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 노사관계 악화,
    '점오계약제' 폐지 약속 파기
    ‘10년 일해도 100만원 안돼’ ‘임원 연봉 100억, 비정규직 140배’
        2014년 09월 01일 12:33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홈플러스가 전격 합의를 봤던 ‘점오(0.5)계약제’ 폐지를 사실상 파기해 노사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노측은 추석 전까지 사측이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않을 경우 ‘귀향 파업’을 할 것이라고 1일 선언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점오계약제 폐지를 이유로 신규채용 인력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걸린 임금인상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라 △노동조합과 대화를 통해 추석 연휴 전에 파국을 피하도록 노력하라는 요구를 담은 기자회견을 이날 열었다.

    ‘점오계약제’란 1시간 단위가 아니라 0.5시간 단위로 맺는 근로계약을 말한다. 홈플러스의 기존 노동자들은 7.5시간, 7.2시간, 6.5시간, 6.4시간, 4.2시간 등 기형적인 형태로 근로계약을 맺었다. 사측은 근로기준법 상 1일 8시간미만 노동에 대해선 휴식시간을 30분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이 같은 기형적 근로계약인 ‘점오계약제’ 폐지를 요구(7.5시간을 8시간으로 바꾸는 안)하며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투쟁을 이어가다가 노사 전면 파업 직전에 극적 타결을 이뤄냈다. 노사 양측은 단체협약을 통해 2014년 상반기 내에 개선방안을 마련해 하반기 9월 1일부터 단계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측은 신규 직원에 ‘점오계약제’를 적용할 수 없다며 7.5시간의 근로시간을 7시간, 6시간으로 줄여 오히려 근로조건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사실상 사회적 공감 속에서 이룬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셈이다.

    홈플러스 -1

    홈플러스 노동자들과 새정치 의원들의 기자회견(사진=유하라)

    새정치연합 전순옥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문을 통해 “약속대로라면 2014년 상반기까지 ‘점오계약제’ 폐지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으나 사측은 노동조합이 수차례 방안을 마련하여 협의하자는 요구를 무시하다가 7월 말에서야 내놓았다”며 “게다가 그 개선안에 대해서도 노동조합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아 결국 시행시점인 9월 1일이 되었음에도 제대로 시행되지 못 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규 인력에 한해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에 대해 전 의원은 “사회적 비난과 정치권의 지탄이 있었던 것이 불과 반 년 전인데, 홈플러스 사측은 반성은커녕 신규채용 인력들의 계약시간을 줄여 오히려 질 낮은 시간제 일자리를 더 늘리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홈플러스 사측은 점오계약제 폐지하면서 마치 굉장히 큰 양보와 배려를 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홈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등에 붙은 ‘10년을 일해도 100만원도 안 돼’, ‘임원 4명 연봉은 100억, 비정규직의 140배’라는 구호를 통해서 알수 있듯이 이들의 요구가 결코 무리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이러한 합의 파기의 직접적 원인을 4월부터 시작한 임금 교섭의 결과로 보고 있다. 2014년 최저임금(5,210원)보다 약 200~500원 더 받는 임금을 올해 8월 결정한 2015년 최저임금(5,580원) 인상분인 7.1%, 약 400원을 인상해달고 요구했으나, 사측은 “무리한 요구”라며 거부하고 있다.

    을지로위원회의 새정치연합 우원식 의원은 “최경환 부총리가 소득 주도 성장을 하겠다는 데 노동자들의 최소한 근로조건 개선하는 게 정말 소득 주도 성장”이라고 지적하며 “이러한 꼼수들을 개선하는 것부터 박근혜 정부가 출발해야 하며, 홈플러스 노동자들과 연대해 이 문제를 국감에서도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 김기완 위원장은 “홈플러스에 내부 노동환경 임금실태에 대해 15년 세월동안 한마디도 못했다. 드디어 조합이 생기고 저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 거대기업에서 임금이 10년 동안 일해도 받는 월급이 단돈 100만원도 안 된다는 사실을 고발하고 있다”며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은 “전국에 대형마트는 500개가 넘고 업계 전체는 37조 이상을 가져가고 있다. 대형마트는 저임금 구조에 노동자들을 묶어놓고 있고 수많은 이익을 남기고 있다. 40개 매장에서 여성노동자들이 일을 접고 거리로 나왔다. 총파업이 31일까지 진행됐는데 1일이 돼도 조합에 그 어떤 연락도 없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태도 변화나 답변 없다면 또다시 파업할 수밖에 없다”며 “마트는 추석 당일에도 문을 연다. 정상영업이라고 하는데 노동자도 고향이 있고 가족, 친지 다 있다. 하지만 우리 일터가 영업하니까 고향도 못가고 그렇게 살았다. 사측이 성의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 우리는 귀향 파업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강규혁 위원장도 “월마트와 까르푸가 국내를 떠났다. 홈플러스는 업계 2위로 살아남았다. 사측에서 마케팅 잘한 것도 있지만, 내면에선 묵묵히 15년 동안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한 조합원들의 노고가 있다”며 “불과 400원 올리겠다고 하는데 사측은 성의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추석 전까지 해결하지 않으면 연맹과 민주노총이 힘을 합쳐 월마트와 까르푸, 홈에버 처럼 단호하게 홈플러스를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정치연합 장하나 의원은 “정홍원 총리가 담화를 통해 ‘현장에 답이 있다’고 하는데,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바로 현장”이라며 “청와대 여당이 말하는 민생법안엔 노동자들을 위한 법은 없다. 엉뚱한 민생, 가짜 민생 얘기하지 말고 뭐가 진짜 민생인지 배워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8월 29~31일 전면파업에 이어 계속 지역별, 지부별 쟁의행위를 할 계획이며 오는 9월 5일~10일까지 추석 연휴 내내 다시 전면파업을 할 예정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