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관계 전문가는
노사관계 '파탄' 전문가
    2014년 09월 15일 02: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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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늦은 저녁시간, 지난 9월 3일, 울산에서 개최되었던 “현대자동차 노사관계 변화”와 관련한 토론회 주 발제문(박태주 박사 작성)을 꼼곰하게 다시 읽어본다.

발제문 내용 중 현대차 노동조합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을 곱씹어 보면서, 이 문제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해서 빠른 시일 안에 울산지역 활동가들 내부토론회에 제출할 생각이다.

나는 박태주 박사가 이 글에서 지적한 현대자동차 회사측의 노무관리 ‘수준’에 대해 “현대자동차에선 노사관계 전문가가 없다”라는 지적에 주목하며 ‘정말 없을까?’라는 생각을 몇 번이고 했다.

불과 1년 몇 개월 전, 윤여철 부회장이 현대자동차 노무담당 부회장으로 재입성할 때 여러 언론 매체들이 그를 지칭해서 “현대자동차 노사관계 전문가”라는 칭송(?)을 쏟아냈는데, 전문가가 없다니?

​​현대차 노무관리 수준에 대한 박태주의 글, 일부를 옮겨본다.

『 … 필자는 현대차에선 노사관계 전문가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경우 전문가란 노사관계에 관한 해박한 지식이나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 인간관계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철학이랄까 시각을 말한다. 권위주의적인 데다 노조 거부 의식으로 팽팽하게 무장한 계급전사가 아니라 노조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친노(親勞)주의자’를 말한다(노동의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다). 현대차와 같은 재벌 대기업에서, 더욱이 노사관계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기업에서 노사관계 전문가가 없다는 것은 황당하기가 목장에 양이 없는 격이다. 27년의 노사관계에서 4년을 빼고 해마다 파업이 있었다면 사측의 노무능력(?)도 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그 이면에 바로 노사관계 전문가의 부재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느낌이다.

​더욱 중요하게는 노사관계의 변화는 회사 최고경영자의 노조관이 바뀌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최고 경영자의 노조관이 바뀌지 않았는데 노조인정형 전문가를 키울 수도 없다. 변화의 주체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변화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단기주의적인 경영이 일상화된 곳에서 성과를 참고 인내할 수 있는가도 의문이다. 현대차에서 최고경영자의 노조관이 바뀌지 않으면, 그리고 노사관계 전문가가 없다면 사측 주도의 선도적인 변화는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셀프개혁이 어렵다고 외부 충격에 기댈 처지도 못된다. 외부충격론은 수요의 급감을 전제로 한다. 그렇더라도 노사는 공동의 위기를 같이 대처하기 위해 손을 맞잡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 경험 자체가 없다보니 신뢰조차 없는 탓이다. 현대차는 노조의 약화된 힘을 배경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려 들 가능성이 더 크다. 98년 식으로 전투에선 이겨도 전쟁에선 지는 현상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외부 충격은 시장의 위기에서 비롯된다. 시장은 악마의 맷돌이다. 하늘과 땅을 맞붙여 갈아버리는, 그 속에서 자비를 구할 수는 없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외부의 충격이 가해지기 전에 외부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맞불을 놓자는 것이다.

그것은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그러면서 노사합의를 전제로 하는 변화일 것이다. 현안의 이슈를 노사가 공유하는 장기전망 하에서 공동으로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대차 노사관계에서 변화의 시발은 사측의 선도적ㆍ주도적인 노력에서 비롯돼야 한다. 그렇다면 현대차가 바뀔 가능성은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거의 없다.』

​나와 몇 동지들이 최근 현대자동차 노무관리의 본질, 노무관리 체계, 노무관리 전담인원 등에 관한 조사를 하는 중인데,(회사는 아주 구체적으로 만들어서 활용하고 있을 것인데, 그 자료를 넘겨받을 수단이 없어서ㅠㅠ) 그 중 울산공장 중심으로 작성된 노무관리 체계의 그림 하나를 여기 옮긴다. (컴퓨터 실력이 부족해서 한글파일로 만들어진 원본을 복사해서 옮기지 못하고 파일을 프린트로 출력해서 사진으로 찍어서 이곳에 옮긴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이다는 걸 절감한다)

 박유기1

위 그림을 보면, 현대자동차 그룹의 노무관리는 정몽구 회장 밑에 윤여철 부회장을 정점으로 본사에 정책기획팀과 정책개발팀을 두고, 그룹 노무관리와 현대차 노무관리를 총괄하는 구조다.

울산공장으로 내려오면 윤갑한 사장이 현대자동차 노사관계를 대표하는 사장으로서 단체교섭과 노사협의회 회사측 대표로 참여한다. 그러나 전주, 아산, 남양, 판매, 정비등의 인사와 노무관리는 윤갑한 사장의 통제를 받는 것은 아닌 걸로 보인다.(각 공장 및 부문의 노무생산 총괄은 윤여철 부회장)

울산공장은 윤갑한 사장을 중심으로 문정훈(전무) 지원사업부장이 지원사업부 내 노사협력실(3명)을 두고, 그 밑에 노사협력팀(11명), 노사기획팀(16명)을 지휘하고, 각 공장별, 부문별로 생산지원팀(또는 담당자들)을 두고 노무관리를 전담하는 구조다. 위 그림에서 표기된 각 팀의 인원수는 최근 현대자동차 사내 인터라넷인 오토웨이​를 통해서 확인한 수치라 일부 변동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공장에서 노동조합, 노무관리만 전담으로하는 회사측 ‘전임자’가 276명(사장 포함)이나 된다.(각 부서(팀)별 지원과를 별도로 두고, 그 과에서도 노무관리 일부를 담당하는 담당자가 있음)

​한때, “노동조합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가 불거졌을때 “현대자동차에서 차를 만드는 데 직접적인 관여를 하지않고, 출근해서 노동조합, 노무관리만 전담하는 회사측 ‘노무관리 전임자’ 임금도 똑같이 금지시켜라”라는 농담같은 조소가 있었고, “현대자동차에서 노동조합이 없어지면(강성노조가 없어지면) 보따리 사서 집으로 쫒겨날 사람(노무관리 전담인원)들 수백명이 넘을 꺼다”라는 이야기가 떠도는 것도 농담만은 아니다.

​이렇게 많은 인력들이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을 관리(없애기 위해, 투쟁력을 죽이기 위해)하고 있는데, “노사관계 전문가가 없다니?” 헐~ 이다.

2014년 9월, 재벌언론들이 입이 마르도록 “현대자동차 노사관계 전문가”라는 윤여철 부회장의 활약(?)은 어떤가? 그는 수 많은 어록을 남겼는데, 그 수준은 동네 뒷골목 양아치 수준을 넘나든다.

​”이번 만큼은 생명을 건다는 심정으로 (노조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다. 파업에 밀려 노조 요구를 수용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 나는 이미 죽었다가 다시 산 사람이다. 지금 죽어도 호상이다…..죽는다는 각오로 (노조에) 대처할 각오가 돼 있다” (2013.08.20 매일경제 윤여철 인터뷰)

​”무분규 미련 없다…. 고소고발 및 손배철회, 해고자 복직은 절대로 없다…. (나는) 회사에 더 다니고 싶은 미련 없다…. 전주 전체 관리자 중 쓸모 있는 사람 20%도 안된다….. 통상임금은 때려 죽여도 절대로 안된다.”(2014년 5월 30일 노무관리자 워크샵 강연 중)

​”기아차 단협상 통상임금 부분이 우리보다 유리하다고 말한다. 그래도 때려 죽여도 안된다. 계열사에 현대차보다 나서지 말라고 했다. 기아차가 뒷통수 치면 교섭중이라도 죽여 버린다”(2014년 6월, 반우회 간부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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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 노무관리 총책인 윤여철의 지시(?)에 따라서 2014년 현대자동차그룹의 임금 및 단체교섭이 추석을 넘겼지만 타결 사업장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다이모스 한 곳뿐이다.

윤여철은 “현대자동차 통상임금은 죽어도 못들어준다. 현대차보다 먼저 통상임금 들어주는 놈은 교섭중이라도 죽여버린다”고 내질렀다. 아직까지 윤여철부 회장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바 없으니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 통상임금 문제(단체교섭)가 대부분의 사업장이 해결하지 못하고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현대자동차 회사측은 윤여철 부회장의 지시를 받아(?) 교섭장에서 “죽어도 못들어준다. 부품사가 다 망한다. 15일 미만자 지급금지가 있다. 계열사가 망한다. 자본가들의 역적이 될 수 없다. 2015년 3월 31일까지 노사가 합의하자”는 등 해괴한 논리로 버티고만 있을 뿐이다.

이미 삼성전자, LG전자, 한국GM, 쌍용자동차, 만도기계, 한라공조, 콘티낸탈등 재벌사와 동종사, 부품사까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켰고, 이웃한 현대중공업마저 회사가 “상여금 700%를 통상임금에 포함하겠다”는 제시안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자동차 그룹만 똥고집을 부리고 있는 셈이다.

​내가 주목하는 한 가지, 최근 현대자동차 계열사인 다이모스가 임단협을 마무리했다는 것인데, 이 회사에서 합의된 통상임금 문제를 보면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사(기아자동차 중심) 합의에 따른다”라고 정리했다고 전해진다.

이것은 뭘 말하는가? 기아자동차 상여금 지급 방식은 법적으로 하등의 문제(소위 현대차 윤씨들이 신주 모시듯 떠받드는 “15일 미만자 지급제외” 같은)가 없다. 따라서 기아자동차는 법적 소송에 가도 무조건 노동자들이 이기게 된다. 그러니 기아자동차는 당연히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현대자동차지부가 통상임금을 포기하지 않고 추석을 넘기면서까지 완강하게 통상임금 문제를 물고 늘어지자 현대자동차 그룹에서는 계열사들을 이런 방식(당연히 지급할 기아차 합의에 따른다)으로 타결시켜 공동투쟁 전선에서 이탈시키려는 수작을 부리는 걸로 보인다.

또한, 현대자동차그룹 내 사업장의 상여금 지급 제도를 살펴보면, 기아자동차, 현대제철 등 회사가 주장하는 ‘고정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업장이 있고, 일부 시비꺼리가 있는 사업장들이 존재하는데, 윤여철 부회장은 아예 현대자동차의 통상임금 확대 요구를 교묘하게 2015년 이후로 연기시키면서 법적으로도 당연히 받아야 할 사업장들까지 싸잡아서 통상임금 확대 문제를 2015년 이후로 미뤄버릴려는 수작은 아닌지? 심도있게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상식을 가진 머리로 생각을 해보라.

재벌사인 삼성전자, LG전자, 동종사인 한국GM, 쌍용자동차, 부품사인 만도기계, 한라공조, 콘티낸탈, 울산지역 이웃기업인 현대중공업까지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포함시켰는데, – 물론 통상임금 확대와 기존수당 삭감안을 바꿔버린 잘못된 합의가 존재하지만 – 현대자동차만 통상임금 확대를 안하고 계속 버틸 수 있겠는가.

과연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윤여철 부회장이 생각하고 있다면 그는 “이것 봐라.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지부), 노동자들은 다른 사업장에서 다 따낸 상여금 통상임금 포함하는 것도 못따내는 등신이거나 쪼다들이다”라고 현대자동차지부에게 전국적인 망신을 줘보겠다는 심보가 아니고 무엇인가? 아니면, “내가 이정도로 해냈다”라는 전과를 남기려는 것인가?

​우리는 현대자동차에서 정몽구 회장이 신임(?)하는 윤여철 부회장과 이런 사람들의 노무관리를 받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자기의 권력을 지키기위해 노동조합을 이용하는 노사관계 파탄에 “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노사관계 전문가”라고 부르지는 않는 것이다.​

필자소개
박유기
전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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