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현대차 불법파견 맞다"
        2014년 09월 19일 09:36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몸 건강은 괘얀나?”​

    “문제 없심더. 위원장님, 울산 내려가면 막걸리 한 잔 찐하게 사주소”

    “야, 인자 너도 정규직인데, 왜 내가 사냐. 니가 한 잔 사야지”

    “아이고 와 이라십니까. 나는 아직 해고자 아닙니까”

    “그렇게 되나. 알았다. 얼릉 단식 끝내고 울산 오너라. 그 까짓 술이야 못 사겠냐. 몸 잘챙기고 얼릉 와라”

    ​박현제는 8일째 단식중인 사람의 티는 전혀 없었다. 목소리도 컸고, 밝았고, 우렁찼다.

    현대차 판결

    법원 선고 이후 울음을 터뜨리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사진=미디어오늘)

    박현제, 내가 현대자동차노동조합 위원장 시절, 2006년 경부터 만났던 비정규직 노동자, 현대차 울산비정규직노동조합 위원장과 지회장을 맡았고, 감옥과 수배와 해고를 달고 살았던, 그리고 최근 딸 가은이를 울산에 남겨두고 서울 서초동 법원 앞에서 밤이슬을 맞으며 노숙 단식농성 중이다.

    오늘, 2010년 11월, 소송을 제기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934명에 대해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는 불법적으로 파견된 노동자다. 따라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는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가 맞다”라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정말 고생 많았다. 그리고 오늘 판결에 대해 무한히 축하를 드리고싶다.

    단식중인 박현제, 김응효, 이진환, 또 김성욱 지회장, 그리고 2002년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만들고부터 지금까지 혹독한 탄압과 차별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며 투쟁해온 모든 비정규직 동지들, 그리고 연대한 모든 사람들에게.

    18일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994명이 현대차 등을 상대로 “하청업체 소속이 아니라 현대차 소속 노동자임을 확인해 달라”며 낸 2건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41부(정찬근 부장판사)는​ 18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원고 994명 가운데 최근 정규직이 됐거나 소송을 취하한 사람을 뺀 사내하청 노동자 934명 전원을 “현대자동차 정규직 지위가 인정된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최근 지난달 18일 현대차 사측과 현대차지부, 전주-아산 비정규직 지회간에 특별교섭 잠정합의 이후, 소 취하서를 제출한 181명은 아직 현대차 쪽 의사를 확인하지 못해 선고 자체가 미뤄진 상태다.

    판결 내용은 원고들의 근로조건에 따라 약간씩 결이 다르다. 재판부는 옛 파견근로자보호법상 고용간주 조항에 근거해 소송을 제기한 925명 가운데 865명은 ‘이미 현대차 소속’이라고 판시했다. 원고 중 20명은 소송을 취하했고, 40명은 이미 신규채용된 상태라 자연스레 청구가 기각됐기 때문에 결국 이날 선고 대상 전원이 현대차 소속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재판부는 현대차가 이들에게 밀린 정규직 임금에 해당하는 547억 4696만여 원 가운데 214억 4882만여 원을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 기사 일부인용)

    ​1천명에 이르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 노동자다”는 판결과 “정규직 노동자가 맞다”는 판결, 그리고 “그동안 정규직으로 받아야 할 임금 중 회사가 제대로 계산해서 지급하지 않았던 체불임금까지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동안, 현대자동차 회사측은 오늘 서초동 법원 앞의 풍경이 가장 두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8월 18일 수백명의 용역 경비대들까지 울산공장에 상주시키면서, 금속노조와 울산비정규직지회가 빠진 상태에서 다급하게 불법파견 특별교섭 합의서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정규직으로 입사한 비정규직 소송당사자와 신규채용에 응시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소송 포기하면 몇 년치 호봉을 더 올려준다”는 미끼를 던지면서 반 강제적으로 ‘소송포기서’를 받았고, 이를 급하게 법원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러한 회사 측의 노력, 8.18특별교섭 합의서는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의 법원 재판을 딱 1개월 뒤로 미루는 성과밖에 없었다. 그것 뿐이었다.

    ​이제 현대자동차 회사측은 어떻게 할 것인가?

    “대법원 판결은 최병승 개인의 판결이다” 이따위 소리를 더이상 내뱉지는 못할 것이다. 한 두명도 아니고, 1천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이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는데, 현대차가 또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고등법원에 항소를 하고, 그래서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항소심 재판을 질질 끌고 갈 것인가?

    이럴 경우 소송 비용과 1심 판결 후 230억원이 넘는 체불임금 지급 지연에 따른 법정 이자비용 20%까지 천문학적인 돈을 여기다가 쏟아부을 것인가? 소송으로 시간을 끌면서 8월 18일 특별교섭 합의서를 내세워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소송 포기”를 강요하면서, 엄청난 변호사 비용을 투입해서 재판부 로비에 매달릴 것인가?

    “정규직 노동자가 맞다”는 법원 판결까지 받아놓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최종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려라”고 버티며 그들과의 피터지는 전쟁을 계속해 나갈 것인가?

    이제 회사가 결단을 해야 한다. 정말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법을 실행하자.

    “세계 5위 자동차기업, 대한민국 2위 기업, 현대자동차가 수천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불법적으로 사용해서 차를 만들고 있다”는 치욕에서 벗어나 법원의 판결에 따라 불법적인 비정규직 노동자 사용에 대해 사죄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법원 결정에 따라 당장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로 전환하자.

    그리고 입사 후 2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정규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을 지급함으로서 그동안 체불된 임금을 정상적으로 정산해서 그들에게 돌려주자.

    그리고 현대자동차 인력운영에 대한 전면적인 시스템을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서 새롭게 만들자.

    ​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 노동자가 맞다”라는 판결까지 받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전처럼 스스로의 권리마저 발로 걷어차고, 현대자동차 회사측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처분만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현대자동차지부도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 1천여명이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마당에 이들을 방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과 유사한 조건의 비정규직 수천명에 대해서 법원 판결을 바팅으로 “불법파견 중단과 정규직 전환” 방안을 모색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특히, 법원의 이러한 판결이 내려졌는대도 불구하고 지난 8월 18일 합의서에 따라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법적 권리를 포기하면 호봉 몇 호봉 더 올려준다는 미끼로 “소송포기서”를 현대차지부가 관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2010년, 2012년, 금속노조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몽구 회장과 윤여철 부회장 등에 대해 파견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한 사건이 지금 고용노동부 울산지청과 울산지방검찰에 맡겨져 있다.

    이제 대한민국 법원에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은 불법파견이 맞다”라고 판결까지 내렸으니 지체없이 수사를 진행해서 범법자들을 엄중하게 사법처리해야 한다.

    우리는 똑똑히 지켜 볼 것이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대한민국 공화국이 맞는지?”

    2002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가 결성된 지 12년, 12년을 끌어온 현대자동차 사내비정규직 문제, 불법파견 문제, 이번 법원의 집단소송 판결을 계기로 올바르게 매듭을 짖자.

    2010년 11월, 내가 금속노조 위원장 시절, 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 집단 간담회를 실시하고, 조직하고, 집단소송에 참여할 비정규직 노동자를 모집하고, 금속노조(대표자 박유기) 이름으로 소송장을 법원에 제출했는데, 4년이 다 지난 오늘에야 “승소 판결” 소식을 듣는구나.

    ​참으로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현제가 내려오면 그때는 술을 마셔야겠다.

    필자소개
    전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