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의 참여 유보로
진보혁신회의 출범 좌초
    2014년 09월 30일 09: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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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창당을 포함한 진보재편 논의를 시작할 진보혁신회의 본조직 출범이 좌초됐다. 8월말 노동정치연대의 제안으로 시작되어 본조직 출범이 논의되던 진보혁신회의 준비모임은 노동정치연대와 정의당, 진보교연의 동의를 얻었으나 민주노총과 노동당의 유보 혹은 거부 결정으로 좌초됐다.(관련 기사 링크)

특히 민주노총의 경우는 올 상반기에도 내부 통합진보당 지지 정파가 강력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대중투쟁과 통합단결이 중요한 대중조직으로서의 성격을 호소하며 본조직 참여가 어렵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물론 민주노총은 노동당 정의당 노동정치연대 진보교연의 재편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은 밝혀왔다. 나머지 조직들도 민주노총이 갖고 있는 일정한 특수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노동당은 상반기에는 본조직 출범을 찬성하였으나 이번에는 참여를 유보 혹은 거부했다. 노동당은 9월 15일 대표단 회의에서 진보재편의 4대원칙을 재확인한다고 결정하여 진보혁신회의(준) 참여단체들로부터 본조직 참여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받았지만 최종적으로 9월 29일 대표단 회의에서 진보혁신회의 본조직 참여를 장기간 유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전국위 등의 의결기구 결정과정을 거친 결정은 아니다.

노동당은 9월 22일 대표단 회의에서 이용길 대표가 참여 유보를 강하게 주장했으나 결정의 성격이 모호하여 28일 대표단 회의에서 최종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이용길 대표의 강력한 주장으로 참여를 장기간 유보하는 것으로 굳어졌다. 이용길 대표의 의견이 반영된 결정이었다.

대표단 내부에서 이용길 대표와 정진우 부대표는 참여 유보와 반대 입장이었고 장석준, 이봉화 부대표는 참여를 강하게 주장했다. 대표단에서 이러한 2:2의 의견 분포는 15일, 22일, 29일 대표단 회의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

노동당의 이 결정에 대해 노동정치연대의 핵심관계자는 “노동당의 참여 유보, 일정한 시간 조건도 없이, 노동당의 차기 당 대표단 선거 등 이후로 참여를 유보하겠다는 결정은 본조직 출범에 대한 노동당의 거부이다. 나머지 세 조직으로 본조직을 출범할 의사는 없으며, 현재의 진보혁신회의 준비모임을 유지할 상황도 아니다. 진보정치의 재편은 별도의 다른 경로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로써 진보정치 재편과 관련하여 주요한 한 당사자인 노동당이 내부적으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본격적으로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당 진로 문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해 당원, 의견그룹들의 의견들이 하나로 모아지기 힘든 상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진보재편

지난 5월 13일 정의당과 노동당은 진보정치혁신회의와 함께 진보혁신을 위한 공동대응을 선언한 바 있다. 왼쪽부터 양경규 노동정치연대 대표, 이용길 노동당 대표, 천호선 정의당 대표, 손호철 진보교연 상임대표(사진=참세상)

현재 노동당의 주요 의견 그룹은 녹색사회주의연대(녹사연)과 신좌파당원회의, 무지개사회주의자연대, 진보재편 서명파(19인 연명으로 진보혁신회의 참여 촉구한 사람들)들이 있다. 이 중 신좌파당원회의와 무지개사회주의자연대는 진보 재편에 반대 혹은 유보적 입장이고 19일 서명파들은 강하게 진보 재편 참여를 촉구한 바 있다.

한편 현 노동당 집행부의 주류 성격을 갖고 있는 녹사연은 내부 회원 투표를 통해 진보 재편에 대한 의견을 정리했다. 내부 회원 투표 결과 진보 재편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참여 반대 의견보다 근소하게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징으로는 이용길 대표 등 중앙당 관계자들 속에서는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었고 지역 당 조직에서 활동하는 회원들 속에서는 재편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녹사연을 대표하는 활동가들인 장석준 부대표, 김종철 전 부대표, 심재옥 전 부대표 등은 재편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이용길 대표는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노동당의 이러한 논란의 배경에는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과 진보신당 창당, 2011년 진보 통합-독자 논쟁을 겪으면서 진보정치의 진로와 발전 전망에 대한 의견들이 둘러싸고 당 내부에서 격심한 진통을 겪은 트라우마가 깔려 있다.

그리고 다른 한 측면에서는 2011년 이후 2012년 총선과 대선, 2014년 지방선거와 보궐선거 등을 겪으면서 대중정당, 좌파정당으로서의 정체성과 존재감을 확인하기 어려워진 탓도 있다. 당의 정치적 존재감 자체가 희미해져 가는 현실에 대한 우려가 광범위하게 깔려 있는 것이다.

2000년 민주노동당의 창당 이래 길지 않은 진보정당의 역사는 발전 가능성과 현실적 추락의 롤러코스터였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고 2004년 국회에 첫 진출을 하고 노동운동과 농민운동 등 다양한 진보적 사회운동과의 전략적 동맹을 맺으면서 한국사회에 의미 있는 정치적 존재로 부각했다.

하지만 2007년 대선 후보를 둘러싼 당 내 내홍과 평등파-자주파 사이의 무한 갈등과 자주파 일각의 패권주의 등으로 인해 당의 분열이 심화되었고, 2008년은 자주파 주류의 민주노동당에서 평등파 다수가 탈당하여 진보신당을 창당했다.

그 이후 2011년에는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의 재통합 논의가 진행되다가 일정한 우회와 변형 과정을 거쳐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진보신당 탈당파들이 통합진보당을 창당하고, 이 당이 2012년 또다시 통합진보당-정의당으로 분열하고, 진보신당은 사회당과 통합하여 노동당으로 재창당하여 진행돼 왔다. 그리고 이와는 별개로 녹색당이 2012년에 창당되었다.

2004년을 정점으로 한 진보정당의 정치적 존재감이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의 분화로, 통합진보당-정의당의 분열, 진보신당의 노동당으로의 재창당, 녹색당의 독자 창당 등 4갈래로 나뉘면서 당의 숫자는 늘어나고 다양성은 확대되었지만 정치적 존재감은 옅어지고 미미해져 갔다.

그리고 2000년 이후 한국의 진보정당을 지지해왔던 노동운동, 농민운동, 사회운동 그리고 지식인 그룹들도 나뉘어져 진보정치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배수지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진보정당이 노동운동 등 사회운동에 대한 지지와 결합문제, 세월호 국면 등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적 평가도 깔려 있다. 이것이 2014년 진보정치 재편이 제기되는 현실적 정치적 배경이다.

노동당은 민주노동당 내 평등파들이 모태가 된 정당이다.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을 전후하여 분당 강경파와 온건파가 일정한 갈등을 겪었지만 함께 합류하여 2008년 진보신당을 창당했다.

2011년 진보 통합-독자 당시 통합파와 독자파로 나뉘었으며 당 대회에서 통합파가 약 55%의 지지를 얻었지만 당 진로를 결정할 2/3에 이르지 못해 통합파 일부가 탈당을 하여 통합진보당 창당에 합류했고, 진보신당은 독자파가 당권을 쥐고 사회당과 합당하여 노동당으로 2013년 재창당했다.진보신당 탈당파들은 통합진보당 내 폭력사태와 비례대표 부실부정선거 파동으로 다시 분당하여 인천연합, 참여계 등과 함께 통합진보당을 탈당하여 정의당을 2012년 창당했다. 이봉화 부대표 등 노동당 내 진보통합 잔류파들은 노동당 내에 남아있으면서 지속적으로 진보정치의 통일 재편을 촉구하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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