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노골적인 이중성
    2014년 08월 27일 10: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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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 현대자동차 18차 단체교섭이 끝났다고 한다. 오늘 교섭에서 회사측은 그동안 제시하지 않았던 임금부분에 대한 1차 제시안을 내놨다. 카톡으로 전달된 내용을 보면 기본급 89,000원(호봉승급분포함), 성과금+격려금등 350%+650만원이다.

어제 내가 이 바닥에 글을 쓰면서 “회사측의 1차 제시안을 보면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회사측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는데, 오늘 회사측이 제시한 수준을 보면 “통상임금은 이번 임금교섭에서 분리하겠다”는 그들의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차 제시한 수준으로 2014년 현대자동차 임금인상 및 단체교섭이 조합원의 동의로 끝날 것이다”라는 기대는 회사측도 안했을 것이다.

실제 2013년 단체교섭 결과 <기본금 97,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일시금 500%+870만원>와 비교하더라도 많이 미흡한 수준이다.

그러나 앞으로 회사측은 임금성 부분에 대한 제시안을 놓고 “작년도 대비 영업이익율이 떨어진 점을 감안한 최대치를 제시했다”는 식으로 여론전을 하면서 현대차지부를 압박해올 것은 뻔한 것이고.(전 공장 관리자들이 이런 논리 무장을 위해 동원 될 것이다)

​오늘(26일) 저녁, 내가 이 바닥에서 남겨놓을 글은 다름이 아니라 현대자동차 회사측이 노사간에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을 때 ‘법원판결’과 ‘노사합의’에 대한 ‘일관성’을 요구하기 위함이다.

불파문제1

위의 내용은 현대자동차 회사측이 지난 18일, 반쪽으로 합의한 비정규직 불법파견에 대한 특별교섭 합의와 관련하여 국회의원 회관에까지 뿌렸다는 “사내하도급 관련 참고자료”라는 문건 4쪽의 일부분을 촬영한 것이다.

회사측은 대한민국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으로 등장한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문제,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 1,569명이 집단으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법원에 제기한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문제와 관련하여 핵심 조직인 비정규직 울산지회와 금속노조가 빠진 상태에서 현대자동차지부와 전주-아산지회만 붙잡고 매달려 특별교섭 합의를 했었다.

그런데, 이번 합의는 8월 21일, 22일로 예정되어 있던 1,569명의 근로자지위 확인소송 판결을 또 한달 뒤로 미루는 빌미로 악용되면서 4년 동안 판결을 기다려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이러한 합의서를 작성했던 당사자인 현대자동차는 “사내하도급 관련 참고자료”를 통해서 이번 “합의 의의”라는 제목 하에 위와 같이 “수년간 갈등 상황을 경험하면서 소모적인 법적 분쟁과 마찰을 중단하고, 당사자간의 대화를 통해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에 노사가 공감함”이라며 법원 판결이 아닌 ‘당사자간 합의’를 특히나 강조한다.

결국 회사측이 십수년간 저질러온 수백(수천명일 수도)명이 넘는 불법파견 범죄 행위에 대해서 법원의 판결에 맡기지 않고, 노사가 당사자간에 합의를 통해서 해결한 것이 “아주 잘 한 결과”라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는 꼴이다.

불파문제2

그런데, 위의 내용은 뭔가?

위 내용은 현대자동차 회사측이 2014년 8월 20일 발행한 ‘함께 가는 길’이라는 유인물에 실려있는 내용이다.

지난 수년간 현대자동차 노사간에 의견 대립을 빚어왔고, 2014년 노사간에 가장 첨예한 문제로 떠올라 있는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하여 회사측은 “현상황에서 노사 모두가 양보할 수 없는 구조라면, 현실적인 해결 방안은 노사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이 되는 법 판결을 받은 후 별도로 논의하는 것”이라고 주장 한다.

이러한 회사측의 주장은, 2013년 12월 18일 대한민국 대법관 13명이 전원 참석한 가운데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맞다”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이 내려졌고, 이에 따라 한국GM, 쌍용차, 삼성, LG전자 등에서 이미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기로 결정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 통상임금 문제는 “1심 재판, 항소심 재판, 대법원 상고심까지 수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모르는 법원에다 ​맡겨버리자”는 것이다.

​지난 18일, 비정규직 불법파견 문제와 관련한 ‘노사 합의서’에 서명한 회사측 교섭대표는 윤갑한 사장이었다. 그리고 현재 2014년 현대차 단체교섭을 주도하고 있는 회사측 교섭대표도 동일인인 윤갑한 사장이다.

​그런데, 현대자동차 대표이사로서 2014년 단체교섭에 회사측 대표로 참석하고 있는 윤갑한 사장께서 어찌하여 비정규직 불법파견 문제는 법원 판결에 맡기지 말고 노사 당사자가 합의하여 처리한 게 “잘한 일”이라고 사방에다 홍보를 하시면서, 통상임금 문제는 왜, 노사 당사자간에 합의하자는 노조의 요구는 “죽어도 못 들어준다”고 하시면서 무조건 “법원 판결에 맡기자”고 억지를 부리는가?

현대자동차 통상임금 문제가 법원에 맡겨져, 대법원까지 최종 판결을 받으려면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노사간에 2014년 단체교섭을 통해서 합의를 이룬다면 앞으로 몇 일, 또는 몇 십일만에 끝날수도 있는 것이다.

회사는 왜 빠른 길을 마다하고, 먼 길을 돌아가자고 하는가?

혹시, ‘내가 사장자리 몇 년이나 더 앉아 있겠나? 몇 년 뒤에 문제는 다른 사장이 처리하겠지’이런 보신주의가 발동한 건 아닐까????

​지난 18일, 회사측은 비정규직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서 “정규직으로 채용되고 싶은 사람은 법원 재판을 ‘포기’하라”고 거의 협박(?)에 가까운 내용으로 –심지어 수년간 불법파견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면서 차별과 임금착취를 당했던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정규직 채용을 위해 고용노동부에 불법을 저지른 현대자동차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까지 강요당하고 있다고– 합의서를 작성 해놓고 “잘 한 일”이라고 떠벌리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서도 판결한 정기상여금 통상임금 포함에 대해서는 ‘노사 당사자간 합의’를 철저히 묵살하고, 끝까지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를 “법원 판결에 맡기자”고 우기는 현실을 우리는 어찌 받아들여야 하나? ​

대한민국 2위 기업이라는 현대자동차가 노사간에 쟁점이 되어있고, 한국사회의 관심사로 다수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문제들을 처리하면서 회사측의 유불리를 먼저 따져서, 회사가 법원 판결에서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법원 재판권마저 빼앗(?)으며 ‘노사합의’로 처리해 버리고, 법원 재판으로 가면 몇 년이나 시간을 질질 끌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서 통상임금 문제를 ‘노사합의’가 아닌 무조건 “법원 판결에 맡기자”는 식으로 버티는 회사측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라.

​이런 건, 대한민국 2위 기업, 전세계 5위 자동차기업으로서 너무 얍삽한 짓 아닌가? ​너무 야비한 짓 아닌가?

이러한 회사측의 2중적인 태도가 결국 조합원들에게 신뢰를 잃게 만들 것이고, ​여기서 커져 가는 ‘불신’은 회사측이 2014년 단체교섭에서 “통상임금을 떼 내고, 임금성만 부풀려 배부른 귀족노동자로 몰아가서 끝내겠다”는 그 수작을 조합원들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 같은데…

필자소개
박유기
전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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