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의 역사와 경험에서 배우기
    [책소개] 『시너지』(한국국제협력단 등/ 이매진)
        2014년 09월 20일 02: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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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시아, 그중에서도 한국은 여전히 개발과 경제성장의 성공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한국의 발전 경로를 살펴보고 교훈을 얻으려는 후발 개발도상국의 발길도 꾸준하다.

    그런데 성공을 가져온 직접적 계기로 여겨지는 경제 정책이나 산업 정책이 주된 관심사가 되는 반면, 사회 정책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진다. 개발과 추격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사회적 긴장과 갈등, 부의 분배를 둘러싼 대립을 관리하고 해결하는 문제에는 관심이 덜한 셈이다.

    한국 정부 차원의 대외 무상협력 사업을 도맡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개발의 사회적 측면, 의미, 영향에 관한 정책을 연구하는 유엔 산하 연구 기관인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가 공동 기획한 《시너지 – 효과적 개발 협력과 한국적 개발 모델의 조건, 제도, 정책》은 다양한 정책들 사이의 연관을 파악하면서 사회 정책의 관점으로 한 국가의 개발 과정을 분석해 한국의 개발 경험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경제성장이 사회복지로 자동 전환되는 메커니즘이란 존재하지 않는” 만큼 “경제성장과 인간 개발, 사회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든 묵시적이거나 명시적인 사회 정책을 발견”하자는 것이다. 좀 더 평등하고 포괄적인 사회적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고안된 사회 정책과 제도를 매개로 한 협력의 네트워크가 발휘하는 ‘시너지’가 성공한 개발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시너지

    기적을 만드는 정책?

    시너지란 분업에서 오는 마찰을 극복하려 노력하는 과정이 만들어내는 결과물, 어떤 독립된 성과가 아니라 좀 더 폭넓은 성과를 얻기 위한 자원의 투입, 그리고 분야 내 또는 분야 간의 두터운 네트워크의 형성을 가리킨다.

    생산, 재분배, 보호, 재생산 등 다양한 기능적 분야에서 나타나는 시너지는 정책과 기관이 그런 다양한 기능에 공평하고 민주적이며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영향력을 미칠 때에야 비로소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시종일관 경제 정책과 사회 정책의 복잡한 양방향 관계를 다루는 필자들은 한국의 사회 정책이 생산을 위한 도구적 기능에만 머물지 않고 보장과 분배라는 기제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함으로써 내재적인 사회적 목표를 실현한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개발 과정에서 경제 발전과 사회 발전을 위한 정책들이 서로 연계된 사례를 제시한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경험’에서는 전체적인 설명 틀을 제시한 뒤, 한국을 비교의 맥락에 위치시켜 어떤 제도와 정책이 한국과 다른 국가들의 발전 과정에 기여했는지 살펴본다.

    탄디카 머칸다위레는 한국의 사회 정책이 지닌 슘페터주의적, 생산주의적, 발전주의적 특성에 주목하고, 생산, 분배, 보장, 사회적 재생산을 핵심으로 하는 사회 정책의 전환적 기능에 초점을 맞춘다(2장). 피터 에반스는 폭넓은 국가-사회 간 관계에 기반을 둔 역량 강화 발전국가를 살펴보고(3장), 알리스 암스덴은 산업 정책과 자국 국적 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4장).

    2부 ‘정책’은 사회 정책과 경제 정책의 연계를 제도와 정책의 맥락에서 조망한 뒤(5장, 6장, 8장), 농촌과 도시가 맺는 관계의 맥락에서 농촌 개발 정책의 사례로 새마을운동을 살펴본다(7장).

    인적 자본을 생산성 향상으로 전환시킨 제도와 정책들이 주로 논의되는데, 특히 제도와 정책의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한 제도적 연계의 과정에서 전환적 사회 정책과 함께 좀더 포용적인 발전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민주적’ 발전국가가 중요하다는 사실이 지적된다.

    한국의 개발이 지니는 국제적 측면을 원조와 기술 이전의 맥락에서 다루는 3부 ‘협력’은, 특히 한국의 개발 경험을 통해 국내 개발을 위한 개발 연대에서 국제 개발을 위한 개발 연대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조가 한국의 경제 발전과 사회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전제 아래 원조와 비원조 관계를 통해 기술과 지식의 전파 경로를 살펴보면서 이 과정에서 제도와 정책이 한 역할을 설명하는 한편(10장), 이승만 정부와 박정희 정부가 여러 원조국과 원조에 각각 다르게 반응한 사실을 살펴본다(9장). 또한 폭넓은 국가-사회 관계는 개발의 국제적 측면에 눈을 돌리게 하는데, 국가의 경계를 뛰어넘는 개발에 대한 관점은 국제 개발을 위한 개발 연대의 요구로 확장된다(11장).

    4부 ‘결핍’의 주제는 한국의 발전 과정에서 결핍된 민주주의(12장), 성평등(13장), 환경(14장)인데, 단순히 이런 요소들이 발전되지 못한 현실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요소의 결핍이 한국의 발전 과정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그런 결핍도 21세기의 후발 개발도상국을 위해 한국의 개발 경험에서 끌어낸 교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행착오 학습

    《시너지》는 개발 문제를 다룬 여러 자료에서 드러나는 편향, 곧 어쩔 수 없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사례들은 빼버리고 원조와 개발의 보기 좋은 측면만 교훈으로 제시하는 흐름에 문제를 제기한다. 많은 시행착오의 결과인 개발의 역사를 기계적인 인과의 결과로 해석하려는 관행을 비판하고 수정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이런 수정은 오늘날 국제개발협력을 개발도상국의 관점에서 좀더 효과적이고 유익하게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성공한 경험이건 실패한 경험이건 지난 시절에 진행된 개발의 경험에서 교훈을 배우기는 쉽지 않다. 후발 개발도상국은 그 교훈이 나온 사례의 맥락을 파악해야 할 뿐 아니라 역사 해석에서 나타날 수 있는 왜곡의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

    또한 교훈을 배우려는 의욕과 능력, 곧 선발 주자를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어진 교훈을 자기 상황에 알맞게 적용하고 되도록 먼저 성공한 국가들이 어쩔 수 없이 겪은 실패를 뛰어넘으려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그런 조건에서 《시너지》는 한국의 개발 경험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기 나라에 무리 없이 적용하며, 되도록 뛰어넘으려 하는 후발 개발도상국들에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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