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한 경쟁 이후의
    새로운 한국 사회 모색
    [책소개] 『반성된 미래』(참여연대 기획/ 후마니타스)
        2014년 09월 20일 02: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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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한국 사회를 움직여 온 힘은 ‘경제’였다. 경제성장에 사회의 모든 힘을 집중한 결과, 경제 규모나 1인당 소득수준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이제 ‘잘사는 나라’에 속한다.

    경제는 민주주의, 분배, 정의, 노동 인권, 환경, 안전 등에 우선하는 유일한 가치였다. 이는 개인의 삶에서도 절대적인 척도였다. 부자가 되면 성공한 삶이고, 가난하면 실패한 삶이었다. 가난하면서 아름다운 삶은 없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우선 경제성장이 더는 순조롭지 않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시장주의(신자유주의) 경제체제로 바뀌면서, 그 전까지 한국 경제의 특징이었던 높은 저축률과 투자율, 고도성장이라는 방정식이 낮은 저축률과 저투자· 저성장 패턴으로 바뀌었다.

    몇몇 재벌의 경쟁력에 의존해 근근이 유지해 오던 성장 공식도 먹히지 않게 되었다. 경쟁력이 한계에 다다랐을 뿐만 아니라 고령화사회 진입, 복지 수요 증가, 중국 경제의 도전과 같은 근본적인 장애물을 넘어설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

    이처럼 경제 효율성을 위해 민주주의, 노동, 환경, 안전 등을 희생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사람들은 경제가 전부가 아님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 무한 경쟁에 지친 시민들은 이제 다른 형태의 삶을 모색하고 있다.

    반성된 매리

    ‘스무 살 참여연대’, 한국 사회의 지난 20년을 성찰하다

    1994년 창립한 참여연대는 올해 20주년을 맞이했다. 이 책은 지난 활동을 되돌아보고 미래의 활동 방향을 탐색하는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한국 사회의 미래를 어떤 가치와 지향에 따라 만들어 갈지를 성찰하고자 기획되었다.

    그동안 참여연대는 우리 사회의 가치 설정 및 제도 개혁에 대한 큰 그림을 다룬 책들(<참여민주주의와 한국사회>, <한국재벌개혁론>, <고장 난 나라 수선합니다>, <평화복지국가> 등)을 세상에 선보여 왔는데, <반성된 미래>의 출간은 이 전통을 잇는 한편, “우리 사회가 장기보다는 단기, 전체보다는 부분, 깊이보다는 넓이에 갇힌 사회가 되었다.”는 반성적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간 경제 가치에 억압되어 왔지만,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여러 가치를 숙고한다. 그 가치들은 경제 가치에 치여 전면에 드러내 놓고 다루지 못했기에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낯설기만 하다. 그렇다면 경제적 가치의 일방적 질주를 넘어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가치 지향은 무엇일까?

    각 분야를 대표하는 필진이 만든 ‘민주 시민 교과서’

    이 책은 민주주의, 평화, 차이와 공존, 경제민주주의라는 네 가지 주제 영역과 관련해 시민으로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며 그 사회적 해법은 무엇인지를 고민할 수 있게끔 집필되었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장 충실히 다룰 수 있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필진을 구성했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참여연대에 직접 참여하거나 참여연대의 입장과 활동에 기본적으로 동조하는 전문가 집단이다.

    이들의 논의는 과연 얼마나 공정할 수 있을까? 일례로 제5부에 실린 세 편의 글은 우리 사회의 첨예한 논쟁들을 다루고 있다. 진보적 입장에서 해당 논쟁을 풀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계적 중립성을 확보한 글들은 아니다.

    그러나 필자들은 결코 상대 진영의 논리를 뒤틀어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 논리를 되도록 정당하게 소개한 뒤 이를 자기 입장에서 공정하게 비판하며 설득하고자 한다. 이런 방식은 중립성으로 위장된 편파성보다는 훨씬 정직한 태도라고 할 만하며, 그 자체로 공론의 장에 참여하는 시민이 함양해야 할 덕성이 무엇인지를 보여 준다.

    이 책의 기획자들이 “오늘날과 같은 진영 논리의 시대에 누구나 이의 없이 이 책의 주장에 공감하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독립적이고 이성적 사고를 하고자 애쓰는 많은 이들에게 필자들이 제시하는 문제 제기와 새로운 가치들이 그들의 사회적 상상력을 다소나마 자극”하기를 희망하는 것은 이 책의 내용이 파당적일 수 있으나, 동시에 건강한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에 따른 것이다. 책의 구성과 더불어 이 같은 서술 방식은 이 책을 ‘민주 시민을 위한 교과서’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이 책의 구성

    제1부에서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설 때 새롭게 펼쳐질 민주주의적 가치 지평을 보여 주는 네 편의 글을 실었다. 삶의 양식으로서 민주주의, 법과 정의의 문제, 공공성과 참여 민주주의, 자치와 연방주의에 대해 논의한다.

    평화를 주제로 한 제2부에서는 지구적 차원의 생태 위기 극복 방식의 하나인 생태 복지, 통일에 대한 구상보다는 분단에 대한 문제 제기를 더욱 명확히 하는 ‘새로운 통일론’(탈-통일론), 역내 국가들의 상호 신뢰에 기반을 둔 다자 안보 협력,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문제 제기조차 되지 않은 탈핵 문제를 다룬다.

    차이와 공존을 다루는 제3부에서는 성· 지역· 입장· 민족· 권위 등에 갇혀 있는 우리 사회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회경제적 변화들을 고려할 때 지금 같은 폐쇄성을 더는 유지할 수 없다는 인식 아래 다양성, 성 평등, 소통, 세계시민을 주제로 한 글들을 실었다.

    경제민주주의가 주제인 제4부에는 ‘좋은 삶’의 입장에서 옹호되는 경제민주화, 시장경제에 대한 사회적 통제력을 강화한 대안 경제로서 사회적 경제, 사회경제적 삶의 문제와 관련해 개인과 국가권력이라는 양자를 매개할 중간 영역으로서 자주 복지와 그 구체적 사례인 노동금고를 다룬 글들이 수록되었다.

    마지막으로 제5부에서는 시장과 공공성 간의 관계,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 복지국가의 재원 마련을 둘러싼 논쟁 등 우리 사회의 첨예한 갈등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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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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