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테러의 서북청년단 재건,
일그러진 우리 사회의 역사의식
조국 "지존파보다 훨씬 많은 무고한 시민 학살한 서북청년단"
    2014년 09월 29일 05: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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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극우단체가 과거 무자비한 학살을 일삼은 ‘서북청년단’을 재건하겠다며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를 결성, 그 첫 번째 행동으로 서울광장에 있는 노란리본을 제거하려다가 경찰에 제지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단체에 대한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서북청년단은 1946년 해방 후 결성된 극우반공단체로서 주로 좌익세력에 대한 ‘테러’를 일삼았다. 제주 4.3사건에서 무자비한 살상을 주도했고, 백범 김구를 암살한 안두희가 이 단체의 간부로 있었다.

‘지존파’보다 더 많은 살인을 저질렀다고 알려진 이 악명 높은 단체를 재건하겠다고 나서자, 일부 정치권은 “해프닝으로 넘기기에는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하며 이 단체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서청과 이승만

서청과 경찰을 격려하는 이승만(사진=제주의 소리)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29일 서면브리핑에서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단체가 서북청년단 재건위 결성을 주도하고 있다”며 “유신 부활이 아니라 이승만 정권의 광기까지,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몇몇 시대착오적인 극렬단체의 언론노출용 해프닝으로 넘기기에는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서북청년단 재건은 범죄단체 조직 결성에 해당된다. 경찰은 당장 서북청년단 재건을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서북청년단 재건위가 “박근혜 정권의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며 “노골적인 공안정국 조성에 이제는 시민들의 ‘카톡’까지 사찰하겠다고 나섰다. 그런 마당에 이승만 독재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며 단물을 빨아먹던 서북청년단에 향수를 가진 이들이 등장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김 대변인은 “대한민국의 역사와 민주주의가 진작에 바로섰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선생의 말씀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고 말했다.

학계와 시민사회도 서북청년단 재건위가 갖는 상징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검경의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29일 트위터에서 “서북청년단은 ‘광기가 지배하던 시대’의 표상”이라면서 “서북청년단의 ‘재건’은, 이 사회가 다시금 ‘이념적 광기와 사적 폭력이 지배하는 시대’로 퇴행하고 있다는 징표”라고 적었다.

이어 그는 “독일인들이 유태인 600만 명을 학살한 건, 그들 개개인이 살인마라서가 아닙니다. 일본인들이 남경에서 30만 명을 학살한 것도, 그들 개개인이 살인마라서가 아닙니다”라면서 “권력이 ‘광기’를 정치적 자원으로 동원하는 시대에는, ‘살인마’가 표준형이 됩니다”라고 우려했다.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8일 SNS에서 “개명 천지에 서북청년단을 재건하겠다니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세상이 40여년 거꾸로 돌아가 1972년 유신이 부활하나 했는데, 내가 안이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다른 극우단체와 달리 서북청년단 재건위 결성은 형법 제 114조 및 폭처법 제4조 ‘범죄단체조직죄’에 해당한다”며 “검경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서북청년단은 지존파보다 훨씬 많은 무고한 시민을 죽였다”며 “지존파 재건위가 마땅히 처벌되어야 하듯이 서북청년단 재건위도 처벌되어야 한다”지적했다.

영화평론가 허지웅 씨도 “고작 수십년 전의 끔찍하고 창피한 역사이며, 저런 이름을 창피함 없이 쓸 수 있게 허용한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부끄러워하며 어른이 어른일 수 있는 마지노선을 사수하자”고 밝혔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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