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정치의 미래,
    서울만 쳐다보고 있을 수는 없다”
        2014년 09월 16일 05: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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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정치 노동정치의 통일 재편을 촉구하는 노동정치연대 양경규, 하부영 공동대표의 기고 글에 이어 이번에는 현장노동자회 의장인 박유기 전 현대차노조 위원장의 기고 글을 싣는다. 이후에도 노동정치와 진보정치의 재건을 위한 노동현장의 목소리들을 이어갈 예정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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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고, 전국현장노동자회(현노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 2014년 상반기 현노회는 두 차례에 걸쳐서 서울, 인천, 대전충남, 광주전남, 경남, 부산, 울산, 경북지역을 순회하면서 전국회원 토론회를 실시했다.

    우리의 이러한 노력은 침체에 빠져있는 산별노조 운동과 노동정치 운동에 대한 진단과 현장조직 활동의 진단, 그리고 노조운동과 노동정치운동의 전망에 대한 길을 찾기 위함이다.

    이제 12월까지 3차 전국순회 토론을 진행할 시점인데, 3차 토론의 핵심 주제는 “산별노조 운동과 남한 노동운동 그리고 노동정치사업 방향”이다.

    현노회 회원들 중에 노동당 당원도 있고, 정의당 당원도 있고, 정당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회원들도 있다. 상반기 지역 토론회를 진행하다보면 꼭 “노동‧정치‧연대에서 추진하고 있는 진보정치 통일-재편과 노동중심의 정당추진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나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 마다 “지금 진보혁신회의 준비모임에서 진보정치의 통일과 재편을 통한 새로운 노동중심의 대중정당 건설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답변을 해왔다.

    지역마다 조금씩 진보정치 지형이 다르지만 노동당, 정의당에 가입된 회원들은 노동‧정치‧연대 회원으로 2중 가입된 문제가 늘 지적되었다.

    그때마다 나는 “각 지역에서 노동중심의 노동정치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노동‧정치‧연대 회원으로 가입해 달라. 그리고 노동당, 정의당 당원의 경우 탈당을 하지 말고 당분간 2중 멤버십으로 활동해 달라. 어차피 노동‧정치‧연대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보정치의 재편과 통합을 통해 노동중심의 새로운 정당이 만들어지면 그때 우리 모두 한 정당 당원으로 정리 될 것이다. 그때까지 탈당은 하지마라”라며 당부를 드렸다.

    노동운동

    그러나 최근에 와서 “의장님, 진보혁신회의(준) 그거 제대로 되겠습니까? 이야기 들어보니 상층부는 저그끼리 문단속하고, 자기 당 깃발만 지키느라 재편이니, 통합이니, 새로운 노동중심의 대중정당 건설에는 관심도 없다메요”라는 비난 같은 항의를 받고 있다.

    실제, 노동‧정치‧연대 회의나 진보혁신회의(준) 회의 결과들을 지켜보면, 우리 회원들의 지적에 “아닙니다”라고 답하기가 민망한 지경에 빠져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노동‧정치‧연대 출발 당시 현노회는 조직 내부적인 회의를 통해서 공식적으로 참여를 해왔다. 그런데 노동‧정치‧연대에서 제안하여 출발한 진보혁신회의(준)이 함께 모였던 초기 취지인 “진보정치의 통일과 재편, 그리고 새로운 노동중심의 대중정당 건설”사업을 포기해 버린다면 우리는 조직의 노동정치 사업에 대한 새로운 모색에 들어가야 한다.

    6.4지자체 선거에서 진보정치(노동정치)는 국민들로부터, 심지어 조직된 노동자들로 부터도

    철저하게 외면을 당했다. 7.30보궐선거에서는 진보정당이 있기나 한 것인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노동자들이 몸담고 있는 노동현장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조합원들 앞에 노동정치 이야기를 꺼내기도 쪽 팔린다”는 활동가들이 넘쳐나고 있다.

    2014년 9월, 노동운동의 메카, 노동정치의 메카라고 불렸던 울산지역에서 진보정당의 구청장 한 명 없고, 심지어 시의원 한 명도 없는, 그야말로 새누리당 일당 천국이 되었다.

    심지어 최근, 안행부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윤종오 전 북구청장, 이재현, 김진영 전 시의원의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회사 복직에 대해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노동자들의 정치 진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 덤비고 있는 실정이다.

    내가 몸 담고 있는 노동현장, 그리고 울산지역의 진보정치, 노동정치의 현실은 이 지경에 빠져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노동자들이 언제까지 “저 당은 이래서 안 되고, 저 인간은 이래서 안 되고, 이 제안의 의도는 뭐고…”라는 지리한 말의 성찬, 서울 중앙판에서 벌어지는 진보정치 ‘논쟁’를 쳐다만 보고 있어야 하는가? 그게 맞는 걸까?

    “박 동지, 이대로 주저앉으면 울산지역의 노동정치는 쫄딱 망합니다. 자기들이 진보정치 간판이라고 어깨 힘 들어간 잘난 인간들은 저그들끼리 중앙에서 논쟁을 하던, 싸움을 하던, 이제 관심을 끊읍시다. 노동조합 현장과 지역의 진보정치를 어떻게 되살릴 것인지, 고민하고 힘을 모아야 합니다. 당적을 떠나서 노동자들이 먼저 모여서 어떻게 할 것인지, 길을 찾아봐야 하는거 아닙니까? 일선에 서있는 박 동지가 좀 나서야지요”

    통합진보당 당원이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정치사업에 관심을 끊고 계시던 어느 선배님이 “술 한잔 하자”고해서 달포 전에 만났더니 진지하게 던지신 말씀이다.

    분열과 갈등과 불신이 차고 넘쳐서 노동자와 민중들로부터 외면 받는 기존의 진보정치 판을 뒤엎고, 진보정치의 통일과 재편을 통해서 노동중심의 대중적 진보정당을 만들어 실패한 노동정치를 되살려 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노동‧정치‧연대를 만드는 데 작은 힘을 보탰다.

    노동운동 내부의 분열과 갈등이 진보정치의 분열과 갈등에 기여하였고, 반대로 진보정치의 분열과 갈등이 노동현장의 분열과 갈등을 심화시켜왔다고 본다. 따라서 노동운동 내부의 단결과 진보정치의 단결이 나에게는 절실하다.

    그런데 진보혁신회의(준)를 통한 사업이 너무 속도를 못 내고 있다. 어쩌면 진보혁신회의(준)는 여기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노동정치의 통일과 재편, 그리고 노동중심의 새로운 진보정당 추진 사업이 좌초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있다. 내일 진보혁신회의(준) 회의가 있다던데 말의 성찬으로 지지부진 할 것인지, 한번 해보기로 했다고 회의 결과가 한 줄로 정리되어 내려올지 봐야 알 일이지만.

    설사 좌초된다고 노동정치, 진보정치를 포기할 수야 없지 않겠나. 그래서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다. 기존 진보정당의 통일과 재편을 포기한다면 노동현장과 지역을 중심으로 노동진영부터 기존 당을 떠나서 새로운 노동정치의 대오를 추동하는 길 밖에 달리 길이 있겠는가?

    필자소개
    노동‧정치‧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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