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뱃값 인상과 청소년, 마약
    [프로파일러의 범죄이야기] 군대가 담배 배급했던 이유
        2014년 09월 12일 10:5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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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연정책은 포괄적인 사회적 긴장 완화정책의 하위 범주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담배에서 마약으로 급격히 수요가 확대될 것이다. (풍선효과)

    9월 11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가장 효과적인 금연정책은 담뱃값 인상”이라며 2500원인 담뱃값을 4500원 수준으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담뱃값 인상에 대한 비판이 여러 부분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비판은 국민건강이라는 가면을 쓴 증세정책이라는 것이다. 즉 ‘증세 불가’라는 대선공약을 지키기 위해 우회적인 편법으로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담배에 붙는 세금을 올리는 것이지만 이런 ‘증세’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담뱃값 인상’이라고 표현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어차피 간접세일지라도 올리는 것은 명백히 증세이고 간접세의 특징과 담배라는 두 가지가 결합하여 결국 담뱃세 인상은 그 자체로 양극화의 심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는 여러 가지 통계 수치를 들이대며 담뱃값 인상만이 유일한 금연정책이라고 호도하고 있지만 그에 상반되는 연구결과도 존재하며 범죄정책을 포함한 사회 전체적인 측면에서 보면 본질적인 면이 빠진 매우 어리석은 생각이다.

    담배를 왜 피우는가? 혹자는 기호품으로 소비한다고 한다. 물론 태생적으로 담배라는 것이 기호품인 것은 맞다. 그러나 하나의 상품이 특정한 필요에 따라 사회적으로 그 기능이 바뀌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다.

    필자가 군대를 다녀온 8~90년대까지 군인들에게 담배를 배급했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기호품으로? No, 그것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첫 번째로는 군대라는 매우 폭력적이고 긴장된 환경에서 오는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함이었다. 이보다 싸게 먹히는 것은 없으니까? 긴장 완화 약물로서 담배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같이 ‘담배 한 까치’ 빨아대는 남성들만의 문화와 함께 거꾸로 가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는 식으로 버텨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두 번째 목적은, 담배 소비자이자 세금납부자를 양산하는 것이다. 주지하듯이 담배에 중독되면 결국 사회에 나가서도 담배를 피울 것이므로 더 많은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불문가지의 일이었다.

    이 두 가지 목적은, 폭력적으로 국가가 노동을 강제로 통제하는 방식인 한국의 자본주의화에 맥락적으로 적합한 역할을 했다. 그것이 한국에서의 담배의 의미인 것이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세계 최고의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고 있지만, 그에 비해 대부분은 저임금, 불안정한 고용상태, 불량한 주거환경, 불안한 미래 등에 시달리고 있다. OECD 자살율 1~2위라는 불명예가 다른 곳에서 왔겠는가? 그래서 이처럼 강한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해서 한국의 노동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흡연율 43.7%와 가공할만한 폭음문화로 버티고 있다.

    담배는 국가가 권장해왔던 합법적인 마약이다. 이 마약 성분의 주 기능은 스트레스에 대한 일시적인 이완기능이다. 즉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정신적 육체적 긴장을 이완시켜주면서 비용 부담이 비교적 적은 약물인 것이다. 한국의 국가 주도 자본주의 드라이브가 만들어낸 것이 지금의 흡연율이자 음주문화인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 값 싼 약물마저 비싸게 팔려고 하고 있다. 사회가 만들어낸 스트레스가 더 강화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이것마저 가격을 올린다면, 달리 스트레스를 낮춰줄 수단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 그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방법은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결국 비싸더라도 소비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세금을 더 내게 되므로, 결국 실질임금의 하락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더 가난해진다는 의미이다.

    다른 하나는 비싼 담배를 대신할 다른 대체약물을 찾을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도 환각 성분이 있는 감기약의 일부를 환각 용도로 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거기다가 외국에서 유입되는 질 낮은 유사 마약이 담배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이전에는 이른바 ‘비행 청소년들’이 본드나 부탄가스를 이용했지만 지금은 그것들을 대체할 다양한 약물들이 늘어나고 있다.

    결국 청소년 흡연율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그에 비례해서 더 많은 약물 중독자가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같은 맥락에서 질 낮은 중국산 담배가 대량으로 밀수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본질적으로 청소년 흡연이 폭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12~15살짜리 여중생이 어두운 화장실과 골목에서 담배를 꼬나무는 이유가 무엇인가? 공교육의 붕괴, 희망을 주지 못하는 학교, 가족의 역할 부재 등으로 인해 우리 청소년들이 희망과 친구가 되지 못하고 담배와 친구가 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그런데 이제 담배 피우는 아이가 마약 하는 아이가 된다는 것을 생각하니 참으로 암담하다.

    그리고 우리가 명확히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청소년 흡연율의 추이를 보면 점차 연령대가 낮아진다고 한다. 이전에는 주 소비층이 남자 고교생이었으나 여자고교생을 지나 남자 중학생으로 내려왔다가 지금은 여자중학생의 비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이런 추이만 봐도 담배 흡연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환경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기 이전에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필자가 아는 여자 경찰관이 하나 있다. 그 여자 경찰관은 여군 장교 출신인데, 전투 병과보직을 자원해서 전방 소대장으로 배치된 적이 있었다. 이 사람이 자기 딴에는 자기 소대원들 건강을 생각한다고 자기 소대는 금연소대라고 일방적으로 선언을 해버렸다.

    처음에는 명령이니까 그런대로 잘 따라왔지만, 불과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소대 내 군기사고가 급증해 버린 것이다. 그나마 힘든 군대 생활에서 유일한 위안이었던 것을 뺏어 버렸으니 다른 곳으로 그 스트레스를 풀어버린 것이었다. 금연이 목적이었다면 담배를 뺏는 것이 아니라 상하 기수 관계의 긴장을 풀어주든가 휴가나 외박 등의 여유를 주었다면 훨씬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금연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담배가 한국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를 충분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진짜 금연이라는 원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지금의 정부가 하는 짓은 비열한 꼼수일 뿐이다. 이런 꼼수를 쓰는 이유는 명확하다. 거지 똥구멍에서 콩나물을 뽑아먹자는 얘기이다. 이 정권은 언제나 하는 짓이 닭 짓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는 작자가 43.7% 수준이라는 성인 남성 흡연율을 두고 이런 언급을 했다. 우리나라는, “흡연율이 높아서 국민건강을 해치고 있다.” 그러나 결단코 그것은 거짓말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육체/정신)건강이 나쁘니까 흡연율이 높은 것이다.”

    필자소개
    2000년대 중후반 경찰청 범죄심리수사관(프로파일러)과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팀(프로파일링 부서) 재직했다. 현재는 서울디지털대학 경찰학과 교수이며, 국립중앙경찰학교 (수사) 프로파일링 과목 담당 외래교수이다. 화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진보정치를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임상병리사와 사회복지사를 거쳐 프로파일러의 삶을 살아온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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