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준의 2대 목표,
    물가안정과 완전고용, 우리는?
    [사민저널] 미국 연준, 월스트릿 대신 노동운동을 초대하다
        2014년 08월 26일 11:48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사민저널> 8월호는 ‘불평등’과 ‘세습자본주의’를 가지고 구성되었다. 사민저널 측의 양해를 얻어 사민저널의 특집기사들을 몇차례 레디앙에도 게재한다. 이번에는 오늘날 중앙은행(미국의 연준, 우리나라의 한국은행, 유럽연합의 유럽중앙은행 등)의 정책 노선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배경을 소개한다. 송종운 박사의 글이다. 지금까지 미 연준은 주로 물가안정, 금융안정에 중심을 두고 있었는데 최근 연준 이사회 의장으로 부임한 옐렌은 실엄문제 해결도 중앙은행의 중요한 정책 과제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릿의 금융자본은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왜 그럴까에 대한 글이다. <편집자>
    ——————–

    잭슨 홀 컨퍼런스와 그린스펀, 라잔

    미국의 중앙은행에는 워싱턴에 있는 연방준비이사회와 별도로 미국 전역에 12개의 연방준비은행이 있다. 그 12개의 연방준비은행은 각자 특정한 분야에서 자기 기량을 발휘한다.

    뉴욕 연준은행이 큰 형이다. 워싱턴이 아니라 뉴욕 연준은행이 실제 중앙은행 실무를 거의 다한다. 리치먼드 연준은행은 좋은 연구논문을 많이 생산하기로 유명하다. 세인트 루이스 연준은행은 우리나라 학자들도 자주 가져다 쓰는 질 좋은 경제 통계를 제공한다.

    그리고 와이오밍 주의 캔자스시티 연준은행은 1년에 한번 8월에 전세계의 내노라 하는 중앙은행 사람들과 경제학자들 그리고 금융업 종사자들을 불러 모아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올해에는 바로 어제와 오늘, 내일인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3일 동안 열린다. 이 컨퍼런스의 이름이 바로 그 유명한 ‘잭슨 홀 컨퍼런스’이다.

    올해의 잭슨 홀 컨퍼런스에 관련한 신문 기사 참조(관련 링크)

    이 회의가 일반인들의 입에서까지 회자되게 된 계기는 2005년이었는데, 그 해의 잭슨 홀 컨퍼런스에서 라구암 라잔은 “앞으로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해서 미국 금융 시스템이 붕괴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당시만 해도 라잔은 IMF의 수석경제학자로 근무하고 있었으며, 별로 주목받는 인물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 해의 잭슨 홀 컨퍼런스의 주제는 “그린스펀 시대: 미래를 위한 교훈”이었으며, 한마디로 미국 경제를 위기 없이 지속적인 번영으로 이끌어온 그린스펀의 위대한 업적을 기리는 자리였다. 그런데 그 찬미의 분위기에 라잔이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라잔이 그 컨퍼런스에서 조롱거리가 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2008년 가을 미국발 금융위기가 라잔의 예측 그대로 서브프라임 대출에서 발발하여 라잔의 예측이 사실로 드러났다.

    서브프라임 사태를 몇 년 전에 예측한 라구암 라잔은 일약 세계적인 스타 경제학자로 떠올랐다. 반면에 서브프라임 금융위기의 원흉으로 지목된 그런스펀은 의회 청문회에 불려나가 금융위기를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하여 죄송하다고 백배 사죄하였다.

    2005년의 잭슨 홀 컨퍼런스와 라잔, 그린스펀, 그리고 서브프라임 위기에 대해서는 라구암 라잔이 쓴 <폴트 라인>(2011)을 읽어보면 된다. 라잔은 작년에 인도의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되어 어려운 인도 경제 현실을 눈앞에 두고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여담이지만, 최근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인한 신흥국 경제의 불안에 대해 개도국 중앙은행 총재로는 유일하게 미국 연준과 유럽중앙은행을 향하여, “선진국 경제만을 생각하고 신흥국들에 어떤 부정적인 여파가 닥칠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정면으로 비판하여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월스트릿이 아니라 노동운동 대표를 연준에서 초대하다, 왜?

    올해 잭슨 홀 컨퍼런스의 주제는 “노동시장 다이내믹에 대한 재평가”이다. 컨퍼런스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영국의 경제 전문지인 파이낸셜 타임즈는 8월 22일자 기사에서 “올해에는 월스트릿 투자은행 사람들이 별로 초대받지 못했다. 그 대신 미국 전미노조(AFL-CIO)의 수석 경제학자인 윌리엄 스프리그스가 초대받았다”고 전했다.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월스트릿의 인물이 아니라 노동조합 사람을 불러? 마치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민주노총의 정책 담당자들을 불러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대하여 자문을 듣는 격이다. 약간 과장된 비유 같지만 파격은 파격이다.

    여담이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와 일본 중앙은행의 하루히코 구로다 총재가 이 컨퍼런스에 참가한다. 반면에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독일의 중앙은행인 분데스 방크(Bundsbank)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참가하지 않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농부와 은행의 일화

    파이낸셜 타임즈는 유럽중앙은행의 드라기 총재의 참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통상적으로 유럽 중앙은행은 산출갭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드라기는 미국 대학인 MIT 출신인 까닭에 유럽 중앙은행에서 통화신용 정책에 관한 토론을 할 때 곧잘 그 개념을 사용하며 행복해 한다.” 파이낸셜 타인즈는 뭔가 기분 나쁘다는 속내를 비치는 것 같다.

    파이낸셜타임즈가 왜 기분이 나쁠까? 쉽게 말하자면, 산출갭을 언급했다는 것은 중앙은행이 통화신용 정책을 결정할 때 실업을 고려한다는 말이다. 즉 유럽의 금융권 사람들은 드라기가 산출갭, 산출갭 하고 말 할 때 마다, 그것을 금융계의 이익이나 금융시장의 호조보다는 실업과 산출(실물경제)에 더욱 큰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은행의 입장을 잘 보여주는 일화를 하나 소개하고 넘어가자. 농부와 은행이 있다. 이 둘은 어떤 관계로 맺어질까? 봄이 되면 농부는 파종을 해야 한다. 그 농부는 이제 막 신혼살림을 차려 알콩 달콩 살기로 약속한 신참내기 부부일 수 도 있고, 자식의 대학 학자금을 걱정하며 ‘올해는 배추를 더 심어 볼까’ 고민하는 중년의 거무티티한 얼굴의 농부일 수도 있다. 아니면, 사업 실패와 함께 고향에 돌아온 아들 내외를 위해 트랙터 구입 대출자금을 받는 늙은 아버지일 수도 있다.

    농부는 은행으로부터 파종 자금, 자식 대학 학비, 트랙터 구입비 등을 대출 받아야 한다. 이런 등등의 이유로 봄철에는 농민들의 대출 수요가 많다. 은행은 파종기인 봄에는 대출 금리를 높이는데, 그래도 농민은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아야 한다.

    반면에 수확철인 가을이 되면 은행은 예금 금리를 슬쩍 낮춘다. 서툰 농사솜씨만큼이나 많이 다퉜던 신혼부부 농부, 자식 학비를 넉넉히 대주지 못하여 마음 아파하며 배추 농사를 지어 팔아 현금을 손에 쥔 중년의 농부, 그리고 논밭에서 초보 트랙터 운전을 하며 수확하여 현금을 만지게 된 아들 농부가 오랜만에 즐거운 마음으로 저축을 위하여 은행을 찾았는데, 그가 맞이하는 것은 낮아진 예금 금리이다.

    은행은 파종기 때는 대출 금리를 높이고 추수기 때는 예금 금리를 낮춘다. 은행의 순이자 마진(NIM)의 극대화이다. 그만큼 은행은 더 많은 벌게 된다.

    농부뿐 아니라 노동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금리가 높아지면 그 높은 금리에 돈을 빌려 사업하려는 사람이 아무래도 적어진다. 사정이 이러하니 회사들은 신규 채용은 고사하고 기존 직원 월급도 깎거나 아니면 내보내야할 형편이 된다.

    금리가 높아지면 은행은 돈을 더 많이 벌게 되며, 반면에 노동자 임금은 깎이고 실업은 더 증가한다. 유럽의 금융업자들과 파이낸셜타임즈가 산출갭이라는 개념을 입에 달고 다니는 드라기를 못마땅해 하는 것은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의 총재가 은행의 이익보다 노동자들의 임금이나 실업 같은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어디 있느냐’고 비난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미국의 연준처럼 법으로 지켜야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뒤에서 보겠지만, 유럽 및 한국의 중앙은행법과 달리, 미국의 연준법은 완전고용을 연준의 2대 임무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금리 인상이냐 금리 동결이냐 – 월스트릿과 메인스트릿 간의 대결

    지금 이 순간 미국 땅에서 개최되고 있는 잭슨 홀 컨퍼런스에 대해서 우리나라 신문들도 큰 관심을 갖고 기사를 보내고 있다. 대부분의 기사는 과연 미국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것인가 아닌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틀린 내용은 아니다.

    예컨대 다음 신문기사를 보라 : 관련 기사 링크1. 관련 기사 링크2

    그러나 사정을 좀 더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금리 인상이냐 현행 유지냐에 대한 결정의 핵심에는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한 서로 다른 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이번의 잭슨 홀 컨퍼런스 회의는 금리를 올리자는 월스트릿과 아직 시기상조라는 옐런 연준의장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로 볼 수 있다. 이미 작년 11월, 세계에서 가장 큰 달러 시장인 유러달러 선물시장에서 선물 금리를 올렸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달러 자금이 유로달러 선물시장으로 몰리게 된다. 그쪽의 금리가 높으니 당연히 그리고 이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달러 거래 시장에서도 연쇄적으로 금리가 올라간다.

    그런데 미국에서 금리가 안 오르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옐런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은행이나 금융권 입장에서는, 이제 금융위기의 위협도 사라졌으니 금리를 올려서 돈을 좀 벌어보고 싶은 건데, 옐런이 고집을 피우며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엘런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옐런에게도 나름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녀는 연준 의장이 되기 전부터 줄곧 말해오기를, 실업률이 6.5%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한 금리를 올려선 안된다고 했다. 이것이 소위 에반스 준칙(Evans rule)이다. 그 준칙의 핵심 내용은 실업율 6.5% 이하 + 인플레이션율 2.5% 이상이 달성되기 전에는 초저금리를 계속 유지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테일러 준칙과 에반스 준칙간의 전쟁

    언론에서는 이것을 두고 ‘두 준칙 간의 전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즉 기존의 기준금리 결정 준칙이었던 테일러 준칙(Taylor’s rule)에 맞서는 에반스 준칙의 전쟁이라고 표현한다. 시카고 연준은행 총재였던 찰스 에반스의 이름을 딴 에반스 준칙을 포괄적인 개념으로 말하자면, 즉 어려운 말로 표현하자면,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이다. 우리말로는 ‘선제적 지침’ 정도 되겠다.

    포워드 가이던스에도 두 종류가 있는데, 미국처럼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면서 자신의 정책을 구속하는 방식을 오딧세우스 포워드 가이던스라고 한다. 오딧세우스가 자신의 고향을 향해 떠난 머나먼 항해 중에 마주하는 아리따운 인어의 노랫소리와 싸이렌의 유혹에 홀리지 않기 위하여 배에 자신의 몸을 밧줄로 묶어 버린 것에 비유한 것이다. 오딧세우스처럼, 미국 연준 총재인 옐렌도 에반스 준칙에서 절대로 물러 설 수 없다고 공표한 것이다.

    여기서 잠깐, 옐런이 왜 저러지 하고 독자들은 의아해 할 것이다. 얼마 전부터 slack economy(유휴 경제력) 혹은 spare economy라는 말이 미국의 경제학계에 주요 관심 대상이 되었다. 좀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쉬운 개념이다. 말하자면 한 나라의 GDP가 완전 고용된 상태를 100으로 놓고 실업률이 10%일 때 60이라면, slack(유휴 여력)은 40이 된다는 것이다.

    슬랙이 크면 정부가 경기 부양 정책에 나서서 재정 지출을 늘리고 통화 공급도 많이 하여 경기를 살려야 한다. 즉 금리를 내려야 한다. 반대로 슬랙이 거의 100에서 가까워지면 경기부양 정책은 자칫 경기를 과열 즉 거품으로 이끌지 모르기 때문에 긴축으로 돌아서야 한다. 즉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즈가 ‘유럽중앙은행의 드라기 총재가 미국 MIT 출신이어서 유럽에서는 잘 안쓰는 산출(달리 말해서 GDP)이라는 개념을 통화신용 정책 회의 때 곧잘 사용한다’며 은근슬쩍 비난하는 것을 이제 비로소 이해 할 수 있다. 미국의 연준에 비교하여 보다 신자유주의적 성향의 유럽중앙은행(ECB)은 ‘실업 같은 것에는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이렇게 에둘러 말하는 것이다.

    옐런은 취임 전부터 6.5% 실업률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긴축정책(출구전략)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미국의 실업율은 거의 6.5%에 가까워졌다. 그래서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 사람들이 금리를 올리자고 아우성 치고 있는 것이다. 일면 타당한 말이다. 그런데 옐런은 여전히 고집을 부리고 있다.

    여기서 잠깐, “slack(유휴경제력; 실업율)이 어떻게 드라기의 산출과 연결되지?” 하고 궁금해 하는 독자들을 위하여.

    산출은 output의 한글 번역이다. 산출은 1년 동안 한 나라에서 생산된 최종 생산물의 시장가치를 총합한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설명 아닌가? 맞다. 국내총생산(GDP)이다. 경제학에서 GDP는 경제성장을 나타내는 유용한 지표로 곧잘 인용된다.

    산출(GDP)와 실업의 관계에 관해서는 오쿤의 법칙을 보면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오쿤의 법칙’은 실업률이 1% 증가할 때 마다 산출(GDP)이 2.5% 하락한다는 걸 경험적으로 밝힌 주장이다. 오쿤의 방정식을 통해 우리는 실업을 산출로 바로 바꾸어 쓸 수 있다. 그러니까, 각 나라에 따라 약간의 수치만 조정하면, 산출을 실업율로 바꾸어 쓸 수 있으며, 따라서 slack과 드라기의 산출은 연결된다.

    미국 실업율 개선의 허상 – 구직 포기자들의 증가

    옐런의 주장은 간단하다. 겉보기에는 실업률이 낮아지고 앞으로도 경기가 침체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 같지만 – 이걸 경제학자들은 robustness(강한 지속성)라고 한다 – 실제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뭔가 노동시장이 이전과 같이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실직 상태가 오래되어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정이 이렇게 되니, 이들 구직 포기자들은 실업 통계에 포함되지 않고 있고 결과적으로 실업률이 마치 하락한 것처럼 통계에 잡힌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아무튼 장기 실업자들의 구직 포기가 통계적 실업률을 낮추는데 상당히 기여했을 거라고 옐런 연준 의장은 생각한다. 실업율 하락은 ‘통계적 착시’라는 것이다. 앞으로 이 부분이 미국과 세계경제의 앞날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것이다.

    따라서 옐렌의 판단에, 지금 금리를 올리게 되면 노동자들 혹은 소비자들은 더 큰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되며, 그렇게 되면 경제가 다시 침체로 빠질 것이다. 겉보기에는 미국 경제에서 제조업이 활성화되고 위기로부터 완전히 탈출한 것처럼 보이지만, 옐런이 보기에는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좀 더 기다려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옐런을 가리켜 ‘당신 노조위원장이냐?’는 볼멘소리가 월스트릿 쪽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잭슨 홀 컨퍼런스에 월스트릿의 인물들이 초대받지 못한 것도 바로 이런 분위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글을 쓴 바로 이 순간 그 컨퍼런스가 시작할 터인데, 국제경제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회의가 될 것 같다.

    물가안정만을 책무로 하는 ‘독립적 한국은행’이 진보적이라고?

    아참, 중앙은행 총재인 옐런이 왜 이렇게 실업률에 목을 메냐고? 그건 미국 연준의 독특성 때문에 그렇다. 연준의 설립 이념이 중 하나가 완전고용이다.

    완전고용(정확히는 고용의 극대화)은 물가안정과 함께 미 의회로부터 위임받은 2대 임무이다. 법으로 정해졌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옐런은 자신에게 위임된 두 가지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 민주주의의 제도적 절차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그녀처럼 이렇게 미국의 충실하게 연준법의 책무를 글자 그대로 수행한 사람이 그동안 없었다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한국에서 한국은행에게 완전고용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면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다. “거긴 물가안정하고 금융안정 달성을 목표로 하는 곳 아닌가요?”라는 힐난이 당장 들어올 것이다. 그나마 점잖게 건네는 말이 이 정도다. 진보적 경제학자들 역시 한국은행을 오직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의 기관으로만 보고 싶어 한다.

    이에 반해, 미국 연준이 오랫동안 사용해 온 기준금리 도출 준칙은 (주류 경제학의 방정식을 사용하는데),두 가지 변수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 즉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실업률(완전고용)이다.

    물론 실제의 기준금리 방정식 프로그램은 60개의 확률 방정식과 320개 항등식, 그리고 125개의 외생변수를 놓어 돌린다.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두 변수는 인플레이션과 실업율이다. 이 방정식이 앞에서 언급했던 테일러 준칙이다.

    우리는 종종 실업과 경제성장 그리고 국민적 복지를 고려하지 않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 연준보다 더욱 신자유주의적이라고 비판한다.

    그런데 한국의 실정은 어떤가? 일반 사람들 뿐 아니라 진보적 경제학자라고 하는 분들까지도 물가안정과 금융안정만을 한국은행의 임무라고 말한다. 게다가 정치(즉 민주주의)로부터 분리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잘 지키는 것이 진보적 책무라고 말한다.

    과연 이것이 올바른 견해일까? 오히려 미국의 연준법처럼, 물가안정만이 아니라 완전고용(고용 극대화)과 경제성장 그리고 국민복지에 대한 책임 역시 한국은행에게 묻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미국에서 만들어진 주류 경제학의 통화신용정책 결정의 방정식조차도, 그것이 테일러 준칙이든지 에반스 준칙이든, 그 점을 인정하고 있는데 말이다.

    <사민저널 원문 링크>

    필자소개
    경제학 박사. 고려대 강사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