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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파견’ 판결의 6가지 해설
        2014년 09월 29일 03: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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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18일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994명이 현대차 등을 상대로 낸 2건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데 이어, 19일에도 253명에 대한 사내하청 노동자들 역시 정규직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났다. (관련기사 링크)

    또한 지난 25일에는 기아자동차에서도 노동자 512명이 낸 같은 소송에서도 같은 판결이 났다.

    간단히 말하자면 지금까지 같은 공정에서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해도 하청노동자로 불렸던 이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사측은 “사내하도급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말아야 하는 제도인지에 대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며 항소를 제기하기로 했다.

    1. 사내하청, 사내하도급, 위장도급, 불법 파견…무슨 말일까?

    기본적으로 하청과 하도급은 같은 말이다. 현대차를 예를 들면, 현대차는 ‘원청’ 또는 ‘도급’이라고 하고, 이 원청이 도급 계약을 맺은 곳을 ‘하청’ 또는 ‘하도급’이라고 말한다. 원청-하청이나 도급-하도급은 상하관계를 의미한다.

    여기서 ‘사내하청’ 또는 ‘사내하도급’은 원청회사의 물리적인 공간 즉 같은 공장안에 하청회사 노동자들이 들어가 일하는 도급체계를 말한다. 그러니깐 같은 공장안에서 같은 일을 해도 누구는 원청 직원, 누구는 하청 직원으로 혼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다른 공간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업체는 ‘사외하청’이다.

    파견업체가 근로자를 특정 회사에 파견을 보내는 것인데, 이는 파견근로자보호법이 적용된다. 사용 사업주가 2년을 초과해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면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

    ‘위장도급’이나 ‘불법 파견’이라는 말은 바로 이 지점에서 생기는 말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파견법을 회피하기 위해 형식상으로 도급계약을 통해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사용한 것이 ‘위장도급’이라는 것이고, 이는 파견법을 회피하기 위한 것임으로 ‘불법 파견’이라고도 한다.

    2. 하청제도가 왜 나쁜 건가?

    현행 법률상 하청제도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건설이나 조선소에서는 이미 1960년대부터 시행해왔다.

    하청업체는 원청과 일방적인 계약관계이다. 계약 변동도 수시로 발생되어 언제 원청과의 계약이 끊길지 모르는데다가, 납품되는 물품의 질도 언제나 동일한 수준이어야 한다.

    원청과 을의 관계가 매우 명확하고, 계약이 해지되면 회사는 없어지고 노동자들은 자동적으로 해고된다.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하루 사이에 회사가 없어지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하청업체가 들어와 같은 일을 반복한다. 하는 일은 똑같은데, 업체만 바뀌는 것이다.

    한국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급격히 늘어나게 된 시점은 1997년 외환위기 사태 이후이다. 당시 IMF의 요구로 한국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관련 법률이 제정했고, 기업은 조금 더 값싼 노동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은행 텔러들은 대부분 계약직으로 채용되고, 심지어 병원이나 학교에서도 계약직이 생겨났다. 대부분 직무의 중요도에 따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가 있다고 인식하지만, 반대로 그 직무를 수행하는 계약직 직원이 없다면 유지되기도 어렵다. 기간제 교사들이 대체로 육아휴직 등의 이유로 결원이 생긴 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에도 계약직 교원이 없다면 육아휴직 제도 자체가 유지될 수 없다.

    대공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하루 동안 공장 전체를 가동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자가 100명이라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 기업이 정규직은 30명만 채용하고 나머지 70명은 모두 하청업체를 통해 공급받고 있다고 치자. 만약 정규직 30명은 기계 점검과 보수, 품질 관리 등 전문직이거나 숙련노동자이기 때문에 정규직이라 하더라도 나머지 70명이 없다면 공장을 가동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이치이다.

    그런데도 다수 철강, 조선, 자동차업계에서는 소수의 정규직과 다수의 하청노동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히 위험한 일일수록 하청노동자가 담당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또한 현행법상 노동자의 산재사고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원청이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안전관리 책임을 소홀히 하더라도 사고 발생 시 법적 처벌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관련기사 링크)

    금속노조

    23일 현대차 앞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기자회견(사진=금속노동자)

    3. 1000여명이 승리한 현대자동차와 불법 파견 인정, 어떤 의미?

    지난 18일과 19일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부장판사 정창근)와 민사42부(부장판사 마용주)는 “모든 현대차 사내하청은 정규직”이라고 잇따라 판결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모두 1000여명으로 이들은 프레스, 도장, 의장, 엔진, 생산관리, 품질관리 등 전 공정에 소속돼있다.

    지난 2010년과 2012년 같은 소송을 냈던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 씨를 정규직으로 인정하는 판결보다 더 진일보한 이유는 바로 ‘모든 공정’이 불법파견이라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차는 최병승 씨의 정규직 판결에 대해 “최병승 개인에게만 해당하는 판결”이라고 주장하며 나머지 다른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현대차 사내하청을 ‘도급’이 아니 ‘파견’으로 봤다. 업무 특성상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별할 수 없고, 현대차의 직접 지시도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2차 하청 노동자들까지도 현대차와 파견 관계로 인정했다. 현대차는 현대글로비스와 같은 자회가 있는데, 이들 자회사는 현대차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뒤 다시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했고, 이 하청업체는 2차 하청업체로, 원청인 현대차와는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다. 현대차 역시 이러한 점을 이유로 2차 하청노동자들과의 파견 관계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현대차-현대글로비스간의 계약 내용이나, 현대글로비스-2차하청간의 계약내용이 다르지 않다면서 ‘묵시적 근로자 파견 계약’에 해당됐다고 봤다.

    즉 다단계 도급 시스템에서 1, 2차 사내하청의 거의 모든 공정의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됐어야 했다는 의미이다.

    4. 분리공정으로 불법파견 은폐했던 기아차의 판결 의미는?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41부(부장판사 정창근)은 현대차에 이어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전원 정규직이라고 판결했다.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소송은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보다 불리했지만 결과가 같았다. 기아차는 현대차가 불법파견 논란이 일어나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정을 분리해 불법파견을 은폐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모든 공정을 막론하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의 관리감독 하에 있었다면 파견으로 봤다.

    특히 재판부는 사외 물류, 출하 등의 공정도 연속적인 작업에 해당한다고 봤다. 한 마디로 거의 모든 자동차의 생산공정 업무가 불법파견으로 본 것이기 때문에 현대차 판결에 이어 쐐기를 박은 것이나 다름없다.

    5. 불법파견 아니라던 현대-기아차, 경영진 처벌 받나?

    지금까지 현대차와 기아차는 10여 년 간 불법파견을 일삼았고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수천 명에 이른다. 일련의 소송과정에서 불법파견을 은폐해왔지만 모두 불법파견임이 드러났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최진녕 변호사는 29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서 경영진의 처벌 여부에 대해 “이번 판결로 형사 처벌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파견법에 따르면 불법 파견을 보낸 사업자와 이를 받은 사업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대차나 기아차의 경우 이미 4년 전 노동조합측이 불법파견 혐의로 경영진을 고발한 바 있지만 현재까지 검찰이 그 어떤 결정도 내리고 있지 않다.

    다만 이번 판결로 인해 검찰 역시 합리적인 결론을 내릴 것인지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6. 불법파견, 현대-기아차에만 있는 일?

    불법파견 문제는 비단 현대차나 기아차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사실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는데다가 업무지시도 원청이 직접 한다면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정규직(원청 노동자)이나 사내하청 노동자 동일노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4월 기준 300인 이상 사업자 가운데 사내하청과 관련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20여개 곳, 소송 참가 규모도 3천여 명이다.

    또한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전체 사내하청 근로자는 1만여 명이고, 현대중공업은 1만5천여 명 등 제조업 분야에서도 추가적인 소송도 예상된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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