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사고 지정취소의 7가지 오해
        2014년 09월 16일 05:16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진보성향의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가 서울시 교육감에 취임하면서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자사고) 지정취소라는 개혁의 칼날을 들었지만 자사고 측의 반발과 교육부의 어깃장으로 갈 길이 멀다.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사고 폐지에 대한 서울시민 의견은 60% 이상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일부 네티즌들이 자사고 지정취소와 관련해 잘못된 정보를 흘리면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미혼이거나 자녀가 없거나, 또는 자녀가 아직 어린 경우 등의 이유로 일반 시민들의 관심도 적어지면서 일방적이고 잘못된 정보가 흘러넘치고 있다. 그래서 자사고 지정취소에 대한 7가지 오해에 대해 정리해봤다.

    1. 자기 아들은 외고 보냈으면, 자사고는 왜 취소?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 논란 기사마다 일부 네티즌들은 ‘자기 아들은 외고 보내고, 자사고는 폐지하냐’면서 조 교육감의 교육철학이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자사고와 외고는 전혀 다른 형태의 고등학교이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고등학교는 일반고, 특수목적고, 특성화고, 자율고로 구분되며 그중 자율고는 다시 자율형 사립고와 자율형 공립고가 있다. 여기서 자율형 사립고를 ‘자사고’라고 부른다.

    외국어고등학교는 예술고등학교, 과학고등학교 등과 같이 특수목적고등학교에 해당되며 해당 분야에 소질이 있는 학생을 선발해 특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고등학교를 의미한다.

    따라서 자사고를 외고와 비교하는 건 고등학교의 구분 체계를 이해하지 못한 무지에서 발생한 것이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를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평가에 미달한 자사고의 지정고시를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2. 공부 잘하는 애들끼리 공부시키는 게 왜 잘못?

    자사고는 교육청으로부터 교직원의 인건비나 학교 운영비 등을 지급받지 않는 대신에 법인 전입금 기준 등 일정한 기준을 충족되면, 교육감이 자사고로 지정고시한다.

    문제는 자사고가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학생들의 수업료를 대학등록금과 맞먹는 수준으로 받는다는 것이다. 일반고의 경우 학생 1인당 약 150~160만원이 들지만, 자사고는 적게는 6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 이상이 들어 ‘귀족학교’라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뿐만 아니라 학생 선발과정 역시 투명하지 않다. 당초 자사고는 중학교 내신 성적 50% 이내 학생을 대상으로 추첨 선발하는 전형이었지만, 2015년부터는 성적 제한 없이 1.5배수를 추첨 선정 후 면접에 의해 최종 선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국제중학교 논란을 상기시켜보면, 이러한 선발과정이 왜 문제가 되는지 알 수 있다 . (관련기사 링크)

    서울의 경우 27개 자사고 중 지난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1개교가 지정취소되어 현재 25개 자사고가 운영 중이다.

    3. 자사고 지정취소, 학교가 없어지는 거 아닌가?

    대부분의 오해는 자사고 지정취소를 ‘폐지’라는 단어로 잘못 사용하면서 나타났다. 그러나 애초 자사고는 이미 존재하는 사립고 중에 일정한 요건을 갖춘 학교를 교육감이 자사고로 지정한 것이다.

    즉 지정취소가 되면 원래의 일반고나 외고 등으로 바뀌는 것이지 학교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폐지’보다는 ‘지정 취소’라는 말로 혼동을 줄일 수 있다.

    조희연-자사고

    4. 14개 중 8개 자사고 무작정 지정취소?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9월 4일 자사고 운영성과 종합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14개 자사고(운영 5년차 학교) 중 기준점수 미달인 학교는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우신고, 이대부고, 중앙고로 총 8개교로 향후 청문 및 교육부와의 협의를 거쳐 10월에 지정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이 평가는 사실 지난 6월 문용린 전 교육감 재직 시 기존 교육부가 정한 표준안을 바탕으로 진행된 바 있지만, 자사고 재지정 또는 지정취소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워 다시 평가하게 됐다는 것이 조희연 교육감 측 입장이다.

    예컨대 당시 평가에서는 최저점에 해당하는 ‘매우 미흡’ 평가를 받은 학교가 기본 점수를 받는다거나, 직권 취소 요건에 해당하는 감사 지적 사항에 평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거 하는 등 ‘부실 평가’였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에 따르면 지정취소 대상 8개 학교의 평균 점수는 64.55점이었고, 가장 높은 곳은 신일고로 68.7점, 가장 낮은 곳은 세화고로 58.4점이다. 그외 중앙고 65.4점, 배재고 65.2점, 경희고 64.7점, 이대부고 64.6점, 우신고 63.3점이다.

    반면 하나고는 94.1점으로 최고의 점수를 받았고 이어 한가람고 84.4점, 이화여고 75.8점 순이었고, 중동고와 한대부고는 각각 71.5점, 70.9점으로 기준점수를 간신히 넘겼다.

    평가의 핵심에 대해 종합평가단장을 맡은 성기선 가톨릭대 교육학 교수는 “통과 여부를 가른 가장 결정적인 변수를 찾으라면 교육과정 부분”이라며 “고교 다양화의 취지가 교육과정의 수평적 다양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교육과정 선택과목의 폭이 일반고보다 좁거나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으로 이뤄진 곳에서 뚜렷한 점수차가 났다”고 설명한 바 있다.

    즉 무조건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으로 이루어진 곳은 종전 평가 때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자사고라 할지라도 좋은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면 하나고와 같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5. 평가가 공정하지 않았다?

    전국자사고연합회 측은 서울시교육청 평가 결과에 대해 “인위적, 고의적으로 명문사학을 꿰맞추기식으로 지정취소했다”고 반발했다. 이번에 추가된 ‘교육청 재량평가’ 부분에서 점수 몰아주기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배점을 재배치한 학생, 학부모, 교원 등 학교 구성원 만족도 점수에서 하나고와 숭문고가 10점 만점에서 10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지만, 기준점수 미달 학교인 중앙고 역시 9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추가된 ‘자사고 설립 취지 인식정도’에서 하나고가 5점 만점을 받았지만 기준점수를 통과한 숭문고조차도 5점 만점에 0점을 받았다. ‘자부담 공교육비 적절성’에서는 압도적 1위인 하나고조차도 5점 만점에 0점이며, 오히려 기준점수 미달학교인 세화고, 중앙고가 3.75점으로 높았다.

    특히 이번에 지정취소 대상이 된 중앙고등학교는 조희연 교육감의 모교이다.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한가.

    6. 서울교육청의 지정 취소, 교육부가  반려하면 끝?

    교육부는 지난 5일 서울시교육청이 교육부 장관에게 요청한 8개 자사고에 대한 지정취소 협의 신청을 모두 반려했다. 특히 교육부는 평가 결과가 나오기도 3주 전인 8월 13일에 미리 반려할 것을 ‘예고’했다. 교육청이 보낸 서류 봉투를 뜯어보지도 않고 돌려보낸 것이다.

    교육부 측은 서울시교육청의 평가 항목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교육청이 추가로 개설한 평가 항목이 부적절한 항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초중등교육법상 자사고에 대한 지정취소, 평가에 대한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다. 하위 법령인 시행령에서는 지정취소에 대해서는 교육부와는 협의를 하게 되어있다.

    이 때문에 지난 15일 조희연 교육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법적 자문을 받은 결과 교육부에 반려 권한이 없다고 했다”며 “나중에 법적 다툼을 하게 되면 시행령이 모법에 반한다는 취지의 항변도 하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7. 자사고 지정 취소 학교, 학생들과 신입생은 어쩌나?

    조희연 교육감은 교육부의 협의요청 반려에도 불구하고 종합평가에 미달한 학교들에 대해 지정 취소를 강행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지정취소된 자사고 측과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 ‘2015년 신입생 선발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지정취소가 된 자사고일지라도 기존의 재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자사고로서의 지위와 역할은 그대로 유지되고, 입학 전형 변경은 2016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지정취소 되지 않은 자사고일지라도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선발의 경우 2016년부터는 면접을 없애고 전원 성적 제한 없이 추첨에 의한 선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이미 자사고에 우선 추첨 선발 기회가 주어지고 자사고 설립 목적에 찬동하는 학생들만 지원하므로 굳이 면접을 실시해야 할 이유가 없으며, 성적 우수 학생 등을 먼저 선점하는 것은 일반고에 상대적 박탈감을 주기 때문에 추첨 선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