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국정원법 유죄, 공직선거법 무죄
    야당들, "권력의 눈치 본 '정치적 판결'" 사법부 비난
        2014년 09월 11일 05:12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지난 대선 댓글조작 혐의로 정치 개입 의혹을 받았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법원이 국정원법은 유죄이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 야당에선 “정치판결”이라며 11일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부장 이범균)는 이날 오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원 전 원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 등의 지시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이 국책 사업과 국정 성과를 홍보해 특정 정당과 대통령을 지지하고,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야당과 정치인들을 반대하는 댓글을 단 행위를 정치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의 책임 여부와 관련해서 “원세훈이 심리전단 직원의 구체적인 활동 방법까지 모두 알지 못했을 것 같긴 하지만 취임 당시 심리전단이 인터넷상 토론글, 댓글 작성하는 방법으로 사이버심리전을 한다는 보고를 받고 심리전 결과 보고 받은 것도 인정된다”며 “원세훈의 지시 강조 말씀은 업무 지시에 해당한다”며 국정원법 위반을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심리전단팀이 처음 활동했던 시기는 대선 후보가 누구인지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한 활동으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밝히며 쟁점이었던 공직선거법에 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우리 대법원은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능동적, 계획적으로 인정되는 지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이 사건도 평상시에 반복된 국정원 사이버 활동이 선거시기가 됐다고 해서 당연히 선거운동이라고 하거나, 다루는 내용이 선거쟁점이라고 해서 일률적으로 선거운동이라고 할 수 없다”고 무죄를 판시했다.

    원세훈

    지난 9일 출소할 당시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방송화면)

    야당은 이 같은 재판 결과가 나오자마자 “기괴한 판결”이라며 사법부의 정치 독립성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근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명백한 사실에 대해 애써 눈감으려는 정치적 판결”이라며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인터넷 댓글과 트윗글이 국정원법 위반에 해당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박근혜 정권은 국정원 수사에 진력하던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팀을 해체하고, 수사를 지휘하던 검찰의 수장의 뒷조사를 통해서 옷을 벗게 했다”고 질타하며 “박근혜 대통령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법을 위반한 사실이 밝혀진 이상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에 대해서 공식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같은 날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도 “국정원장은 공직자다. 공직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하부 조직원들을 동원해서 정치개입을 진행했다면, 그 행위 자체만으로도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공정한 판결이 되려면 국정원은 도대체 왜 정치개입을 한 것인지를 법원 스스로 설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원세훈 전 원장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라는 처벌도 아닌 처벌이 내려졌다. ‘사실상’의 면죄부가 아닌 ‘그냥’ 면죄부”라며 “3권 분립의 원칙에 의해 공명정대해야 할 사법부가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통합진보당 홍성규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에서 “술은 마셨으되 음주는 아니고, 물건은 훔쳤으되 절도는 아니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라며 “공명정대, 공평무사함을 모두 버리고 오직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만 지켜주기 위한 맞춤식 정치판결”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사법부의 정치판결이라는 야당의 비판과 달리 여당만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이장우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이번 판결에 따라 새정치민주연합이 시도한 실패한 대선개입이고 정치공작이었음이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당시 국정원 여직원인 김씨가 오피스텔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편 후보에 대해선 폄하하는 댓글 작성했다는 사실을 야당에서 밝혀내자 여당은 이를 두고 역으로 야당의 대선개입 시도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원내대변인은 “대선불복성격의 일환으로 야당의 국정조사, 장외투쟁에 이어 특검까지 골몰했던 것은 오로지 대선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의도였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본인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모든 것을 부정하며 정의가 아니라고 매도하고 온 나라를 정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생떼를 또 다시 부린다면 국민들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