터 2013년까지 산재보험료만 768억 8천만 원을 감면받았다.

    산재 은폐 돕는 공권력, 울산동부경찰서 재해자 사생활 털기에 혈안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산재 사망자인 정 씨는 정황상 자살할 이유도 없으며, 발견 당시 자살로 추청될 근거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울산동부경찰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마치 자살로 사인을 규정해놓고 그에 맞는 근거를 찾기에 급급하다.

    경찰이 자살을 증명하기 위해 제시한 근거를 보면 여느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황들이다. 가령 개인적인 채무관계, 정 씨가 4개월 전 진료 받은 기록, 3개월 전에 있던 부부싸움 등이다. 울산동부경찰서는 4개월 전 진료기록과 3개월 전 부부싸움 등을 내놓으며 정 씨가 에어호스에 목을 감고 자살했다고 결론을 내고 수사를 종결해버렸다.

    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정 씨가 사고 당일에도 정상적으로 출근했고 친조카, 외조카를 데리고 사이좋게 일했다. 외조카는 1주일 후 결혼을 앞두고 있었고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어떠한 자살의 근거도 없다”며 “가족관계도 원만했으며 자상한 아빠였고 가장이었다. 특이하게 작업이 한창인 11시경 3미터도 되지 않는 높이에서 목을 메 자살했다는 것은 현장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들은 “현대중공업과 동부경찰서의 유착 관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동부검찰청에 현장 재조사를 요구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는 △검찰은 고 정범식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즉각 재조사에 나서야 한다. △부실하고 편파적인 수사로 고인의 명예를 더럽힌 울산동부경찰서의 사죄와 재조사를 촉구한다. △하청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산재은폐 관련자에 대해 엄중 처벌하라. △연이은 하청노동자들의 죽음을 방치하고 산재은폐를 조장한 실질적 사용자인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권오갑을 구속 처벌을 촉구하며 산재은폐 척결을 위한 지속적인 법적 대응은 물론 현장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이들은 “현대중공업의 이윤극대화를 위해 위험을 하청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킨 결과였다. 죽음의 원인도 너무나 어이없는 사소한 안전 장치의 부재였다. 최소한의 화기감시자, 안전펜스의 설치만 있었어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참담한 사고였다”고 개탄했다.

    회견에 참석한 새정치연합 이인영 의원은 “조선 산업의 왜곡된 다단계 도급구조가 필연적으로 중대재해를 유발하는 구조”라며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재도급, 이를 방관하는 원청, 또한 원청으로부터 시작된 기성후려치기가 1차, 2차 하청으로 이어지면서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시켜야만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는 간접고용의 실태와 문제점, 끊이지 않는 중대재해에 대해 심층적으로 접근하고 대안을 찾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8월 세종이에서 열리는 고용노동부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이런 실태를 공개하고 대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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