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 박영선, 원내대표 사퇴
    "미흡하지만 작은 매듭이라도 져 다행"
        2014년 10월 02일 09:2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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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특별법 협상 후 사퇴할 예정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2일 자신의 거취에 대해 “그 짐을 내려놓으려한다”며 원내대표 사퇴 입장을 밝혔다.

    이날 박 원내대표는 “책임이란 단어에 묶여 소신도 체면도 자존심도 다 버리고 걸어온 힘든 시간이었다. 세월호 비극의 한 복판인 지난 5월 8일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순간부터 예감했던 일일지도 모른다”며 “다행이라 여기는 것은 유가족분들께는 매우 미흡하지만 작은 매듭이라도 짓고 떠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법’을 만들기 위해 벌인 협상을 일단락하며 그간 드리고 싶었던 수많은 얘기들의 아주 작은 조각을 말씀드리고 싶다”며 “저는 세월호 특별법만은 정직하게 협상하고 반드시 결실을 맺어야 한다고 믿었다. 낯선 정치에 뛰어든 뒤 지난 10년의 경험에서 저는 소리는 요란했지만 정작 목표는 이뤄지지 않는 많은 경우를 보았다. 세월호 특별법만은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 협상 중 불거졌던 당 내 불화에 대해서도 “흔들리는 배 위에서 활을 들고 협상이라는 씨름을 벌인 시간이었다. 직업적 당 대표를 위해서라면 그 배의 평형수라도 빼버릴 것 같은 움직임과 일부 극단적 주장이 요동치고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며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한 지금 우리당이 겪고 있는 고통은 치유되기 힘들다는 것을 어렵사리 말씀 드린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법’ 이름만 법일 뿐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 보내는 가슴 아픈 편지 같은…”이라며 “이런 법을 만드는 일은 이제 더는 없어야겠다”고 적으며 거취에 대한 입장을 마무리했다.

    박 원내대표의 사퇴 선언은 직에 취임한 지 5개월만이다. 7.30 재보궐 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여러 유리한 국면을 선점하고 있었음에도 새누리당에 참패를 당하며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자진 사퇴를 선언, 박 원내대표가 당 대표 역할까지 함께 수행해왔다.

    야당 대표 세월호 특별법 협상자로 나서면서 두 차례 합의와 폐기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당내 의원들의 강한 반발로 리더십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박근혜 정권 창출의 일등 공신인 이상돈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카드를 꺼내들었고 당 전체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일부 의원 중엔 박 원내대표의 사퇴 단식 농성까지 벌이겠다고 나서면서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다. 박 원내대표는 ‘탈당’까지 거론하며 자취를 감췄다가 당내 원로의원들의 설득으로 다시 야당 원내대표로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세월호 협상이 마무리되면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 당 내 지배적 의견이었고, 박 원내대표 본인 또한 그러한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합의안이 만들어졌다 해도, 합의 사항 대부분이 추가 협상이 필요하고, 10월 말까지 만들어야 한다는 촉박함 때문에 그간 여당과 계속적으로 협상을 진행해왔던 박 원내대표가 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도 있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도 세월호 특별법 세부사항 협상을 박 원내대표와 하고 싶다는 의중을 밝히기도 했으나 박 원내대표는 끝내 사퇴를 선언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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