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참한 케이팝 엑스포
    인천아시안게임과 더불어 개최
    영세자영업자들만 피해, 구경온 외국인들도 황당
        2014년 09월 26일 10:2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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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아시안게임 개최와 더불어 K-POP EXPO IN ASIA가 지난 19일 행사를 개최했으나, 현재로썬 그 결과가 초라하다 못해 참담하다.

    행사장 내에 먹을거리 등을 파는 업체의 업주들은 권리금도 받지 못한 채 장사를 중단한 상태고, 보증금조차 돌려받지 못하고 장사를 접은 업주들도 허다하다.

    심지어 행사를 주관한 SS엔터테인먼트라는 곳은 그 실체가 불분명하고, 해당 기관의 직원들은 “대표 전화번호도 알지 못 한다” 고 말하기까지 했다. SS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후원한 이 행사로 수많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으나, 그 누구도 책임자인 K-POP EXPO 조직위원회에 대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K-POP EXPO IN ASIA는 인천시 서구 경서동 544번지 북인천 복합단지 영종대교 하단 청라국제도시 역 2Km 지점에 있다. 약 21만평의 부지에 메인무대 1개와 그 외 서브무대가 3개로, K-POP 콘서트, 락, 인디, 힙합, 비보이, 트로트, 7080, 발라드, DJ클럽파티, 아시아 스타오디션, 클래식, 한국가요 역사박물관, 아시아문화홍보관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음악의 전 장르를 아우르겠다는 취지를 담아 국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으로 조성됐다.

    그러나 공연가수 팬클럽들이 무료로 300명 정도 입장한 날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100명도 안 된다는 것이 행사장 내 입점업체들의 말이다. 인천아시안게임 개막과 함께 국내 최대 규모로 열리는 이 행사가 왜 이렇게 처참한 모습을 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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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팝 엑스포가 열리는 곳의 현장 모습(이하 사진은 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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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그대로 휑하고 황폐한 행사장의 모습

    전기‧수도 공급도 안 된 채로 영세자영업자들에 보증금만 챙겨
    적게는 100만원 많게는 1억까지 손해, 국제적 망신까지

    K-POP EXPO in ASIA를 담당하는 조직위원회(케이팝 엑스포 조직위)는 당초 9월 19일 아시안 게임 개회식에 맞춰 개회식을 할 예정이었으나 9월 20일로 개회식을 연기, 19일에는 입장료를 받지 않고 무료로 공연장을 개방한다고 홍보했다.

    케이팝 엑스포 조직위는 아시아 40여 개국 전통문화공연 및 음식문화 체험 행사, 남사당패공연 등 국내외 최대의 K-POP EXPO in ASIA 공연, 한국가요 역사박물관을 조성해 시대별 대중음악의 발전사를 알아보는 교육공간으로 구성, ‘창의인성교육’을 실현하는 체험학습장을 세울 각오를 보이며, 300만 관객을 예상했다.

    ‘티켓 80만장 매진, 14만장 추가 발매 중’이라는 모 인터넷 기사를 본 영세자영업자들은 재기의 꿈을 꾸며 자본과 인력을 모아 케이팝 엑스포 조직위와 입점 계약을 했다. 정확히 입점한 업체의 수는 조직위에서도 밝히지 않았지만, 대책회의를 위해 모인 상황을 보면 100곳 안팎이라는 게 상인들의 얘기이다.

    케이팝 엑스포 조직위와 계약을 한 업체들은 세 부류다. 보증금을 내고 수익 전체를 가져가는 업체와 보다 적은 보증금을 내는 대신 조직위에 수수료 20%를 납부하는 업체, 보증금 없이 수수료만 40%를 내는 업체가 있다. 동업자 3명과 7개 부스를 계약한 김 모씨는 인터넷 기사와 홍보자료를 보고 부푼 마음에 인력과 자본을 모아 보증금 00원과 수수료 20%를 내는 계약을 했다.

    실상은 달랐다. 행사장 내 설치된 부스에는 전기와 수도조차 들어오지 않았고, 심지어 19일 개장 날에서야 전기 공사를 시작했다. 행사 시작 5일이 지나도록 일부 부스에는 여전히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아이스크림, 커피, 닭꼬치 등을 판매할 계획을 가지고 동업인 3명과 7개 부스를 계약한 김모 씨는 25일 <레디앙>과 통화에서 “19일 개장을 하기로 했으면, 18일, 17일에라도 (전기)공사를 끝내놨어야 했는데 22일까지 안 들어왔다. 아직도 안 들어오는 집도 있다”며 “20일 (오전) 10시쯤 장사 준비는 다 했는데 가니까 전기가 없었다. 전기가 들어와서 냉장고가 돼야 물건이 안 상하는데, 새벽 4시까지 얼려 만들어 갖다 놓은 아이스크림 원료들 다 버렸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는 김승환 인천총괄 본부장은 업주들의 말과 달리 “그런 상황은 없다”면서도 “순차적으로 들어갔다. 좀 늦게 들어간 집(업체)은 하루 이틀 늦게 들어갔고. 입주한 사람들 3키로 이하 계약해놓고 20킬로 이상 쓰다 보니 우리가 전기를 더 증설해야 한다. 수도도 15미리 관에서 나오는 물량과 50미리에서 나오는 물량도 다르다. 8천만 원을 들여서 증설 공사를 했다. 지금부턴 사용량 체크해서 부과를 할 거다”라고 화를 내며,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것이 전기량을 초과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즉 사용 전기량이 많아서 전기가 안 들어온 건 아니고, 전기 공사가 늦어져 생긴 실수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김 본부장의 해명에 김모 씨는 “계약서에 1킬로당 5만원으로 계약은 했다. 우리가 전기를 얼마나 써서 그런 거 계산을 못하지 않나. 제대로 돼 있었으면 돈을 내고 했을 것”이라며 “아무튼 첫날엔 아예 전기 수도 안 들어왔다”고 강조했다.

    업주들에 따르면 현재도 일부 부스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다. 21만평 대규모 행사장에 화장실은 단 3개, 그 중 수도가 공급되는 화장실은 1개다. 심지어 공동수도조차 없다. 거의 장사하지 말라는 말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공연을 보고 앉아서 쉬거나, 부스에서 파는 음식을 구입해도 먹을 공간이 없어 먼지 날리는 행사장만 기웃거리던 일본인 관광객들은 “사람을 초대했으면 쉴 곳도 만들어놓고 물 먹을 곳도 만들어놓고 오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산골짜기에 만들어놓고 사람 오라고 하면 이걸 누가 케이팝이라고 하겠냐”며 돌아갔다고 한다.

    외국인 관광객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행사는 보잘 것 없었다. 거주민들이 부스에서 맥주 한 잔 먹으려면 주차료 3천원에, 입장료 1만원을 내야 했다. 왔다가 돌아가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하루 매출은 많으면 2만원, 어쩔 땐 한 푼도 벌지 못했다.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지 않으니 업주들이 준비해놓은 재료들은 모두 상해버렸고, 김모씨와 동업자들은 현재까지 선 주문한 재료값 4천만 원을 손해 봤다. 아르바이트 생 인건비 200만원에 돌려받지 못할 보증금까지 감안하면 총 1억 원에 가까운 돈을 날린 셈이다.

    핫도그를 판매하던 이모씨는 지난 24일 부스를 철수하고 나왔다. 더 있어봤자 손해일 것 같아서였다. 보증금은 포기했다. 전기가 가동되지 않아 버린 재료값 200만원 등까지 하면 최소 600~700만원 정도 손해를 봤다. 당초 이모씨는 아는 사람 소개를 통해 보증금 350만원을 내고 입점했다. 1년 내내 행사장이나 축제 현장을 돌아다니며 핫도그를 판매하는 그는 “이런 행사는 처음이다. 최악이다”라며 “인프라가 전혀 없고 홍보도 안 돼 있고, 기반 시설도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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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체 없는 주최기관‧조직위원회 ‘SS엔터테인먼트’
    가해자는 국정원? 모두가 피해자, 주최 측 책임 회피만

    <레디앙>은 주최기관인 SS엔터테인먼트에 전화를 걸어 대표와 통화를 요구했으나, 직원은 “대표님 전화번호를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업주들은 SS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하고 들어왔지만, 해당 기관 관련자들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전기 수도 공급 문제로 항의하기 위해 본부에 찾아가 케이팝 엑스포 조직위 사람들과 얘기하고 싶다고 했지만, 본부 사람들도 조직위 사람들을 모른다고 답했다. 업주들은 허탈했다. 해결 방안은커녕 항의할 대상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행사 4일째에 공연 담당 총감독에게 하소연해서 전기 수도 공급, 보상금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말을 들었지만 해당 감독은 그 후 현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케이팝 엑스포는 공기관 중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후원을 받고 있다. 후원사들은 이 정도 수준의 처참한 결과를 예상치 못한 걸까. 많은 업주들이 후원사와 인천아시안게임을 믿고 입점한 것을 감안하면, 충분한 검토 없이 후원 승인 신청을 내준 기관에 대한 비판은 불가피해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통화해 본 결과, 협조요청문 등을 살펴보고 후원 명칭 승인을 내줬지만, 그 외에 예산 편성은 없었고 100% 민간 자본으로 꾸려진 행사라고 말했다. 현재 많지는 않지만 케이팝 엑스포 행사와 관련해 민원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어 승인 신청 취하도 고려중이며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경우 적당한 조치를 취할 생각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21만평의 대지를 대여해 준 인천항만공사는 아시안게임 조직위에서 케이팝 엑스포 조직위에 대지 대여 협조공문을 보내왔다고 한다. 일정 금액을 받고 대여해주는 것인데다가 현재 사용 중인 대지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대여해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행사를 통해 부지 홍보도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고 한다. 행사 미흡 등이 법적으로 어긋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지 대여를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앞서 통화했던 김 인천총괄본부장은 행사 준비와 홍보 미흡으로 관광객이 적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는 여러 방송사에 광고를 충분히 했다. 손님이 안 온다고 해서 업어올 순 없지 않나”라며 “공연 관람객이 소비자인데, 우린 좋은 공연 올리고, 장사하는 분들은 좋은 서비스 하면 되는 거다. 공연이 점점 진행이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올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현재도 외국인들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스에 남아있는 업주들은 “다 거짓말”이라며 “오더라도 볼 것도 없고 먹을 곳도 없으니 다들 황당해하며 돌아간다”고 반박했다.

    김 인천총괄본부장은 외려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강변했다. 국가정보원의 지시로 급하게 부지를 이전하면서 비용적으로 손해를 봤고, 행사 준비 미흡은 불가피 했다는 거다.

    그는 “원래 작년 6월에 아라뱃길 있는 쪽에 계약을 해서 그 부지를 쓰기로 했었다. 그런데 8월 초에 국정원에서 그 부지에 북한측이 타고 오는 만경봉호가 정박할 예정이라, 대북 문제와 보안 기타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행사장을 옮겨 달라 하고 그 사람들이 여길 잡아준 것”이라며 “국가에서 보상을 해준 것도 아니고. 12억을 들여서 공사를 했는데, 부랴부랴 했다. 그러니 얼마나 미비한 점이 많겠나. 원래 부지엔 모든 준비가 다 돼 있는 상황인데, 공사라는 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우린 피해자다. 상인들도 연쇄적 피해자다. (부지 옮기라더니) 결국은 북한 사람들이 왔습니까”라고 말하며 행사 준비 미흡은 인정하면서도, 그로 인한 책임은 사실상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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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관람 외에 한국가요사박물관과 아시아문화홍보관은 현재 다 짓지도 못해 흉물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니 공연을 보기 위한 관객들 말고는 이 행사장을 찾을 이유가 없고, 공연도 번번이 취소가 돼 행사 관계자들도 당일에 누가 어떤 공연을 하는지 모르고 있다.

    행사장 구경만 하는데도 1만 3천원을 내야 하는데, 음식은 먹을 곳도 없고, 식수대도 없어서 물도 마실 수 없다. 화장실은 3개고, 그 중에 수도 공급이 되는 곳은 딱 1개다. 전기는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재료는 쓰레기가 돼 가고 있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마땅히 앉을 곳이 없어서 먼지만 날리는 공터를 기웃거리다가 불쾌한 마음으로 그 곳을 떠난다.

    겨우 연락이 닿은 주최 관련자는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영세자영업자들은 보상받을 방법에 대해 논의할 창구도, 행사를 재활성화 할 방안을 공유할 사람도 없다. 대체 이 행사를 주최한 SS엔터테인먼트는 어디 있는 걸까. 피 같은 돈을 한순간에 날려버릴 위기에 있는 영세자영업자들이 목소리를 내야 할 창구인 SS엔터테인먼트는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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