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은 특별한 모험이다
    샤먼과 함께 춤을! 코사인쿤두 트레킹 이야기 ②
        2014년 09월 25일 10: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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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앞 회의 글 ‘타망-봄잔-라마 이야기’ 링크

    코사인쿤두로 향하는 오늘, 네팔분들은 새벽 5시부터 난리다. 물 한 병을 서로 나눠 칫솔질만하고 머리에 물을 좀 묻힌 후 찌아 한 잔 후 떠난다.

    축제라 모두들 몰리기 때문에 별로 없는 숙소를 잡기 위해 빨리 떠나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팀만 여유롭다. 축제로 인해 터무니없이 올라가는 숙소 비용과 복잡한 환경을 예상해 Social Tour에서 이미 지역주민을 섭외해 우리만의 텐트를 쳐놓으셨다고 했다. 감동, 감동 ! 라마는 다들 자리가 없으면 소 외양간이라도 잡아 누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설렌다

    코사인쿤두를 맞이했을 때, 축제를 즐기러 모인 이들을 만났을 때 어떠한 느낌이 들까? 4천미터가 가까워지면서 산새도 다른 모습니다. 출발 후 돌산이 가득한 길 중간중간 힘들만 할 때마다 임시 찌아집이 나타난다. 이들도 정부로부터 7일간의 허가를 받고 임시 찌아집을 연다고 했다.

    간단한 감자, 라면, 찌아를 주는데 허름한 천막 하나 쳐놓은 찌아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평온함이 느껴지는 부녀가 있었다. 13살 된 큰 딸은 아빠 옆에서 조용히 일을 도와드리고 있었고 인자한 미소만큼 맛있는 찌아를 내주시는 아저씨는 미소가 아름답다.

    우리 숙소에서 같이 출발한 네팔 청년 8명은 2명의 나이 많으신 포터를 고용해 1명당 4개씩의 짐을 맡기고 올라갔다. 한눈에 보기에도 어깨에 들려진 짐의 무게가 그들의 발걸음과숨소리로 느껴졌다. 중간중간 찌아집마다 포터들을 만났고 이들은 힘듦을 잊기 위해 전통 술인 락시를 연신 들이키신다. 2명 중 한명은 먼저 올라갔는데 다른 1명은 속도를 내지 못한 채 술만 들이키신다.

    찌아집을 떠나는데 또 산 중턱에서 누군가 라마를 부른다. 외국인이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이 트레킹 코스에 유일한 가이드가 라마이니 전부 라마에게 약을 달라고 한다. 구급약통을 꺼내 라마는 일일이 아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일러준다. 가는 도중 고산병을 토로하는 네팔인들이 나타나고 응급처치 코스를 수료한 라마는 약을 일일이 나눠주고 따뜻한 물을 챙겨주며 일일이 챙긴다.

    돌산들이 내 눈 앞에서 어질어질 해질 즈음 라마는 우리가 이 코스의 최고 높이에 있는 Laurebina pass(4,600m)를 통과해야 호수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며칠째 샤워도 못하고 걷고 있는 나는 지금 아무 생각이 없다. 하지만 내 눈 앞에 들어오는 맨발로 묵묵히 순례의 길을 걷는 티베탄들과 장엄한 자연과 돌산의 위엄만이 어우려져 눈에 들어온다. 이 패스에서는 다들 더 이상 높은 곳이 없기 때문에 스틱을 쉬바신에게 바치고 다시 호수로 향한다.

    수리야쿤두

    수리야쿤두

    순례자들

    순례자들

    드디어 패스를 넘었고 패스를 넘자 코사인쿤두 호수 주변으로 있는 다른 호수들을 지나게 된다. 돌산이 품고 있는 듯한 형용할 수 없는 푸르른 호수들이 눈에 담긴다. 계속 뒤돌아보며 내 눈 안에 호수를 담고 싶지만 형용할 수 없는 호수의 색은 계속 눈을 흐리게 만든다.

    호수를 지나 코사인쿤두에 다다랐지만 우기의 날씨로 호수 주변은 안개로 뿌옇고 호수가 한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저 군데군데 들리는 마을무리들의 노랫소리와 북소리만 안개를 뚫고 들릴 뿐이다. 호수로 내려가니 역시나 난민촌을 연상케 하는 텐트들과 고산병을 호소하는 땀과 비에 범벅이 된 현지인들로 아수라장이다.

    갑자기 라마는 흥분해서 소리쳤다. “저기 샤먼의 무리가 와! ”

    호수 옆길로 샤먼들이 이끌고 온 마을의 무리가 장단을 맞추며 사원을 향한다. 우리 셋은 흥분으로 들떠 있었다. 텐트에 짐을 풀고 쉬바신 사원으로 내려오니 이미 사원 옆으로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남녀 무리들이 전통춤을 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못가 나는 추위와 누적된 피로로 다시 돌아와 텐트에 들어가자마자 뻗었고 밤이 깊어갔지만 비가와도 춤과 노래는 끊이질 않았다. 텐트로 떨어지는 빗소리와 저 멀리 호수 근처에서 들리는 노랫소리가 자장가였다. 4,300미터가 넘는 이 신성한 호수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텐트에서 자는 느낌이란 복잡미묘했다.

    노랫소리로 축제 당일 새벽 텐트에서 눈을 떴다. 보름달 뜨는 오늘은 타망과 티베탄-욜모 민족들은 샤먼들과 벌이는 축제이지만 힌두교인들에게는 저나이 뿌니마(janai purnima) 축제날로 신성한 호수에서 뿌자를 드리고 몸과 손목에 감는 실을 공식적으로 바꾸는 날이다.

    같은 호수에서 같은 날 각자의 방식으로 축제를 즐긴다. 샤먼들이 이끌고 온 마을 사람들은 쉬바신을 함께 돌고 우유, 동전, 쌀, 빨간 티카파우더, 꽃 등을 준비하여 뿌자를 드린다.

    샤먼과 마을사람들

    샤먼과 마을사람들

    쉬바신 사원 옆에서 전통춤을 추는 무리

    쉬바신 사원 옆에서 전통춤을 추는 무리

    봄포(Bompo)는 타망언어로 ‘샤먼’을 뜻한다. 각 마을에 한 명씩의 샤먼이 있고 이들이 마을 주민들을 이끌고 온다. 한 마을의 무리가 여자파트, 남자파트 나누어 노래를 주고받으며 행진을 하면 샤먼은 뒤에서 보조 샤먼과 함께 각종 장신구로 장식된 북을 들고 따라간다.

    이 축제는 중매결혼이 아직 일반적인 네팔에서 중매결혼을 피할 수 있는 공식적인 젊은이들의 기회이다. 축제 기간 중 남녀가 눈이 맞으면 여자는 남자 집으로 바로 따라가기도 한단다.

    우리는 호수를 한 바퀴 돌며 축제의 행렬을 맞이했다. 신성한 물이기 때문에 4300미터가 넘는 차디 찬 호수 물에 다들 들어가 신성한 목욕을 하고 뿌자를 드리고 있었다.

    호수에는 온통 코코넛으로 가득 차 있다. 소젖을 바치는 게 가장 좋으나 몇날 며칠을 걸어 우유를 가져올 수 없어 코코넛 속 물을 대신 바친다고 했다. 모두들 코코넛을 깨 물 속에 던져 온톤 코코넛 호수가 되었다. 샤먼은 루트락쳐(rudracche nuts)와 종으로 장식한 의상을 입고 북을 치며 시작하였고 따라온 마을 무리 청년들은 성수를 나눠 마시고 머리에 뿌린다.

    한 바퀴 돌고 나니 라마가 화가 단단히 났다.

    온통 쓰레기장이 된 것이다. 사실 네팔은 쓰레기 분리수거도 하지 않지만 아무렇지 않게 가져다 버린 쓰레기와 제대로 된 처리장 시설이 없어 이미 카트만두 주요 강인 바그마띠강은 쓰레기 강이 된 지 오래이다. 목욕하러 들어가 벗어놓은 속옷부터 뿌자를 드리기 위해 가져왔던 각종 음식물들과 비닐봉지, 숙박시설 및 위생시설이 부족해 여기 저기 화장실로 만들어놓은 흔적들이 정말 할 말을 잃게 하였다.

    오전이 지나자 전야제를 즐기고 아침에 뿌자를 드리고 다들 다시 떠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는 하루 더 머물 예정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 떠난 후 조용한 호수를 다시 즐길 수 있었다.

    사람들이 떠난 호수는 고요했다

    전날 임시로 쳐놓고 장사했던 사람들은 텐트를 치우기 시작했다.

    그날 밤 고요한 호수, 전날 몰려든 축제 인파로 정신이 없었던 게스트하우스 직원들은 다 같이 고기파티를 했다. 그렇게 힘든 노동의 여파를 달래며 락시와 함께….

    호수가 위치한 지역은 라수와 주(Rasuwa District)로 네팔의 8개 주 중 하나이며 카트만두에서 120km정도 떨어져 있다. 2011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43,300명 인구로 네팔 인구의 0.16%를 차지한다. “The Land of Tamang” 으로 알려져 있는 곳으로 타망민족의 인구는 이 지역인구의 63.75%를 차지한다.

    이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곳 중 한 단체를 잠시 소개하자면 Langtang Area Conservation Concern Society (LACCS)란 곳으로 2007년 설립하여 ‘기후변화와 에코투어리즈’에 초점을 두고 활동을 한다.

    보존활동에서 지역주민의 역할을 활성화 시키는 게 이들의 비전이다. 이 지역 주민들의 주 수입원은 농업이지만 관광산업을 빼놓을 순 없다. 랑탕국립공원이 라수와 주의 56%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LACCS 의 대표적 활동으로는 첫 번째, 생물다양성 보존활동이 있다.

    라수와 주에는 15개의 산림형(forest types), 3,000종의 꽃 종류와 눈표범, 레드판다, 히말라야 야생염소(himalayan thar) 등 약 46종의 포유류가 있다. 하지만 최근 레드판다는 그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또한 종자주권 보호뿐만 아니라 지역주민과 관광과 관련된 장기적 계획을 같이 세우면서 관광을 촉진하는 활동을 한다. 코사인쿤두 호수는 힌두교와 불교인들에게 성지이기 때문에 성지 순례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문화적으로 랑탕밸리는 타망과 티베탄들의 복합적 문화가 있고 Gutlang지역은 타망민족이 주요 민족이며 Sing Gomba라는 오래된 불교사원도 있어 관광자원이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경제적 척도를 가지고 제3세계라고 부르는 나라에서는 관광자원과 수입이 주민들에게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들의 문화와 전통을 배제한 채 관광수입만 쫓아가는 모습은 경계해야 한다. 그래서 지역기반관광(Community Based Tourism)에서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참여’ 이다.

    다시 돌아와 내 트레킹 이야기를 마무리하자면, 호수에서 다시 카트만두로 돌아오는 마지막 날까지 쉽지 않았다. 갑자기 온 비로 산이 무너져 도로는 이미 아수라장이었고 험난한 길에서 버스와 트럭들은 힘겹게 운행 중이었다. 우리는 내려서 걸어야만 했고 그 때까지도 돌은 떨어지고 있어서 돌을 피해서 뛰어야만 했다.

    마지막날 만난 산사태

    마지막날 만난 산사태

    잠시 쉬어가는 포터분들

    잠시 쉬어가는 포터분들

    우기 때는 트레킹을 잘 가지도 않지만 일부러 코사인쿤두 호수에 축제로 현지인들이 몰려드는 때에 가지도 않는다. 다들 왜 그 때 힘들게 갔냐고 묻지만, 물론 힘들었지만 너무 특별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 때 아니면 볼 수 없는 모습과 삶을 보았다. 삶은 특별하고, 삶은 모험이기 때문이다.

    * Langtang Area Conservation Concern Society (LACCS) http://laccos.org.np/

    필자소개
    서윤미
    구로에서 지역복지활동으로 시작하여 사회적기업 착한여행을 공동창업하였다. 이주민과 아동노동 이슈에 관심이 많고 인권감수성을 키우려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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