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톤 체호프가
    의사에서 작가가 되기까지
    [책소개] 『안톤 체호프처럼 글쓰기』(안톤 체호프/ 청어람미디어)
        2014년 10월 04일 01: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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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톤 체호프가 떠난 지 110년이 지났건만, 그의 글은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가 뭘까? 이 책은 체호프가 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극작가이자 단편작가가 되었는지, 왜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작품은 더욱 빛이 나는지, 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법을 따라하려는지 알게 해준다.

    『안톤 체호프처럼 글쓰기: 좋은 신발과 노트 한 권 』은 안톤 체호프가 1890년에 사할린을 탐방한 후 쓴 실험적인 책 『사할린 섬』과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편지들, 여행 수첩 등에서 글쓰기와 관련한 조언을 추려 글쓰기에 유용한 조언과 행동방식을 제공한다.

    이 책을 엮은 피에로 브루넬로는 베네치아 카 포스카리 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유럽에서는 안톤 체호프 전문가로 유명하다.

    즉, 이 책은 리얼리즘 대가인 안톤 체호프만의 감정을 배제한 리얼리즘 글쓰기는 어떤 것인지, 그가 사할린 섬을 돌아다니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어떻게 썼는지 글쓰기의 기본을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언어로 설명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게으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여행하라! 가까운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목표를 명확히 하라! 아무도 공부하지 않은 것을 공부하라! 신발값을 아끼지 마라! 뜻하지 않은 일을 겪을까 걱정하지 마라! 너무 많은 계획을 세우지 마라! 헛소문과 낙서에 호기심을 가져라! 식사 초대를 수락하라! 공동묘지에 가라! 혼자 산책하라! 밤낮으로 관찰하라! 오감을 사용하라! 비평에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양심에 따르라! 여행이야기를 쓸 때는 추억에 몸을 맡겨라! 낯선 장소를 이야기할 때는 독자들이 아는 장소와 비교하라!” 등등.

    이러한 글쓰기의 기본은 100년이 지나도 변할 이유가 없다. 화려한 문장력이나 누군가를 현혹하기 위한 일회성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브루넬로 교수를 통해 매우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체호프의 진심 어린 글쓰기 조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어떤 종류든 글을 쓰는 모든 사람에게 유익할 것이다.

    안톤 체호프

    아주 구체적이고 생생한 안톤 체호프의 글쓰기 조언

    『사할린 섬』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IQ84』에 자주 나와 유명해졌지만, 안톤 체호프의 작가생활에도 대전환을 안겨준 책이다.

    체호프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계속 필명으로 글을 썼는데, 도스토예프스키를 발굴했던 원로 작가 드미트리 그리고로비치로부터 재능을 낭비하지 말라는 따뜻한 조언을 받고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들어간다. 그리고 1888년 푸시킨 상을 받으면서 문단으로부터 인정을 받는다.

    그러나 문단의 주목을 받으면서 체호프는 동시에 비평가의 먹잇감이 되었다. 정치사상에도 관심 없고, 작품에 방향성도 없다는 맹비난을 받으면서 체호프는 1890년, 무수한 추측이 난무하던 유형지의 섬-사할린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교도소 제도와 죄수들의 비인간적인 상황을 직접 확인한 후, 그는 사회문제를 주제로 한 현실비판적인 작품을 쓰기 시작한다.

    이 책은 이 시기에 체호프가 여동생, 동료 작가, 편집자, 잡지사 발행인, 비평가 등에게 주고받았던 사적인 편지와 사할린 섬을 여행하면서 쓴 일기와 메모 등을 모았다. 때문에 안톤 체호프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그의 삶과 내면세계까지 살짝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작가와 의사 사이에서, 사할린 섬으로 간 안톤 체호프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뉜다. 제1부에서는 작가와 의사 사이에 있던 서른 살 즈음의 안톤 체호프가 사할린 섬으로 출발하여 <사할린 섬>을 쓰기까지 이야기를 담았다.

    체호프는 사할린 섬으로 떠나기 전, 1888년에 ‘푸시킨 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는 동시에 비평가들에게 단편소설을 쓴다는 이유로 정치사상도 없고 그에 관심도 없다는 맹비난을 받게 된다.

    이러한 논쟁은 체호프가 사할린 섬을 탐험하도록 이끌었는데, 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실상을 모르고 비판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형지의 섬인 사할린도 무수한 추측과 소문이 난무하던 곳이었다.

    체호프는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가장 힘든 고통이 존재하는 사할린 섬에 직접 가서 죄수들의 삶과 교도소를 확인한다. 1890년, 체호프는 두 달 반 만에 사할린에 도착하였고, 그곳에서 겪은 석 달간의 일을 글로 썼다. 그리고 1893년에 그를 비판한 작가들이 주로 활동한 잡지 《러시아 사상》에 <사할린 섬>의 첫 장을 보냈다.

    안톤 체호프처럼 글쓰기① 계획과 탐색

    제2부에서는 안톤 체호프처럼 글쓰기 위한 조언과 행동방식을 구체적으로 들려준다. ‘제1장 준비하기’에서는 ‘계획’과 ‘탐색’에 중점을 둔다. ‘계획’을 세울 때는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여행하며, 비평보다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고, 가까운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목표를 명확히 하라고 조언한다.

    아무도 공부하지 않는 것을 공부하고, 아무도 보지 않은 부당함을 볼 줄 알고, 자신이 직접 체득한 지식과 경험을 찬양하라고도 말한다. 계획을 세운 다음 ‘탐색’ 단계에서는 수집한 자료와 읽은 책을 자신의 글로 정리해보라고 한다.

    안톤 체호프처럼 글쓰기② 관찰과 수집

    ‘제2장 조사하기’에서는 본격적으로 여행하면서 어떻게 관찰하고 자료를 수집할 것인지 알려준다. 우선 관찰하기 전에 준비물부터 제대로 챙기자. 이 책에서는 ‘좋은 신발’과 ‘수첩’ 그리고 ‘우연한 사고방식’을 필수품으로 꼽는다.

    이제 준비가 되었다면 탐험을 떠나보자. 먼저 여행 초반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에 낙담하지 말고, 뜻하지 않은 일을 겪을까 걱정하지 말란다. 때론 우연에 맡기는 여행도 과감히 시도하고, 현지에서 점심식사 초대를 받으면 받아들이기를 권한다.

    체호프는 혼자 또는 여럿이 산책도 하고, 결혼식이나 장례식에도 가보고, 소리나 냄새, 감촉 등 오감을 활용하여 살펴보는 등 사할린에서 모든 것을 적극적으로 관찰하고 참여한다. 또한, 소문이나 낙서에도 관심을 갖고, 차별을 보여주는 기호나 지명, 흔적 등도 주의 깊게 살핀다.

    자료를 수집하는 부분에서도 꼼꼼하다. 보고서, 공문서, 팸플릿, 전단지, 편지 등 인쇄물도 챙겨놓고, 그 지역의 날씨와 지리 등을 공부한다. 공문서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조사원이 되어 조사도 하고, 현지인과 이야기도 하고, 그의 집을 방문하기도 한다. 현지인과 이야기할 때는 딱딱한 인터뷰가 아닌 일상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대화한다.

    안톤 체호프처럼 글쓰기③ 쓰기와 마무리

    ‘제3장 글쓰기’에서는 글쓰기를 도와주는 조언이 난관에 따라 적재적소에 나온다. 먼저 글쓰기의 첫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기억이 생생할 때 기록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첫 문장이 안 써진다면, 혹시 내가 교훈을 주거나 진실을 숨기려고 하지 않았는지 등 그 이유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다음에, 떠오르는 추억에 몸을 맡겨 여행을 이야기하되 주제에 따라 장을 세분화하여 형식을 부여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출처를 분명히 밝힐 것, 참고자료가 어떻게 작성된 것인지 그 이면을 알아볼 것, 사실 자료에 기초하여 말할 것 그리고 일화나 증거자료를 인용할 것 등등.

    다음으로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의 모습은 초상을 그리듯 하고, 장면을 전할 때는 인물, 배경, 상황, 분위기 등도 함께 담으면 좋다. 풍성한 글을 원한다면, 자신이 포함된 일화에서는 필자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개인적인 느낌을 담고, 결과보다 과정에 글쓰기의 초점을 두고, 현지인이 들려준 자전적 이야기도 함께 쓴다.

    한편, 글을 자세하게 써야 할 때는 그림을 그린다고 상상해보거나 사진으로 도움을 받아도 좋다. 또한 독자들이 생소한 장소나 이야기를 쓸 때는 흔히 아는 장소와 비교하거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면 글이 훨씬 쉬워진다.

    마지막으로 글을 다 쓴 후에는 어떤 출판사에서 출간할 것인지, 어떻게 나의 글을 홍보할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끝나면, 앞으로 어떤 여행을 하고 글을 쓸 것인지 구상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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