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정치 재편
    가능한가, 어디까지 왔나
        2014년 09월 24일 11: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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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1월 2일 노동계 일각에서 분산되고 분열되고 약화되고 있는 진보정치와 노동정치의 재건과 재구성을 목표로 하는 ‘노동정치연대’가 결성되었다.(관련 기사 링크) 소위 중앙파라고 불리우는 노동계의 정파가 노동정치의 재구성을 위해서는 범노동계의 단결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가지고 다양한 노동계 정치그룹들에 제안하여 구성되었다.

    노동포럼, 노동자교육기관, 현장노동자회, 혁신네트워크, 공공현장, 노동자연대, 노동자정당추진회의 등 7개의 그룹이 참여하여 작년 11월 노동정치연대가 결성됐다. 소위 자주파 계열과 현장파 계열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광범위하게 참여한 모양새였다.

    노동정치연대는 올해 초 진보정치의 재구성과 재건을 위한 진보혁신회의 구성을 정의당, 노동당, 민주노총, 진보교연에 제안하였고 1월 22일 준비모임 수준에서 출발하였다. 준비모임에서 본조직으로 전환하려고 할 때 다른 참여단위에서는 동의가 이뤄졌지만 민주노총에서는 통합진보당을 지지하는 세력이 민주노총의 진보혁신회의 참여를 강하게 반대하여 본조직 결성이 미뤄지고 준비모임 수준에서 논의와 공동사업이 진행됐다. (관련 기사 링크)

    준비모임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로 선거 공조방안과 공동 정책에 대해 논의하였고, 상당 부분 실천되기도 했다. 물론 정의당과 노동당의 공조가 울산이나 고양 등에서 성사되지 못하고 파열음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비교적 많은 곳에서는 후보들이 겹치지 않았으며 공동 선거정책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링크)

    6.4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들의 참혹한 결과 이후 진보정치 재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곧바로 이어진 7.30 재보선에서 각 세력들이 자체적으로 준비 실행하면서 진보혁신회의 준비모임 차원의 조정과 협의는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재보선 이후로 재편 논의가 미뤄졌다.

    더 이상 진보정치의 재편과 재구성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노동정치연대는 8월말 준비모임 참여 단위들에게 “진보정치 재편에 대한 책임 있는 논의와 집행을 시작하자, 이에 대한 각 조직의 책임 있는 의결 과정을 거치고 논의를 시작하자, 그것이 어려우면 진보혁신회의 준비모임의 발전적 해소를 통해 새로운 재편의 길을 모색하자”라는 제안을 했다.(관련 기사 링크)

    약 6개월여 진보혁신회의 준비모임 차원에서 논의와 공동사업을 벌였지만 대중운동이나 각 정당의 당원 수준에서 충분히 공유되고 논의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고, 각 조직의 집행단위들만의 논의로 한정되는 상황에서는 재편 논의가 대중화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나 대중들의 상황에서 진보정치 노동정치에 대한 냉소와 불만이 커지고, 진보정치에 대한 거리두기가 심화되고 관심의 대상에서 갈수록 멀어지는 상황에서 재편 논의가 조직 상층부의 논의로 한정되어서는 안된다는 판단이었다.

    지금 상황은 마른(관심과 기대) 장작에 불을 지피는 것이 아니라 젖은(실망과 냉소) 장작에 불을 지피는 상황이기에 보다 대중적이고 보다 조직적이고 보다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제안의 배경이었다. 또한 지방선거 이전 진보혁신회의 준비모임의 3가지 과제였던 공동실천, 선거공조, 진보정치 재편 중 미뤄졌던 진보정치 재편 논의를 본격화하자는 것이기도 했다.

    노동자대회 1

    이 제안에 대해 정의당은 ‘진보혁신과 재편에 공감하는 모든 진보정치 세력과 함께 진보정치를 대표하는 더 큰 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 ‘기간의 진보혁신회의(준)의 노력을 존중하며 나아가 새로운 노동정치를 지향하는 세력, 진보적인 시민정치세력, 진보정치의 혁신에 앞장서온 세력의 폭넓은 규합을 추진한다’ ‘과거 재편 및 통합의 교훈을 바탕으로 할 때, 진보정치 혁신에 공감하고 상호를 신뢰하며, 재편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갖는 세력과 함께 하도록 한다‘는 9월 13일 전국위원회의 결정을 통해 진보재편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다.(관련 기사 링크)

    노동당은 전국위원회라는 의결기구의 논의를 통하지 못했지만 9월 15일 대표단 회의에서 “1. 노동당은 2013년 3월 9일 3기 1차 전국위원회에서 채택한 ‘진보정치 재건을 위한 결의문’을 통해 다음과 같은 4대원칙을 제안한 바 있으며 이를 재확인한다. (자본주의 극복, 사회주의의 이상과 원칙 계승하며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이념의 재정립/ 보수야당과 구별 정립되는 진보정당의 독자적 성장 발전노선/ 확고한 대중정당, 현실정당으로서 활동상의 정립/ 패권주의 일소와 민주적 절차 확립) 2. 노동당은 2014년 11월 29일로 예정된 정책당대회를 통해 진보정치 재편에 관한 당내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라는 입장을 결정했다. (관련 글 링크) 다소 모호한 결정이었다.

    진보교연은 노동정치연대의 제안을 적극 수용하여 재편 논의에 참여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민주노총은 이전 본조직 출범 때의 어려움이 여전히 지속되는 상황에서 진보혁신회의 본조직 참여를 결정할 수 없으며, 대중조직의 여건에서 참여는 어렵지만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재편 논의가 의미 있게 진행되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런 과정을 거쳐 9월 17일 진보혁신회의 준비모임 집행책임자회의는 각 참여 단위들의 결정을 근거하여 논의를 진행했다. 최종 결론은 진보혁신회의 본조직을 출범시키며 그 성격은 ‘신당 창당을 포함한 진보정치의 재편을 논의하는 기구’로 규정했다. 또한 이를 대표자회의를 통해 공식화시킨다는 것도 포함했다.

    진보혁신회의 본조직은 신당창당기구의 성격을 가진다는 노동정치연대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노동당의 입장을 배려한 것이다. 진보재편 논의에는 신당 창당 의제를 포함하지만 그것을 직접적인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다.

    하지만 노동당에서는 진보혁신회의 참여를 반대하는 입장과 참여를 주장하는 입장이 팽팽하게 나뉜 상황이다. 대표단 회의에서도 두 의견이 팽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내 의견그룹인 신좌파당원회의와 무지개사회주의자연대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강상구 전 부대표, 나경채 전 관악구의원 등 재편에 찬성하는 19인의 중견 당원들은 당게시판을 통해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반면 이용길 대표와 장석준 부대표가 포함된 녹색사회주의연대(녹사연)은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나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노동당은 다음 주 대표단 회의에서 진보혁신회의 참여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서 보면 현재로서 진보정치 재편의 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진보혁신회의 본조직이 노동당, 정의당, 노동정치연대, 진보교연 및 이에 동의하는 단위들과 함께 출범하고 진보정치 재편에 대한 논의와 합의안을 만들고, 합의안에 대해 각 조직 내부의 논의를 통해 승인 혹은 부결의 최종 결정을 확인하는 절차와 과정을 가는 경우이다.

    다른 하나는 일부 단위의 불참 선언으로 진보혁신회의 본조직이 출범하지 못하고 새로운 진보정치 재편의 경로와 과정을 밟게 되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진보재편에 동의하는 개인과 그룹들이 새롭게 모이거나 기구를 결성하여 진보정치 재편의 경로를 재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일부 그룹의 탈당 등의 모습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외의 주요한 진보정치세력인 녹색당과 통합진보당은 별도의 자기 진로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녹색당은 진보정치 재편에 합류할 의사와 관심이 없다는 것이 전체의 의견으로 보이며 9월 대표자 선거를 통해 조직 정비와 자체 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은 진보재편 과정에 대해서는 자의반 타의반 일정한 거리를 두며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심판 결과를 염두에 두면서 조직 정비와 내부 논의를 진행하며 이후 전망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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