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사 학회들,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 비판
        2014년 08월 29일 10: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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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학계에서는 진보‧보수 관계없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공주교육대학교 초등사회과교육과 최병택 교수는 2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정교과서는 정권 또는 집권세력에 지나치게 우호적인 서술로 일관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한 문제점이 과거 국정지향에서 실제로 있었다. 그것이 재현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또 과거에 국정교과서 제도 사례를 보면 다수의 전문 역사학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까 가장 큰 문제라면 역시나 교과서 내용에 오류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교과서 질 관리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정교과서로 전환하자고 주장하는 경기대학교 사학과 이재범 교수는 이날 같은 매체에 출연해 “고등학교 학생들까지는 미성년 집단이다. 이 때문에 어떤 사실을 강조해서 주입을 시키는 것은 종교적 지위나 이데올로기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장 근본적인 것 가운데 하나가 역사교과서들이 각자 가치와 역사적 토양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이 잘못 교육이 된다면 폐해를 낳을 수 있다”고 말하며, 정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현재는 시대적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현재 우리나라가 시행하고 있는 검정제보다 자유로운 자유발행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가 더 많다. 반면 북한,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은 국정교과서를 시행하고 있어, 사회적 지향점이 전체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학계 지적에 이 교수는 “간략한 팩트만 기술한 교과서를 주고 나머지 다양성은 각각의 역사, 교사들에게 부여하면 된다”고 말했지만, 학계 내에선 큰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역사학계는 정부의 한국사 국정화 시도는 ‘교학사 구하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사연구회, 한국역사연구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중세사학회, 조선시대사학회,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민족운동사학회는 28일 공동 성명을 내고 “교육부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주장이 등장한 것은 2013년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파동 때였다”며 “교학사 교과서는 무수한 오류와 표절, 생소한 학설로 인해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로부터 냉엄한 비판을 받았다. 또한 국민들로부터는 친일과 독재를 변호하는 교과서라는 지탄을 받았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기존 검정체제마저 무시하면서 교학사 교과서를 비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교육부의 교학사 교과서 구하기는 교육 현장의 상식적 판단과 선택에 의해 좌초되고 말았다. 바로 이 시점에 나타난 교육부의 국정화 시도는 그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들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취임 이후 본격화하고 있다”며 “그는 이미 여당 대표 시절에 ‘6·25전쟁에 대해 북침론과 남침론을 서술한 교과서가 병존’한다는, 근거 없는 사례를 제시하면서(참고로 북침론을 서술한 한국사 교과서는 없다),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그리고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역사는 국가가 한 가지로 가르쳐야 국론 분열의 씨앗을 뿌리지 않을 수 있다’고 하면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정제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우려했다.

    또 “정권마다 다르게 상정할 수 있는 ‘국론’에 입각해 국정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국론 분열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학계는 비판했다. 아울러 “한국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의 반발과 저항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 유신시대의 아픈 역사를 떠올리는 국민들 또한 결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사 교과서 국정제가 도입되면 역사 교육과 연구는 물론 한국사회의 건강한 발전에 많은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 역사학계는 성명서를 통해 △정치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역사교육을 퇴행시키는 등 많은 부작용과 악영향이 예상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중단하라. △편수기능 강화 등 역사교육을 과도하게 간섭, 통제하려는 기도를 중단하라.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에서 추천한 신망 있는 인사들로 한국사 교과서 검정제 개선위원회를 구성해 현행 검정제의 문제점을 고쳐나가라. △역사교육이 헌법 정신에 따라 역사연구 및 교육 전문가의 주도 하에 이뤄질 수 있도록 외부의 부당한 간섭과 압력을 차단하라고 요구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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