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 기관사 또 자살…8번째
        2014년 09월 19일 03: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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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도시철도공사 기관사가 수면장애와 우울증을 호소하다가 18일 새벽 자택에서 목숨을 끊었다. 2003년 이후 벌써 8번이나 기관사가 비슷한 이유로 자살해, 서울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기관사 처우 개선 대책 이행이 시급해 보인다.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대공원승무사업소에서 근무했던 기관사 송씨(7호선 전동차 운영)는 수면장애와 우울증을 호소, 수면제를 처방받아 복용 중이었으며 우울증세가 갈수록 악화돼 치료받을 병원을 찾던 중 자택 지하주차장에서 전깃줄에 목을 매 자살했다.

    송 씨가 근무했던 대공원승무사업소는 작년 10월 정모 기관사의 자살사고가 있었던 곳으로, 불과 1년도 안돼 참사가 벌어졌다. 도시철도공사 기관사가 공황장애나 수면장애, 우울증 등 신경정신질환으로 자살한 사고는 2003년 이후 8번째이고, 2012년 이후 2년여 사이에 4번째다.

    2년 만에 4명의 기관사가 신경정신질환을 호소하며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데에는, 도시철도공사 음성직 전 사장과 이희순 운영본부장 등의 ‘폭압적으로 노무관리’ 때문이라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과 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 서울지하철노동조합(이하 노동조합)은 지적한다.

    실제로 이 운영본부장을 필두로 일부 관리자들은 기관사들을 A,B,C로 나눠 친노조, 친사측 등으로 분류했고, 심하게는 진보, 보수 등 정치적 성향별로 분류해 개별적으로 관리해왔다.

    2009년까지 기관사들을 성향별로 관리했다는 사실을 담은 파일 6개가 서울시 특별감사에서 발각돼, 서울시에서 형사고발했으나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 운영본부장은 현재까지도 도시철도공사에 근무하면서 병폐적인 조직문화를 생산하고 있다.

    기관사를 성향별로 분류하면서 개별 관리하면서 계파를 생산시키고, 생산해 친밀도가 높은 기관사들 사이에 분열이 발생했다. 극단적 선택을 한 기관사들이 자살한 이유에는, 조직문화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일정 부분 작용했다는 것이 노동조합 측의 주장이다.

    더 큰 문제는 기관사 1명이 혼자서 긴 시간 어두운 지하터널 안에서 기관차를 운영해야 하는 열악한 근무환경이다. 이로 인해 기관사들에게 엄청난 외로움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이나 수면장애, 공황장애 등을 겪게 된다.

    이에 서울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시로 △지하철 근무자 정신건강 증진과 질환 예방 △안전보건체계 및 건강증진 △도시철도 안전운행을 위한 승무방식 선택 시 고려해야 할 가이드라인 △서울시 지하철 근무자 일반적 근무형태 개선 △지하철 승무노동자 교번제로 인한 건강문제 해결 △서울시 지하철 근로자의 작업환경 개선 △지하철근무자 조직문화 개선을 골자로 한 최적근무위원회 권고안을 만들었으나, 이 권고안은 비용과 효율을 중시하는 ‘시정 주요분야 컨설팅 (맥킨지 보고서)’와 충돌하면서 표류하고 있다. 즉 세워 놓은 대책은 많은데, 단 하나도 이행하고 있지 않다는 거다.

    서울시가 ‘비용과 효율’을 운운하며 미적거리고 있는 사이에 또 한 명의 기관사가 목숨을 끊은 거다.

    도철 자살

    민주노총과 도철,서울지하철노조 기자회견(사진=유하라)

    이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과 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 서울지하철노동조합은 19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인 승무 도입’과 ‘폭압적 노무관리 개선’ 등 표류하고 있는 기관사 처우 개선 종합대책 이행을 촉구, ‘보여주기 식’으로 대책만 세워놓고 이행은 하지 않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전면 비판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공공운수노조연맹 이상무 위원장은 “서울시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것을 비용으로 환산하기 때문에 근본대책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땅굴에서 그 과중한 업무를 받는 스트레스가 지금 당장은 건강한지 몰라도 언제라도 똑같은 질병은 유발할 수 있는 근로조건이라는 것도 안다”며 “간부가 악의적으로 조합원을 핍박해서 이뤄지는 정신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관리자 인사조치 할 것을 요구했으나 어느 것은 돈 때문에 어느 것은 인맥 때문에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기관사 참사를 수수방관하는 서울시에 책임을 물었다.

    공공운수노조연맹 고동환 서울지역본부장은 “어떻게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도록 방치할 수 있나. 박원순 시장이 1차적인 책임자”라고 비판하며 기관사를 성향별로 분류해 개별 관리하며 각종 파벌을 형성, 조직 갈등을 유발시킨 이 운영본부장의 해임을 촉구했다.

    기관사 송씨의 자살로 노동조합은 박 시장과 면담을 추진, 이번 주 주말에 만나 표류하고 있는 대책안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할 예정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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