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망-봄잔-라마(La Ma)’ 이야기
    샤먼(Shaman)과 함께 춤을! 코사인쿤두 트레킹 이야기 ①
        2014년 08월 25일 03:0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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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8월 보름달 뜨는 날 힌두교인들의 중요한 3대 신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쉬바(shiva) 신의 호수인 코사인쿤두에서 특별한 축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힌두교인들에게는 쉬바신이 독을 머금고(그래서 쉬바신의 얼굴이 파란색이라고 한다.) 코사인쿤두의 물이 네팔 주요 강인 트리슐리강의 기원이 되었다고 해서 호수의 물을 매우 신성시 하고 매년 8월 보름달 Janai purnima(purnima 는 보름달이란 뜻이다.) 축제 때 이 호수에서 목욕을 하고 뿌자를 드리기 위해 일부러 찾는 곳이다.

    하지만 호수가 있는 라수와(Rasuwa)주는 타망 민족과 티베탄-욜모(Yolmo) 민족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몽골리안 계통의 티벳문화를 보존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쉬바신이 아닌 Avalokitesvara(관세음보살)신의 호수로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타망 민족들은 마을마다 Bompo(타망언어로 샤먼을 뜻한다)가 있고 이 샤먼이 마을 사람들을 이끌고 코사인쿤두에 와서 샤먼들과 함께 축제를 벌이는 날로 힌두교와 타망샤머니즘과 티베탄 불교문화를 한날에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날이다.

    우기시즌에는 히말(눈 덮힌 산)도 보이지 않고 비 때문에 힘들기 때문에 트레킹을 잘 가지 않지만 나는 이 특별한 경험을 하기 위해 주변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한국 공정여행가이드북 ‘희망을 여행하라’ 에도 소개되었던 네팔의 공정여행사 ‘Social Tours’를 통해 8박9일 트레킹을 선택했다.

    라수와주와 타망 민족, 축제에 관해서는 다음 호에 자세히 연재하고 이번 호에는 나와 함께 했던 가이드 ’La Ma’ 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힘들었던 트레킹 일정에서 그가 없었다면 그의 현명하고 전문적인 가이드, 그리고 사람들을 향한 그의 따뜻한 마음이 없었다면 마치지 못했을 것이다.

    트레킹을 떠나기 전 라마와 한번 만나 지도와 함께 트레킹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떠나기 전날 아침에 라마는 내가 챙겨야 할 준비물 리스트를 보내오면서 준비하러 같이 가주겠다고 했으나 나는 전날 저녁까지 일을 하고 가야해서 최선을 다해 챙겨보겠다는 말만하고 당일 아침에 집 근처에서 만났다.

    라마와 나를 도와줄 여자 포터 Da futi란 친구와 셋이 한 팀이 되어 만나 우리 트레킹의 출발지인 순다리잘(Sundarisal) 로 이동하였다.

    라마는 팀 이름을 내 네팔어 이름인 Asha(아샤-희망이란 뜻)로 짓자고 하고 네팔의 10개 국립공원 중 쉬바뿌리국립공원(Shivapuri NP)에 속하는 순다리잘 입구에서 간단하게 네팔티인 찌아와 셀로티를 먹으며 우리의 일정에 대해 다시 이야기했다.

    순다리잘은 수도 카트만두 물의 공급처인 곳이기도 하다. 라마는 타망 민족이다. 네팔에는 민족에 따라 다양한 세부 민족으로 나뉘어 최대 약 100여 민족이 있다고 한다. 네팔리이면서 타망 민족에서도 봄잔이란 민족이다. 트레킹 내내 만난 대부분의 사람이 타망 민족이어서 라마는 타망언어로 이야기를 주로 많이 했다.

    라마는 지도를 펴더니 오늘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우리는 파이팅을 외치고 길을 걷기 시작했다. 라마는 본인이 챙겨온 스틱의 한쪽 씩을 스틱을 챙겨오지 않은 나와 포터인 다푸띠에게 나눠주고 본인은 그냥 걷겠다고 했다.

    랑탕국립공원

    랑탕 국립공원

    쿠툼상 가는 길에서 만난 소녀

    쿠툼상 가는 길에서 만난 소녀

    첫날의 목적지는 치소빠니(Chisopain, 2141m)이다. 국립공원입구에는 Nepal Environment and Tourism Initiative Foundation (NETIF) 의 여행자들이 지켜야 할 수칙, 다양한 식물군에 대한 설명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NETIF는 내가 네팔에서 작년에 했던 공정여행가이드양성교육의 강사로 초대되었던 단체이기도 해서 그들의 국립공원 내 프로젝트를 익히 알고 있었기에 더 반가웠다.

    라마는 타망 민족이라 샤머니즘과 불교도 믿지만 힌두교의 나라 네팔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힌두교도 믿는다. 불교와 힌두교 토착신앙에 대해 적절하게 조화롭게 받아들이며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올라가는 내내 주민들이 심어놓은 마리화나밭이다. 쉬바신이 즐겨했다는 마리화나. 우기이기 때문에 아침 해가 뜨고 난후 반짝 해가 나고 오후 3-4시가 되면 으레 안개가 끼고 비가 내렸기 때문에 우리의 트레킹 일정은 매일 아침 7시에 아침을 먹고 8시 전에 떠나 오후 3-4시경에는 다음 목적지에 도착해야 하는 일정이었다.

    치소빠니에 도착하여 차가운 몸을 따뜻한 찌아 한 잔으로 녹이며 셋이 모여 라마가 가져온 나침반과 지도를 펴놓고 내일 걸어야 할 길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아샤, 나는 다푸띠가 평생 자신의 시간을 포터로 살아가길 바라지 않아. 불교에서 자기가 아는 것은 나누라고 했어. 나는 다푸띠가 계속 배우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라마가 말했다.

    그러고선 다푸띠를 앉혀 놓고 지도 읽는 법, 나침반 이용하는 법, 지도 상에서 거리 쟤는 법 등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첫날 그렇게 시작된 라마의 교육은 트레킹 내내 밤이고 낮이고 지속되었다. 트레킹 막바지에는 다푸띠도 노트에 적어두었던 것을 복습하며 혼자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였다.

    포터 다푸티를 가르치는 라마 (1)

    포터 다푸티를 가르치는 라마

    우리 셋

    우리 셋의 모습

    다푸띠는 이제 20살로 히말지역인 솔로쿰부에서 온 셰르파 민족이며 히말등반 가이드로 오랫동안 일하고 있는 큰오빠를 보고 히말에서 내려온 지 1년 정도 되었고 주로 포카라지역에서 한국에서도 유명한 여성포터, 가이드 양성전문 사회적기업인 3sisters 와 함께 일했다고 했다. 그리고 카트만두로 넘어와선 여행자거리인 타멜에서 트레킹용품점 점원으로 일하는 작은 오빠와 둘이 살고 있다.

    둘째날의 목적지는 쿠툼상(Kutumsang, 2470m) 이다.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 딸과 코사인쿤두에 가는 타망 가족을 만났다. 그들의 목적지는 쉬엄쉬엄 길을 걸어 친구들이 있는 쿠툼상 전에 위치한 마을까지만 가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오늘 어디까지 갈 예정이냐고 물으셨는데 우리는 쿠툼상까지 가겠다고 하니 나를 쳐다보시며 아버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저 딸내미가 갈 수 있겠어?”라고 걱정을 하셨다. 라마는 동영상으로 가족들 인터뷰도 하고 사진도 찍어드리며 재롱을 핀다.

    2,500m가 되니 샤워시설도 없고 전기도 없다. 온 마을이 태양열을 이용하는데 우기라 햇빛도 없어 전기도 없다. 핸드폰은 2일째를 지나며 배터리가 꺼졌다. 그렇게 올라갈수록 상황은 악화되어 결국 땀도 흠뻑 흘리고 비도 맞으며 뒤죽박죽 된 내 몸은 4일 내내 샤워를 하지 못한 채 호수를 지나게 되었다.

    나는 피곤한 마음에 시원한 맥주를 들이켰는데 라마는 내일은 3,690미터까지 올라가야 하니 오늘이 본인이 허락하는 마지막 맥주라며 국을 좀 먹어야 도움이 된다며 국을 시킨다. 라마의 이야기를 들어야지 별수 있나.

    삼일째는 타레파티(Tharepati, 3,690m)를 향하는 날, 랑탕국립공원(Langtang National Park) 지역으로 들어섰다. 고도가 급격히 달라지면서 생물다양성도 달라진다. 라마가 나무의 생김새를 보라며 가르친다. 현지인들이 오늘 오를 길을 가르치며 몇 시간 걸린다고 이야기할 때마다 라마는 장난스럽게 듣지 말라며 내 눈과 귀를 막았다. 내가 트레킹 동안 배운 정확한 네팔어 한마디는 ‘우깔로’ (오르막길) 였다. 우깔로만 몇 번을 들었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걸어왔는지 모르겠다. 코사인쿤두를 앞둔 전날, 페디(Phedi, 3,730m)까지 도착해야 하는 날이다. 가는 동안 흥에 겨운 네팔 아저씨가 연신 소리를 지르시는데 좀 과하다 싶었다. 라마는 아저씨께 자연을 존중하고 다른 여행객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소리지르는 것을 좀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어제, 오늘 연속 걷는 동안도 비가 내려 우비를 입고 걷는 데 4천미터가 다다르자 내 숨도 너무 가빠져 한걸음 한걸음 내딛기가 너무 힘들다. 장대비는 내리고 내 다리에는 힘이 풀렸다.

    그렇게 도착한 롯지에는 이미 인산인해이다. 각자 다른 속도로 걸었던 네팔리들이 코사인쿤두를 앞둔 롯지에서 다 같이 만난 것이다. 이틑날 만났던 타망 가족도 오셨다. 다들 모르는 사이지만 같은 길을 걷다 만났던 이들이고 다같이 코사인쿤두를 향해 가는 이들이다.

    높은 고도에서 비는 내리고 추운 상황에서 난로 앞에 다같이 모여 네팔 전통 쿠쿠리럼을 꺼내 따뜻한 물과 섞어 마시며 하나가 되어 축제를 기리며 춤과 노래가 오갔다. 나도 따뜻한 럼이 너무 마시고 싶었지만 고산병을 걱정한 라마의 강력한 제지로 참아야만 했다. 서로 어디서 왔냐, 무슨 민족이냐 물으며 서로 알았던 이들처럼 하나가 되었다. 라마도 이들과 하나가 되어 춤을 추며 흥을 돋운다.

    호수를 앞둔 전날 밤, 다들 흥에 겨울 때 우리 셋은 한 방에 모여 이야기를 시작했다. 라마의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나는 그 날 밤, 라마의 꿈을 듣고 다시 한번 그가 앞으로 만들어갈 그의 미래가 궁금했다.

    아픈 사람들을 챙기는 라마

    아픈 사람들을 챙기는 라마

    바쁜 식당을 도와드리는 라마

    바쁜 식당을 도와드리는 라마

    라마는 트레킹일을 시작한지 이제 4년정도 된 꿈이 명확한 친구였다. 네팔 친구들은 어렸을 때부터 공부와 일을 병행하는 것이 당연한 문화이다. 대학교나 석사과정도 새벽 6시에 수업이 시작되고 마치고 일을 하며 집에 돌아가서는 동생 밥까지 챙겨주며 공부, 가정일, 일을 병행한다. 그래서 20대 초반에 자기 비즈니스를 시작하는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라마는 다재다능한 친구이다. 암벽타기로 최근 네팔라면 TV CF도 출연했고 취미로 밴드 The Boyz Next Door에서 보컬과 드럼을 하기도 한다. 일반 트레킹가이드 자격증은 땄지만 7-8천미터가 넘는 히말지역 등정은 전문 Mountaineering Guide 자격증을 따로 따야 한다고 한다.

    라마는 이제 그 기초과정을 수료했고 히말등정 때 포터로 따라다니며 경력을 쌓은 후 자격증을 딸거라고 했다. 그 과정이 이제 4년정도 남았고 그 이후에는 국제등반가이드 자격증을 따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산악자전거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에 관심이 많은 라마는 내년 2월 암벽등반 자격증도 준비 중이다. 어린 나이에 자기 길을 찾아 시작했고 꿈도 야무지고 그것을 위해 차근 차근 코스를 준비하는 멋진 친구였다.

    “아샤, 나는 지금 우리 가족 생활비의 80%를 내가 책임지고 있어. 어머니가 나를 임신하셨을 때 동네에서 구운 옥수수장사를 했는데 옥수수가 갑자기 소쿠리에서 다 떨어졌는데 배가 너무 불러 주울 수가 없으셨다는 거야. 형은 호텔 주방 보조요리사로 일해. 내가 부모님께 최선을 다하는 게 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해. 어렸을 땐 6개월동안 미국 웹사이트 제작회사 콜센터에서 근무했었어. (영어가 가능한 필리핀, 인도, 네팔에 콜센터를 두고 낮은 인건비로 비용을 줄이는 해외기업들이 많다.) 나는 네팔에서 일하지만 미국이라고 거짓말을 했었어. 밤 12시에 출근해야 했고 너무 지쳤었어.

    에베레스트산(사가르마타)은 네팔에 있어, 네팔은 가능성이 있는 나라야. 나는 가르치는 일이 너무 좋아. 나중에 아웃도어 학교도 열고 싶어. 배낭 싸는 법, 응급처지, 야외에서 밥하는 법, 텐트 치는 법 등을 가르쳐 주는 거지. 하지만 욕망과 흥미를 잘 조절해야 해. 모든 것을 다 할 순 없기에 그럴 때에도 항상 긍정적 에너지는 잃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 “

    네팔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에 대한 꿈이 명확한 친구였다. 또한 트레킹 내내 바쁜 식당일손을 자처했고 고산병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마다 약을 주고 따뜻한 물을 챙겨주고 결국 본인의 텐트에 쟤우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9일 내내 싫은 표정 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과 환한 웃음을 보여주었던 친구였다. 코사인쿤두를 하루 앞둔 밤, 나는 너무 갚진 이야기를 들었다. 드디어 내일 호수에 도착한다. <계속>

    * 라마의 블로그 http://lamawalks.com

    * Soical Tours www.socialtours.com/

    필자소개
    서윤미
    구로에서 지역복지활동으로 시작하여 사회적기업 착한여행을 공동창업하였다. 이주민과 아동노동 이슈에 관심이 많고 인권감수성을 키우려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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